무주택자만 줍줍 무순위 청약 가능해진다…거주지 제한은 지자체 재량 > 경제기사 | economics

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앞으로는 무주택자만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당첨 시 수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어 ‘로또 청약’이라고도 불렸던 무순위 청약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유주택자에 대한 신청을 제한하는 것이다.

거주 요건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지역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된다. 시세 차익이나 분양 경쟁이 큰 지역은 해당 광역지자체가 거주 조건을 부여하고, 신청 수요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거주 요건 없이 전국 단위로 청약을 시행하는 식이다. 이번 청약 제도의 개선으로 무순위 청약의 경쟁률이 최대 60%가량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이같이 무순위 청약 제도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무주택 실수요자 지원’이라는 청약제도 본래 취지에 맞게 제도를 개편한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개선하는 무순위 청약 제도는 기존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자로 드러나 생긴 잔여 물량의 입주자를 다시 선정하는 ‘계약 포기 후 재공급’ 유형이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이라면 주택 소유 여부나 거주 지역, 청약 통장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순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수억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의 무순위 청약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동탄역 롯데캐슬의 무순위 청약에는 약 1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몰리며 청약 신청자가 300만명에 가까웠다.

무순위 청약 제도가 과열되는 양상을 띄자 국토부는 앞으로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집이 있다면 무순위 청약 신청 자체가 불가하다.

거주 요건은 지역별 여건, 분양상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된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재량껏 해당 광역지자체, 해당광역권 거주 요건을 부과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시세 차익이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지자체가 입주자 모집 공고 시 분양 거주조건을 내걸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지역이라면 전국 단위로 청약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거주 요건에 대해 지자체와 국토부가 사전 협의를 할 테지만, 지자체의 재량이 크다”며 “지자체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역 제한을 하게 되면 서울, 수도권 등의 청약 인기 지역에 청약이 제한되는 측면은 있지만 청약 시장의 과열로 인해 생기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이 같은 정책 결정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자체가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거주요건을 탄력적으로 부과하도록 허용하면 청약 제도가 시장 상황에 따라 빈번하게 변경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에 따라 무순위 청약 제도를 변경해 시장에서 제도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토부는 지난 2021년 집값 급등기에 무순위 청약의 자격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제한한 뒤 2년 만에 무순위 청약 제도를 거주지나 주택 보유 여부와는 관계 없이 청약할 수 있도록 무순위 청약 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또한, 이번 청약 제도 개선으로 무순위 청약의 경쟁률이 낮아져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지난해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 경기도 화성시 소재 ‘동탄역 롯데캐슬’을 분석한 결과 유주택자 비율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주택자와 경기도 거주 요건에 걸리는 신청자는 60%에 달했다. 개선된 무순위 청약 제도가 적용됐다면 현재 신청자 가운데 약 60%가 동탄역 롯데캐슬의 무순위 청약에 신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셈이다.

국토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주택공급규칙 개정을 이르면 5월, 늦어도 6월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새로운 무순위 청약 제도가 적용되는 분양 단지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토부는 청약 시 부양가족수 가점을 높게 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불법적인 행태를 막기 위해 실거주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한다. 기존에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 등·초본 등을 통해 부양가족을 단편적으로 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앞으로는 부양가족의 병원·약국 등을 이용한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추가로 확인해 실거주 여부를 확인한다. 이 내역은 직계존속의 경우 입주자모집공고일 이전 3년치, 30세 이상 직계 비속은 1년치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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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bridg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