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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1회 작성일 24-08-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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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거치며 식문화도 달라졌다


음식조선 [신간]


일본 릿쿄대 경제학부 임채성 교수가 식민지 조선을 둘러싼 음식의 생산과 유통, 소비 등을 분석한 책. 일제 강점기 조선의 ‘음식 문화’가 어떻게 재편됐는지 조명하고, 식민지 통치에서 음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준다.

책은 ‘푸드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식민지 조선을 둘러싼 푸드 시스템의 경제 구조와 역사성을 살펴본다. 푸드 시스템은 음식의 생산부터 유통·가공을 거쳐 소비 행위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가리킨다.

일제 강점기 푸드 시스템의 중심은 ‘일본 소비와 중국 수출’이었다. 조선 쌀의 생산과 소비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일제는 산미 증식 계획을 통해 조선 내 쌀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다만 대부분의 쌀은 일본 등으로 향했고, 조선인은 큰 혜택을 못 누렸다.

조선 내부에서는 오히려 쌀 소비를 억제하고 보리와 콩, 조, 고구마 등 대체 곡물 소비를 촉진했다. 쉽게 말해 조선은 일본으로 향할 쌀 공급지 역할만 맡은 셈이다. 결국 1930년대 조선 쌀 소비량은 산미 증식 계획 전보다 떨어졌고, 조선인의 1인당 소비 열량도 낮아졌다. 이는 조선인의 신체와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성인 남성의 평균 키는 1920년대 중반부터 1945년까지 약 1~1.5㎝ 작아졌다.

쌀뿐 아니다. 조선에서 수많은 소가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으로 향했다.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전반까지 일본 내 조선 소의 사육 두수가 전체의 15%에 이를 정도였다.

조선 소는 일본 농업을 발전시키는 도구가 됐다. 동시에 일본인의 건강 질도 높였다. 덕분에 육류를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일본인이 육류를 경험하는 일이 잦아졌다. 문제는 조선이었다. 질 좋은 소가 모두 일본으로 빠져나가면서 조선 소의 질은 점점 떨어졌다. 조선에서 소비되는 소의 숫자도 줄었다.

책은 쌀과 소 외에도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일본 문화가 조선에 자리 잡아 현대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소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맥주다. 전통적으로 조선의 양반은 약주, 서민층은 소주나 탁주를 주로 마셨다. 해외에서 수입된 맥주는 양반층에 신선한 기호품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겨냥해 조선맥주나 기린맥주는 조선에 공장을 세우고 맥주를 팔았다. 음식 산업을 육성해 총독부 재정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최창원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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