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이오"…배달앱 흙탕물 싸움 원인 된 최혜대우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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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가에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최근 이중가격제를 둘러싸고 충돌한 배달앱 업계가 이번에는 최혜 대우를 놓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경쟁사를 저격하면서 남 탓이 벌어지고 있다. 배달플랫폼의 캐캐묵은 문제들이 상호 저격으로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오는 형국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에 최혜 대우를 강요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자사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업주에 대한 최혜 대우 요구는 지난해 8월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쟁사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내용으로 미루어 쿠팡이츠임을 알 수 있다.
배민은 "경쟁사는 당시 멤버십 회원 주문에 대해 10% 할인을 제공하는 조건을 걸어 타사 대비 메뉴가격이나 고객 배달비를 더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고객 대상 쿠폰 등 자체 할인 역시 타사와 동일하게 맞추도록 했다"며 "올해 3월 말부터는 멤버십 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도입하고 최혜 대우 요구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배달 기사들이 음식을 가져가고 있는 모습. 2024.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최혜 대우, 높은 배달수수료 주범 지목되는 이유
최혜 대우란 본사플랫폼가 이용사업자입점업체에 자사에서 거래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 등 거래조건을 다른 유통경로를 이용할 때 대비 동등하거나 더 유리한 수준으로 강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자사에서 가장 좋은 조건으로 판매하라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이런 최혜 대우가 시장의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지배적 사업자의 독점 구조를 공고히 한다고 주장한다.
배달앱 시장을 예로 들면, 최혜 대우가 적용될 경우 입점업체는 수수료가 낮은 플랫폼에서도 배민과 쿠팡 등 주요 플랫폼과 같은 가격에 음식을 팔아야 한다.
이 대목은 배민의 주장에서도 드러난다.
배민은 지난 7월까지 입점업체들에 업계 최저 수준인 6.8% 수준의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경쟁사 쿠팡이츠가 입점업체들에게 최혜대우를 요구하면서 배민 가맹점주들이 더 저렴한 수수료를 내고 있음에도 가격은 쿠팡이츠와 동일하게 맞출 수밖에 없어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가격 경쟁력을 기준으로 배달앱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굳이 수수료가 낮은 배달앱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배민은 경쟁사의 이같은 전략을 카피해 지난 5월부터 가맹점들에 최혜대우 요구를 했다. 배민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아울러 중개수수료도 8월부터 경쟁사와 동일한 9.8%로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배달앱이 공공배달앱 등보다 높은 수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최혜 대우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배민배민1플러스과 쿠팡이츠 중개수수료는 9.8%, 땡겨요 2%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이 음식 가격, 최소배달금액, 프로모션은 물론 영업시간까지도 다른 앱이랑 맞추라고 요구한다"라며 "거부하면 일부 혜택을 박탈하거나 홍보에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페널티를 준다. 매출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상인·시민단체 회원 등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배달의민족배민의 배달 몰아주기 등 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7.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프랜차이즈협회 vs 배달앱 갈등도 최혜 대우가 원인
최근 배달앱 업계와 외식 업계의 갈등 역시 최혜 대우 등이 원인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달 27일 배민이 각종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프랜차이즈협회가 지적한 배민의 불공정 행위는 △가격남용 행위 △자사 우대 행위 △최혜 대우 요구행위 등이다.
이에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는 본사 승인을 받아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중 가격제는 매장에서 먹는 홀메뉴와 배달앱 메뉴 가격을 달리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롯데리아, 맥도날드, 파파이스 등이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메뉴 가격보다 높게 책정했다.
배달앱의 최혜대우 요구 경쟁이 결국 중개수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지니 이들 입장에선 참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중가격 논란도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소비자들이 즉각 인지할 수 있는 이중가격을 적용함으로써 소비자의 분노를 배달앱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조치였던 셈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 노동자가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배달앱 업체들 "소비자 경험 해치지 않기 위한 조치"
배달앱들은 소비자 경험을 해치지 않기 위해 최혜 대우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배민은 쿠팡이츠가 먼저 최혜 대우를 시작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토로한다.
배민은 "자사는 올해 5월 배민클럽 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시작하면서 방어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경쟁상황에서 한 편의 최혜 대우 요구가 용인되면 다른 한 편이 이에 대응하지 않는 경우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최혜 대우 도입 배경과 관련해 "소비자에 프로모션할인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가격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할인을 한다고 하고는 1만 원짜리를 1만 1000원으로 올리고 할인하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냐.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라고 설명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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