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소독제 60회 재사용에 충격"…국산 일회용 소독제 위크린피에이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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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총판 선정 및 검토 추진… 판매·공급 본격화
국내 병·의원 그동안 다회용 내시경 소독제 사용
다회용 내시경 소독 및 관리 지침·감독 강화 목소리
올해 국감서 다회용 내시경 관리 실태 공개… 500여 곳 부적합
위지피제약-조양메디칼, 소독액·소독기 공동 기술영업
올해 국정감사에서 내시경 기구 소독액 재사용이 화제를 모았다. 사람 몸에 들어갔던 내시경 기구를 씻을 때 한 소독제를 많게는 60회까지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는 것.
보건복지부 매뉴얼에 따라 매일 1회씩 소독액 유효농도를 검사하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폐기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 몸 안에 들어갔던 기구가 수십 번 사용한 동일 소독제로 씻기고 그 기구가 내 몸이나 또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찝찝한 느낌이다. 더욱이 국내 검진기관 수백 곳이 위·대장 내시경 기구 소독 점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해외의 경우 유럽은 소독제를 다회용에서 일회용으로 변경했고 미국도 일회용 소독제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한다. 반면 국내 병·의원은 모두 다회용 소독제만 사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의료기기 전문 업체인 ㈜위지피제약이 지난해 1회용 내시경 소독액 국산화에 성공해 관심을 모은다. 일회용 소독액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장비로 교체해야 하지만 비용 부담은 크지 않고 일회용 소독액의 경우 동일 횟수를 기준으로 다회용보다 사용량이 적기 때문에 소독제 구매 비용 역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지피제약, 일회용 내시경 소독액 판매 본격화… 총판 계약 추진
14일 업계에 따르면 위지피제약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고용량 일회용 내시경 소독액 ‘위크린피에이15액과아세트산액’에 대한 본격적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여러 제약사가 해당 제품 총판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중 일부는 구체적인 총판 계약 내용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제약은 총판과 별개로 소독액 제품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한다.
해당 일회용 내시경 소독액은 고농축 과초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내시경 소독기의 성능과 내구성이 중요하다. 때문에 다회용 소독제를 사용해온 국내 병·의원들은 별도로 소독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위크린피에이15액은 조양메디칼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일회용 자동세척소독기 ‘CYW-S100’를 사용해 내시경 기구를 소독할 수 있다. 실제로 위지피제약과 조양메디칼인더스트리는 영업 현장에서 팀으로 움직이면서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CYW-S100은 일회용 내시경 소독용 의료기기로 감염관리와 소독 기준에 맞춰 개발된 최신 장비다. 위크린피에이15액 80ml와 물 7920ml를 혼합하고 소독 후 자동으로 건조하는 방식이다. 기능적으로는 360도 회전 멀티채널분사시스템과 표준 세균증식 마이크론0.2㎛ 워터필터를 적용해 세척 및 소독력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직관적인 조작시스템을 채택해 사용 편의도 높였다.
불편한 진실 ‘내시경 기구 소독’… 올해 국감서 관리 실태 도마 위에
이번 국감에서 내시경 기구 소독제 재사용 내용은 ‘뜨거운 감자’였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분야에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가건강검진이 이뤄진 검진기관 2만8783곳에 대한 위·대장 내시경 기구 소독 점검 결과 593곳2.1%이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는 내시경 기구의 위생·관리 상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위·대장 내시경 검진 현황을 살펴보면 1년간 관련 급여검사 건수는 약 815만 건. 비급여까지 포함하면 연간 2000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략 전 국민이 2년에 한 번꼴로 위내시경을 받고 대장내시경은 3년마다 검사를 받는 셈이다.
내시경은 전 국민이 받는 검사지만 사람들은 내시경 장비나 기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의료기기 관리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한다는 생각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내시경 기구는 소독을 거쳐 다시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내시경 기구는 소독제를 활용해 위생을 관리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국내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소독제는 모두 다회용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사람 몸속에 들어갔던 내시경 기구를 소독제로 씻고 또 다른 사람 검사에 사용한 내시경 기구도 동일한 소독액으로 소독해온 것이다. 통상 해당 다회용 소독액은 30~60회 가량 반복해 재사용한다고 한다.
‘내시경 기구 소독’ 관리·감독 강화 목소리… “찝찝함·교차 감염 우려”
내시경 기구 소독에 재사용 소독액을 사용해왔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정부 규정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시에는 내시경 소독액 종류와 노출시간, 소독 유효농도 등에 대한 규정만 있다. 세부적으로는 하루에 1회 소독제 유효농도 검사를 진행하고 유효농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재사용 횟수 또는 유통기간을 초과한 제품은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소독액 유효농도가 적합 판정을 받으면 재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고시하고 있지만 재사용 된 소독제로 씻은 내시경 기구가 사람 몸에 삽입된다는 사실은 여전히 불편하고 찝찝하다. 병·의원의 관리 상태에 대한 의문도 생길 수 있고 교차 감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유효농도 외에 소독액 청결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별다른 기준 자체가 없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킨다.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내시경 기구가 체내에 들어가면 기구 표면에 있던 점액과 신체조직, 바이러스, 박테리아, 세균 등이 남게 되고 이로 인해 C형 간염과 식도염, 혈액감염, 위궤양, 결핵 등 다양한 교차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감에서 백종헌 의원도 이러한 취지로 보건복지부 등 정부에 내시경 소독액 재사용 및 폐기 지침 정비와 소독 실태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위지피제약 “소독제 다회용→일회용 전환 비용 부담 없고 이점 많아”
위지피제약은 국민들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만큼 향후 일회용 내시경 소독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회용 내시경 소독제의 경우 기존에는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공급망 이슈로 물류비가 치솟으면서 일회용 내시경 소독제 국내 도입이 제한됐다고 한다. 이에 위지피제약이 국내 기술로 일회용 내시경 소독제 상용화를 추진한 것이다.
박성준 위지피제약 공동대표는 “일회용 소독액을 사용하면 내시경을 매번 일회용으로 소독하기 때문에 교차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소독액 저장탱크와 내시경 기구 내 오염물질 침전이 없다”며 “유효농도나 소독력을 체크하는 스트립지는 원천적으로 불필요하고 무엇보다 인체에 들어가 복통과 대장염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오필름 생성을 크게 억제해 위생 관련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회용 소독제 위크린피에이15액은 사용 후 최종적으로 초산과 물, 산소로 분해된다고 한다. 친환경성을 기대할 수 있고 의료폐기물 처리에 대한 부담도 경감할 수 있다고 위지피제약 측은 전했다. 비용 측면에서는 전용 소독기 CYW-S100가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는 다회용 소독기 제품보다 300만 원가량 높게 책정됐지만 리스나 렌탈 등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소독액의 경우 60회 소독에 고농도 위크린피에이15액은 5리터가 필요하고 기존 다회용 소독액은 8리터 가량이 필요한데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 발생은 제한된다고 밝혔다.
강진구 위지피제약 공동대표는 “내시경 검사 시 교차 감염 우려를 불식시키고 보다 건강한 내시경 검사를 위해서는 일회용 소독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과거에는 소독액을 재사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국내 기술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일회용 소독액이 출시된 만큼 이와 관련된 이점을 많은 국민들이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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