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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남는 쓰레기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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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9회 작성일 24-08-05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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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쓰레기경제’]
석유화학 대기업, 폐플라스틱 확보 전쟁
열분해 재활용 난항… 투자 속도조절 나서

주요국에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자원 반복사용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플라스틱·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앞다퉈 폐기물 시장에 진출하는 중이다. 한 폐기물 업체에서 휠로더가 ‘쓰레기 산’ 주위를 돌며 쓰레기 더미를 옮기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제공

‘석유 공룡’ 로열 더치 셸은 지난 3월 발간한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 목표를 철회했다. 내년까지 연간 1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열분해 방식으로 재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실현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원료인 플라스틱 쓰레기의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열분해란 폐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다시 정유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열분해유로 만드는 기술이다.

국내 대기업도 셸처럼 폐플라스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에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ARC를 짓고 있는 SK지오센트릭은 셸처럼 열분해 관련 경영 목표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목표 생산량과 상업 가동 시점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2026년 ARC에서 열분해유 10만t을 생산하려면 약 15만t의 폐플라스틱을 확보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쓰레기양이 얼마나 되는지,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지 등을 연말까지 따져볼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폐플라스틱으로 열분해유를 만드는 설비를 추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신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저품질 열분해유를 가져다 후처리해 고품질로 만드는 설비부터 도입하자는 것이다. 당초 두 설비를 동시에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짜 수준일 것으로 여겼던 폐플라스틱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 맞춰 투자 우선순위를 재점검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인 사업 실행에 들어가지 않은 다른 정유·석화 기업도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목표로 제시했던 열분해유 생산 시점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며 “시장성, 규제 등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K지오센트릭2026년·10만t GS칼텍스2027년·5만t HD현대오일뱅크2027년·3만t LG화학2024년·2만t 등은 열분해유 생산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 기업들은 전체 폐플라스틱 물량 중 중소기업이 먼저 가져가고 남은 분량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국내 폐기물 시장은 물리적 재활용플라스틱을 잘게 쪼개 재활용을 하는 영세 업체가 주도하는 구조다.

지난 2021년 대기업의 폐기물 확보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계가 폐플라스틱 재활용·소각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한 것을 계기로 양측이 상생 협약을 맺으면서다. 중소기업이 물리적 재활용 목적으로 먼저 물량을 가져가면 나머지를 대기업이 화학적 재활용에 쓰고 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가장 절실한 과제”라고 말했다.

대기업 몫의 대부분은 시멘트 업계가 선점 중이다. 시멘트 회사들은 소성로 보조 연료, 시멘트 자체 원료 등으로 석탄 대신 폐플라스틱을 활용함으로써 탄소 감축을 도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투자 계획만 제시하고 실제 생산은 하지 않는 화학적 재활용 업계와 달리 시멘트 업계는 쓰레기 수급을 꽉 쥐고 있다”고 전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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