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치솟은 김치프리미엄…왜 한국인만 비트코인 비싸게 살까 > 경제기사 | economics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김치프리미엄이 치솟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해외보다 최대 10%가량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수급 불균형 문제와 규제 환경이 다시 주목받는다.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구조가 가격 왜곡을 심화시키는 가운데 정부는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을 추진하며 시장 유동성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 투자 계좌 전면 허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최근 한국 비트코인 거래에서 김치프리미엄은 10%대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4월14일 기록한 13%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치프리미엄이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을 의미한다.

김치프리미엄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있다. 국내 주식의 경우 한국거래소에서 일괄 관리하기 때문에 모든 증권사에서 종목의 가격이 동일하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중앙기관이 아닌 개별 법인에 의해 운영되고 거래소마다 거래량이 다르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투자 수요는 가상자산 공급량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법인과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지원이 중단됐다. 이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개인 투자자만이 가상자산 공급자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가상자산 시장 활황에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에는 김치프리미엄뿐만 아니라 업비트 프리미엄, 빗썸 프리미엄 등 거래소의 프리미엄도 형성됐다. 이날 오후 1시경 각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업비트1억5164만원 ▲빗썸1억5174만원 ▲코인원1억5175만원 등 이다. 다 같은 국내 거래소임에도 11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거래소 별로 가격이 차이가 나는 이유도 결국 김치 프리미엄 발생 이유와 같이 수요와 공급의 차이 때문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거래소일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거래량이 많은 거래소일수록 투자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김치프리미엄은 상승장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오히려 손실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김치프리미엄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때 급격히 증가했으나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면 프리미엄도 급격히 축소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시세 하락뿐만 아니라 김치프리미엄 축소로 인해 이중 손실을 입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정부는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내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가시화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시장 유동성이 증가하면 가상자산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단계별로 법인 투자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 부처와 지자체, 대학 등 비영리법인의 계좌 개설부터 1단계로 허용한 뒤 2단계로 가상자산사업자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가상자산 거래 대상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관과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개인 투자자만으로 이뤄진 시장이 형성되면서 비트코인 수급이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김치프리미엄은 법인과 금융기관이 참여할 수 없고 개인만으로 이루어진 거래시장에서 해외 거래소와의 자금과 자산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이기에 법인과 시장 참여가 일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 목적의 법인 계좌 허용은 이른 시일 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금융사 등 일반 법인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매매할 경우 ▲시장 과열 ▲증시 자금 이탈 ▲기업 재무 건전성 악화 등의 우려가 제기될 수 있어 금융당국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소 센터장은 "금융당국은 투기 수요, 시장 과열 등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의 보유를 적격투자업체까지 허용을 확대하면 신중한 투자가 가능해 합리적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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