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배 뛰었다 폭락…가상화폐 시세조종 1호 사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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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어베일에 ‘가상자산법’ 적용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빌딩. /전기병 기자 ◇거래 15분 만에 1383% 급등 4일 금융 당국과 가상 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조사국은 지난달 23일 빗썸에서 거래된 어베일의 시세 변동과 이 거래를 주도한 투자자 A씨에 대한 조사를 최근 시작했다. 23일 오후 10시 1개당 236원으로 시작된 어베일의 시세가 15분 만에 15배 가까운 3500원까지 급등한 뒤, 하루도 안 된 다음 날 오후 7시쯤 284원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빗썸에서 어베일 시세가 고점을 찍었을 당시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된 어베일 가격은 210원대에 불과했다. 빗썸에서만 어베일 시세가 급등했던 것이다. 당시 A씨가 외국인들로부터 어베일을 대거 모집해 빗썸에서 거래를 주도했는데, 시세조종 의혹이 있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시각이다. 외부에 공개된 A씨의 가상 자산 지갑 내역에 따르면, 빗썸에서 어베일 시세에 이상 조짐이 보이던 때 A씨는 어베일 약 117만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당시 빗썸에서 유통되던 어베일 155만개의 75% 수준이다. 대규모 어베일 물량은 모금으로 확보했다. 그는 빗썸에서 어베일이 거래되기 전인 지난달 23일 오후 9시 17분에 일드파밍이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어베일 모금을 시작했다. 자신의 가상 자산 지갑으로 어베일을 보내주면 김치 프리미엄을 붙여 매도한 금액으로 더 많은 어베일을 구매해 돌려주겠다는 식이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국내 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A씨의 SNS는 구독자가 2만2000명에 달하고, 그의 SNS는 가상 자산 업계에서 인지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모금을 통해 지갑 총 119개로부터 어베일 124만1850개약 42억원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저렴하게 확보한 가상 자산을 한국에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긴 뒤 가격이 폭락한 가상 자산을 재매수해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수량을 돌려주고, 자신은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인 셈이다. 그래픽=김하경 어베일 시세는 지난달 23일 오후 10시 15분 35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4시간여가 지난 이튿날 오전 2시 30분쯤 773원으로 폭락했다. A씨는 이때 SNS에 ‘한국 사랑해요’라는 글을 게재해 다른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날 어베일은 284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했고, A씨는 당초 받은 어베일의 2배에 해당하는 양을 복수의 가상 자산 지갑으로 반환했다. 금융 당국은 A씨가 대규모 물량을 이용해 계획적인 시세조종에 나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상자산법은 가상 자산 시장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또는 부당이득의 2배에 달하는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A씨가 어베일 대리 매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최대 3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가상 자산 업계 관계자는 “고점3500원에서 물량을 매도한 뒤 저점284원에 어베일을 다시 사들였다고 가정하면, 당초 모금한 어베일의 2배를 반환하고도 약 36억4000만원의 수익을 남기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혐의점이 발견되면 사건은 검찰 등 수사기관으로 넘어간다. ◇거래소 자체 감시 ‘실효성’ 도마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상자산법상 거래소의 ‘이상 거래 감시·통보 의무’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법은 ‘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로 의심되는 경우 금융 당국에 통보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베일 사건처럼 하루도 안 되는 단기간에 벌어지는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거래소가 금융 당국에 통보할지 여부를 심의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베일 사건에 대해서도 거래소 측의 이상 거래 통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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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김희래 기자 ray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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