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에 발목잡힌 경제…환율 천장 뚫렸다 1500원 코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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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480원 돌파… 15년9개월 만
한국 경제가 ‘정치 불확실성’이라는 덫에 빠져들고 있다.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혼란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80원을 돌파했다. 환율은 1460원대에서 1480원까지 오르내리며 요동쳤다. 환율 1500원이 다가온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여기에다 소비심리에 이어 기업 체감경기가 코로나19 이후 최악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7일 오후 5시 현재 1473.0원으로 거래됐다. 직전 거래일1464.8원보다 2.7원 오른 1467.5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오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470원과 1480원을 연이어 넘어서며 오전 11시30분 1486.7원을 찍었다.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약 15년9개월 만이다.
환율은 오후에 접어들며 1460원대 후반까지 내려가며 급격한 조정을 거쳤다. 하루에만 20원 안팎의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시장에선 연말로 접어들면서 급감한 외환 거래량이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와 맞물려 변동성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부터 4거래일 연속으로 최고점을 경신했다. 달러화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고용시장 견조세에 따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원화는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1406.5원이던 환율은 12·3 계엄 사태가 벌어진 이후 3주 만에 60원 넘게 올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이런 정치적 불확실성을 더욱 부추겼다.
극심한 고환율과 정치적 혼란의 충격파는 고스란히 주식시장에 전달됐다. 코스피 지수는 27일에 전장보다 24.90포인트1.02% 내린 2404.77로 거래를 마쳤다.
오전 한때 2388.33까지 떨어졌던 지수는 오후 들어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2400선을 겨우 회복했다. 당국은 개입 의지를 시사하면서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수출입은행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시장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경우 단호한 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 리스크’의 근본적인 해소 없이는 당국의 구두개입은 단기 효과를 보는 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마저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환율이 지금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심지어 더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탄핵 정국에서 사람들이 예상하거나 납득하지 못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면 더 올라갈 소지가 있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급격한 환율 상승이 물가는 물론 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내놓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환율이 10% 오를 때 국내 제조업의 평균 제조원가는 4.43% 상승한다. 전체 산업의 평균 제조원가 역시 2.98% 오른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한국 기업은 대부분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료 수입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비상계엄과 잇단 ‘탄핵 정국’ 여파는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기업들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12월 기업경기 조사’11~18일 결과에 따르면 이달에 전산업 기업 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4.5포인트 떨어진 87.0에 그쳤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9월83.0 이후 4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정치 불확실성의 확대 등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애로를 겪는 점이 화학·자동차 업종 관련 기업들의 응답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어지러운 정국이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AP통신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소식을 전하면서 “탄핵소추는 고위급 외교를 중단시키고 금융시장을 뒤흔든 정치 마비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하는 한국 경제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담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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