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쩍쩍 갈라진 흙에 겨우 짰는데…대홍수에 빠진 황금 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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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4-11-1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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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적으로 물가나 금리가 조금씩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주요 농산물의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이상 기후로, 전에 없던 날씨가 이어지면서 일부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든 게 한 이유로 꼽힙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심각성을 짚어보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가뭄과 폭우 같은 극단적 기후에 영향받는 작물은 어떤 건지, 또 지구촌의 어떤 지역에서 이런 문제가 집중되고 있고, 끝으로 그 대응방법까지 오늘11일부터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첫 순서로 올 들어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한 이유를 박예린 기자가 스페인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하루에 수백 그릇 파스타를 만드는 이 식당, 매일 8리터의 올리브 오일을 씁니다.

[김재준/14년차 셰프 : 처음에 파스타 만들 때 넣는 게 20g 넣고 그리고 또 마지막 터치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두르거든요.]

그런데 올 들어 78%나 급등한 올리브유 가격, 이유는 70%를 수입하는 스페인에 있었습니다.

스페인은 세대 최대 올리브유 생산국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는데, 상황은 어떤지 직접 산지로 찾아가보겠습니다.

지난달 스페인 남동쪽 발렌시아, 올리브밭에 들어서자, 갈라지고 말라버린 흙이 눈에 띕니다.

[루이스 홀리안/올리브 농장주 : 건조하고, 물이 없습니다.]

겨우 맺힌 열매는 표면이 마르거나 썩었습니다.

[루이스 홀리안/올리브 농장주 : 물이 부족해서 올리브 나무가 열매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크기도 기름을 짜기엔 턱없이 작습니다.

평소엔 나무 한 그루당 50kg 나오는 열매가 7kg밖에 안됩니다.

올리브 열매에서 기름을 짜내는 이 공장은 기계를 거의 돌리지 못할 정도였고, 국제 가격도 톤당 1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호아킨 산타나/올리브유 공장 관계자 :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2년 전에는 30만에서 40만 킬로그램까지 기름을 짰었는데, 현재는 15만 킬로그램까지 감소했습니다. 매년 200명의 농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올해 들어 계속 기온이 40도를 웃돌았고, 몇 년째 비가 없는 가뭄이 이어졌습니다.

인근 저수지는 계속 물을 끌어 쓰다 보니 담수량은 절반 이하, 이 지역은 오렌지 주산지이기도 한데 역시 생산량이 15% 줄면서 주스 원액 가격이 58% 급등했습니다.

[호세 안토니오/오렌지 농장주 : 오렌지 수확량도 평년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최악 가뭄에 시달리던 이곳, 불과 한 달 새 대홍수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현지에서 취재했던 농부를 다시 연락했습니다.

말라버렸던 밭에 물이 너무 들어차, 나무는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호세 안토니오/오렌지 농장주 : 당분간 밭에 물을 줄 수가 없어요. 관개시설이 손상돼 복구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 것입니다.]

가뭄이 지중해 해수 온도를 높이고 이는 대홍수를 야기하는, 전형적 기상 이변입니다.

내년 가격은 더 오를 거란 전망에 현지 주민들은 올리브유를 황금 액체라고 부릅니다.

[파우 베르낫/스페인 소비자 : 올리브 오일은 우리 요리의 기본 재료입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는 올리브 오일 가격이 최대 3배까지 폭등하는 걸 경험했습니다.]

[미세르꼬르디아 게레로/스페인 소비자 : 최근에는 올리브 오일 한 병에 50유로 7만 5천 원가 들어요.]

비옥한 토양과 높은 일조량, 채소, 과일이 고루 나 축복의 땅이라 불렸던 곳도, 종잡을 수 없는 기후의 위협에 속수무책 무너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윤형,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이준호·조수인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박예린 기자 yea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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