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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구·서경배·정태영…세계 홀린 K리더 [CEO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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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4-07-3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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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연속 ‘100대 CEO’ 명예의 전당 헌액


“20년 전 처음 매경이코노미 100대 CEO에 선정될 때는 기쁘기만 했다. 그런데 이후에는 매년 ‘올해는 받을 수 있을까’ 조바심 났다. 이 상은 초심을 잃지 않게 한다. 앞으로는 100대 CEO에 선정될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다행이다.”

정태영 현대카드·커머셜 부회장이 20년 연속 ‘100대 CEO’에 오른 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20년간 꾸준히 성과를 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매경이코노미 선정 대한민국 100대 CEO’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제조, 서비스, 금융, 벤처 등 다양한 업종에서 여러 CEO가 등장하고 사라졌다. 이 중에서도 꾸준하게 기업을 키운 경영자는 많지 않다. 특히 단 한 해도 흠집 나지 않고 20년 연속 좋은 성적을 내기란 더욱 힘겹다. 2005년 첫해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20년 연속 개근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대한민국 CEO는 단 3명뿐이다. 정태영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주인공이다.

김남구·서경배·정태영…세계 홀린 K리더 [CEO LOUNGE]


‘업계 최초’ 역사 이어간 정태영

프리미엄카드·슈퍼콘서트·애플페이…

이들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단연 혁신과 변화다. 2003년부터 현대카드를 이끌어온 정태영 부회장은 상품·브랜딩·테크 등 전 영역에서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카드 비즈니스에 브랜딩과 마케팅을 적극 도입해 현대카드를 ‘국내에서 가장 브랜딩 잘하는 기업’으로 안착시켰다.

또한 유명 모델 없이도 완성도 높은 광고를 선보여 광고계에도 이정표를 남겼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비롯한 ‘뮤직·아트·쿠킹 라이브러리’와 스티비 원더, 콜드플레이 등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운 ‘슈퍼콘서트 시리즈’ 역시 그의 작품이다. 신용카드에 프리미엄 문화 혜택을 결합하는 차별화된 시도로 국내 신용카드 수준을 한껏 높였다.

그는 변혁적 경영으로 업계 최하위였던 현대카드를 1000만 고객의 금융 기업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한국 최초로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는 해외에서도 이름을 냈다. 현대카드 해외 결제액은 지난해 12월 말 누적 기준 2조7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급증하며 업계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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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K뷰티 글로벌化 선봉장

베트남 개척 김남구…글로벌 성과 ‘우뚝’

기업을 20년 동안 경영하며 위기의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최고경영자 역량에 따라 위기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 때로는 작은 위기가 큰 기회로 바뀌기도 한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CEO 3인은 절체절명 위기를 누구보다 슬기롭게 극복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故 서성환 태평양 창업주로부터 화장품 사업을 물려받아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 키워낸 주역이다. 1992년 한국은 중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수교를 맺었다. 서경배 회장은 일찌감치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아모레 화장품은 중국 여성들의 ‘워너비 브랜드사고 싶은 제품’로 등극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서 회장에게도 만만찮은 시련을 안겼다. 팬데믹 동안에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여행객이 급감하며 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동남아 시장으로 방향키를 돌려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했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매출 4조213억원, 영업이익 1520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과 중국 시장 매출 감소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새로운 글로벌 주력 시장인 미주와 EMEA유럽·중동 등, 일본에서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도전정신도 재계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는 젊어서부터 남다른 길을 걸었다. 대학교 4학년이던 1986년 겨울, 북태평양행 명태잡이 원양어선에 오른 것은 유명한 일화다. 보통 대기업 자녀가 바로 기업 중책을 맡으며 입사한 것과 달랐다. 그는 ‘제대로 한번 사회생활 해보자’는 오기로 배 위에서 하루 18시간 넘는 중노동을 4개월간 버텼다. 여기서 자연스레 체득한 끈기와 도전정신은 그가 항상 강조하는 말인 “Why Not왜 안 되죠?”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학 졸업 후 동원산업 평사원으로 2년간 근무한 뒤,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1991년 귀국한 그는 당시 세계 1위였던 원양어선회사 동원산업으로 복귀하는 대신 업계 6~7위에 머물던 한신증권동원증권의 전신 명동지점 대리로 입사했다. 이미 세계 톱클래스에 오른 회사보다 발전 가능성과 미래 가치가 큰 증권사를 택했다.

이후 증권업 실무를 익히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03년 동원금융지주, 2004년 동원증권 대표를 맡았고, 이듬해인 2005년 한국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브로커리지주식중개매매에 강한 동원증권과 자산관리 부문 강자인 한투증권의 합병은 국내 자본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Mamp;A 사례로 꼽힌다.

김 회장은 오너-전문경영인 체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전문경영인에 권한의 상당 부분을 위임한 뒤 몇 년의 시간을 주고 성과에 따라 확실한 보상을 한다. 지주 차원에서 결정할 만한 대형 Mamp;A가 아니면 사실상 믿고 맡긴다. 덕분에 한국투자금융그룹 전문경영인은 효율성만 좇기보단 모험적인 시도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3인에게서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취임 초기였던 2004~2005년 GE캐피탈, 산탄데르, 푸본금융그룹 등 세계적인 금융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초석을 마련했다. GE캐피탈과의 조인트벤처JV는 현대카드의 펀더멘털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글로벌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한국 기업 경영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JV 사례로 평가받는다.

김남구 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지난해 그룹 총자산이 1년 새 10조원가량 증가해 95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일찌감치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0.6%2011년이던 시장점유율을 3.3%2023년까지 5배 끌어올렸다. 김 회장은 브로커리지, 기업금융IB, 자산관리, 여신 등 모든 사업에서 본사와 계열사, 해외 현지법인,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짰다. ‘글로벌 리딩 파이낸셜 그룹’이 그의 포부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0호 2024.07.31~2024.08.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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