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진짜"…관세 송곳니 트럼프에 한국 정부· 기업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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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관세맨’Tariff Man의 본색을 드러냈네요.”
무역·통상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핵심 관계자는 2일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에 일제히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관세 무기화 정책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우리 정부와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 등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생산이 차질을 빚는 건 물론, 자칫 전세계 무역 전쟁으로 번질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의 내용과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한 분석에 착수했다. 미국은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매기면 현지 투자를 한 우리 기업들도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조처가 얼마나 갈지, 그리고 미국의 관세 목표가 다른 국가와 품목까지 확대될지 여부를 긴장감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멕시코를 대미 수출을 위한 우회로로 삼아 현지 공장을 대거 확충한 국내 기업들이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 투자를 대폭 늘렸다가 다시 관세 장벽에 가로막히게 생겨서다. 산업부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제조 대기업 위주로 525개지난해 상반기 투자 실적 기준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의 가전·텔레비전 공장, 기아 완성차 공장 등을 중심으로 부품 업체들까지 현지에 함께 진출해 있다.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 자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대형 가전업체 관계자는 “한번 공장을 옮길 경우 생산 라인 구축, 양산 등까지 1년 이상이 걸린다”며 “생산지 이전을 통한 대체 생산이 유리한지, 아니면 관세를 맞더라도 기존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게 나은지 주판알을 튕겨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만드는 건조기 생산 물량을 미국 뉴베리 카운티의 세탁기 공장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미국 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신규 투자와 설비 증설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엘지전자도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세탁기 공장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준중형 승용차 케이K4 등의 물량 일부를 캐나다로 돌리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멕시코에 견줘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적지만, 배터리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핵심 광물·소재 공급망 확보를 위한 투자 등이 이뤄진 상태다. 엘지에너지솔루션 등이 캐나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으며 북미 지역 공략을 위한 배터리 합작 공장 등을 지었는데, 돌연 관세 폭탄을 맞게 된 셈이다.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역시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악재인 건 마찬가지다.
문제는 미국의 초강경 관세 정책이 전방위로 확산되며 주요국들이 보복에 나서는 등 전세계 무역 전쟁에 불을 붙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캐나다 등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보복 관세 부과 등 맞대응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은 물론,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철강 등 주요 품목에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전세계 통상질서 전반이 요동칠 판이다.
미국이 폭넓게 고율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만 등골이 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 메모리 반도체 등은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이 사실상 없는 터라 관세 부과 때 수입품 가격도 덩달아 뛸 수밖에 없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바로 미국의 다음 사정권이고, 일본과 우리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 내 물가, 증시 등 현지 반응을 주시하며 관세 강경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살필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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