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안정 체감 힘들어"…정부가 배추 풀면 설 물가 잡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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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비축제는 가격 급등락 막는 소방수
캐나다 메이플 시럽, 美 전략 원유도 흡사
설 연휴를 앞두고 배추, 무 등 식자재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공공비축분을 시장에 공급했다. 정부는 매년 국민이 즐겨 먹는 채소나 곡물을 일정량 비축하며, 명절 기간 수요가 치솟을 때 시장에 방출한다. 공공비축제가 시행된 지 벌써 20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정부의 비축분 공급이 먹거리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왜 우리는 비축제의 혜택을 체감하기 힘들까.
정부 물량 풀었는데 왜 체감 힘들까
배추.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공공비축제는 특정 소비재를 정부가 매입해 수요와 공급을 안정화하는 정책이다. 한국에선 2005년부터 시행됐으며, 비축 대상은 쌀 등 곡류와 배추, 무 등 김장철 신선 채소류다. 농림축산식품부 비축기지와 민간 계약 창고를 포함해 매년 15만톤t 안팎의 채소와 곡물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시장에 방출된다.
정부는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겨울 배추와 무를 전국 도매시장에 방출했다. 배추 소매 가격은 지난 24일 기준 포기당 4901원으로 평년 대비 38%가량 더 높다. 통상 배추는 봄, 가을에 각각 한 번씩 재배되는데 지난해 가을 배추 재배 면적이 4.5% 감소한 게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현재 매일 200~300t 안팎의 배추를 공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농식품부의 물량 방출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뉴스 댓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왜 마트 가격은 아직도 비싼 거냐", "중간 유통업자가 빼먹는 게 아니냐" 등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공공비축제는 급한 불 끄는 소방수
사실 공공 비축분 방출량은 전체 수요, 공급에 영향을 주기엔 턱없이 적은 양이다.
그렇다면 공공비축제로는 급등한 제품 가격을 안정화하기 힘든 걸까. 답은 그렇다와 아니다 둘 다 가능하다. 우선, 정부의 공공비축 물량은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지 않다.
이번 설 연휴에 앞서 정부가 방출할 배추 총 물량은 1만1000t 안팎인데, 연간 국내 평균 배추 생산량은 200만t 안팎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을 배추 생산량은 전년 대비 6.3% 감소한 124만2000t으로 감소량은 약 8만t에 달했다. 즉 비축 물량만으로는 수요, 공급의 변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비축 물량은 단기적인 가격 안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농식품부가 한 번 창고를 열면 보통 십수일에서 한 달에 걸쳐 매일 200~300t의 채소를 도매시장에 공급하는데, 전국 도매시장 총 배추 반입량이 일일 100~1500t 사이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물량이다. 즉 공공 비축 물량은 연간 평균 가격을 낮출 만큼 결정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폭증하는 특정한 시기에 가격 급등락 폭을 완화하는 소방수로 활약하기엔 충분한 셈이다.
공공 비축이 기능을 발휘한 사례는 가을 배추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해 10월 김장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같은 해 9월 말 배추 1포기 소비자 가격은 1만원에 근접할 만큼 치솟았지만, 정부가 10월 상순부터 11월까지 총 2만4000t의 배추를 방출하자 4800원대까지 내려왔다. 여전히 평년 가격보다는 높은 수준이었지만, 적어도 가격이 지나치게 널뛰기하는 건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캐나다 시럽, 미국 석유도 유사한 기능
미국 텍사스의 전략비축유 시설. 연합뉴스
이처럼 정부 비축은 특정 시기의 수요와 공급 균형을 맞춰 생산자나 소비자가 너무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한국 정부가 쌀과 김장 재료를 비축하듯, 세계 여러 나라에선 다양한 소비 품목에 대해 비축제를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는 메이플 시럽을 공공 창고에 보관한다. 퀘벡의 메이플 시럽 생산단지는 전 세계 총공급량의 7할을 차지하기에 시럽 용액의 리터ℓ당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건 지역 경제 전체의 지대한 관심사다.
미국은 전략비축유 제도를 운영한다. 원래 전략비축유는 미 에너지부가 에너지 고갈 상황에 대비해 군함용 석유를 비축하던 정책에서 출발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가격 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시화하던 2021년 말 50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해 가격 안정을 시도했다. 이러한 결정 역시 국제 유가의 전반적인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으나, 적어도 단기적인 급등을 완화할 수는 있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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