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벗어나니 세계가 보이더라, 中의 압박이 부른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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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년 중국 의존증, 기업들 사활 건 체질 개선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현지 인기 소형 해치백 모델인 i20을 조립하고 있다. 2019년 51만대였던 인도 차 판매량은 지난해 81만대까지 3년 새 5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판매량은 91만대에서 34만대로 63% 줄어들었다./현대차 제공 하지만 그 이면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3년 이후 약 20년간 중국은 한국의 수출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25% 내외로 2위 수출국인 미국보다 늘 두 배가량 높았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대중 수출 비율이 19.4%까지 떨어져 2004년 이후 19년 만에 20% 아래로 내려갔다. 반면 대미 수출 비율은 17.9%까지 올라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는 날이 조만간 올지도 모른다. 최근 대중 수출 감소는 미·중 갈등, 반도체 불황, 중국의 경기 부진과 내수화 정책 등 주로 외부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는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니다. 대중 수출이 2018년 1621억달러약 214조원에서 2022년 1558억달러로 뒷걸음질하는 동안 대미 수출은 727억달러에서 1098억달러로 51% 늘었다. 중국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재빨리 미국 등 다른 시장에서 기회를 찾은 기업들의 결단력과 순발력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신흥 시장에서도 이 같은 ‘탈중국’에 나선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은 넘치고 있다. K식품의 대표 격인 CJ도 한한령으로 중국 사업이 위기에 봉착하자 미국 시장에 그룹의 사활을 걸었다. CJ그룹의 미주 사업 매출은 2017년 1조1698억원에서 2022년 8조2854억원으로 급증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놀라운 반전을 일궈냈다. 전체 매출의 20%이던 중국 활동이 막히자, 하이브·SM·YG·JYP 같은 회사들은 중국 대신 미국과 유럽 등 시장을 개척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00년대 초 급성장하는 중국에 위협을 느낀 미국과 유럽이 반덤핑 규제를 강화하자 당시 보시라이 중국 상무부장은 “서구보다 훨씬 가난한 중국이 이제 겨우 그들과 경쟁하려 하니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된 후 중국은 경제와 무역을 정치·외교적 지렛대 삼아 많은 나라를 상대로 압력을 일삼았다. 중국 시장을 걸어 잠그면 한국 경제가 휘청일 것이고, 그러면 한국을 더 쉽게 길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많은 전문가는 봤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한국 경제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도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최근 무역 적자는 20년간 이어져 온 중국 의존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이지만, 체질 개선이 끝나면 우리는 훨씬 당당하게 중국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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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최규민 기자 qmi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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