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31일 국세청에서 역외탈세자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국세청 제공. 2023.05.31/뉴스1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 내국법인 A사는 해외현지법인 B사에서 제품을 위탁 제조해 현지 거래처에 공급하는 외국인도수출 방식으로 거래한다. 이 회사는 사주 자녀의 페이퍼 컴퍼니 C사를 설립한 후 A가 계속 사업을 수행함에도 형식상 C사가 사업을 수행하는 구조로 변경하면서 A사의 수출물량이 급감했다. 사주 일가는 수출물량을 빼돌리며 축적한 C사의 자금을 유출해 총 27채의 해외주택을 매입했고, 국내 외환·과세당국에 주택 취득사실을 미신고하며 임대소득을 탈루했다.
# 다국적기업 D사는 국내 고객에게 온라인서비스 제공 시 필수적인 영업·판매, 홍보·마케팅, 연구개발 기능을 국내 자회사들에 분산했다. 자회사 기능 전체로 보면 D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을 수행하므로 D는 국내 사업장을 등록하고 수익에 대해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D사는 자회사를 각각 단순 서비스제공자로 위장하면서 세금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 결과 D사는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도 세금납부 없이 소득을 국외로 가져가고 국내 자회사는 비용보전 수준의 이익만 국내에 신고·납부했다.
국세청이 부당 국제거래로 국부를 유출한 역외탈세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국부를 유출하면서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국제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역외탈세자 52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 52명의 유형은 △수출거래 조작19명 △부당반출·편법증여12명 △국내소득 유출21명 등이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 대상 52명의 혐의 금액은 약 1조원대로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31일 국세청에서 역외탈세자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국세청 제공. 2023.05.31/뉴스1
혐의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수출물량을 가로채거나, 사주가 지배하는 현지법인과 무역거래하면서 시장가격보다 저가로 수출해 현지법인에 소득을 이전한 혐의자는 19명이다.
이들은 사주 자녀가 소유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수출거래에 끼워넣어 이익을 나누거나 수출대금을 사주가 빼돌려서 유용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사주는 탈세한 자금으로 외국에 27채의 주택을 매입하고 취득사실을 국내에 미신고했으며 임대소득까지 탈루했다.
오 국장은 "이렇게 수출물량 가로채기를 하다 보면 국제수지에 수출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통계를 왜곡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수익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역외투자로 세 부담 없이 증여한 유형은 12명이다.
역외사모펀드의 국내 운용사는 해당 펀드가 국내 기업을 사고팔아 큰 수익을 올리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운용사 대표는 관련 성공보수를 본인이 지배하는 해외 페이퍼 컴퍼니 명의 계좌로 부당하게 챙겼다.
자녀 명의 역외보험상품의 보험료 약 20억원을 대납하거나, 부동산 개발사업 성공을 앞둔 현지법인 주식을 자녀에게 넘겨주며 700억원대의 이익을 편법 증여한 자산가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이외에 국내사업장을 숨기거나 거래실질을 위장해 국내 과세를 피해 소득을 국외로 유출한 혐의자는 다국적기업 등을 포함해 21명이다.
우선 글로벌 디지털기업이 우리 통신망을 이용해 국내 소비자로부터 수익을 창출했지만 사업장을 숨기고 소득을 국외 이전한 혐의가 적발됐다.
아울러 거래·실체·사업 구조를 인위적으로 설계해 사용료,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를 누락한 외국계 기업도 확인됐다.
오 국장은 "실정법, 판례 때문에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언급한 디지털기업은 플랫폼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고 상당수 소비자가 많이 그 기업과 연관돼 소비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세청은 역외탈세 모니터링 결과 최근 3년간 총 4조149억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연평균 추징세액은 1조3000억원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역외탈세 세무조사 건당 부과세액은 지속해서 증가해 2021년 기준 68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일반 법인 세무조사의 건당 부과세액인 9억8000만원보다 약 7배 정도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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