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기 구리시와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을 검찰에 넘겼다. 조사된 피해액은 약 2500억 원으로 경찰이 수사한 역대 전세사기 사건 중 최대 규모다.
경기 구리경찰서는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부동산컨설팅업체를 운영하며 자기자본 없이 오피스텔 등을 매입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를 조직적으로 벌이며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당 26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중 총책 고모 씨와 명의대여자 손모 씨, 대부중개업체 직원 정모 씨 등 주범 3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경기 구리시를 중심으로 서울 양천·금천·강서구, 인천 등에서 신축 오피스텔과 빌라 세입자 900여 명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당이 보유한 주택은 대부분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이 비슷한 ‘깡통빌라’ 였지만 리베이트를 약속받은 공인중개사들은 이를 숨기고 임차인을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빌라 등 500여 채를 보유한 총책 고 씨는 세금 연체 후 본인 명의를 쓰기 어렵게 되자 ‘바지 집주인’을 모아 범행을 이어갔다. 손 씨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받기로 하고 명의를 빌려줘 고 씨가 실제 주인인 빌라 등 344채의 명의상 소유자가 됐다.
현재까지 보증금을 일부라도 회수한 피해자는 없다고 한다. 고 씨 등은 가로챈 돈을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현재는 돌려줄 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 씨 등 14명에 대해선 범죄단체조직죄도 함께 적용했다. 또 아직 검거하지 못한 공범 수십 명에 대한 계좌추적 등을 진행 중이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