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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넓고, 할 일 많다" 김우중 한마디에 꽂힌 MZ들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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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4-11-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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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장인 김형준씨가 1994년식 르망 옆에 선 모습. 촬영 시기는 지난해 10월이다. 사진 대우차보존연구소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장인 김형준씨가 1994년식 르망 옆에 선 모습. 촬영 시기는 지난해 10월이다. 사진 대우차보존연구소

티코·마티즈·르망·에스페로, 대형차 아카디아까지. 1980~90년대 잇단 히트작을 냈던 대우자동차의 질주는 2000년 11월 8일 멈춰섰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결정타로 맞고 휘청거리던 대우차는 이날 최종 부도 처리됐다. 11월은 대우차에 인생을 걸었던 ‘대우맨’들에게 ‘잔인한 달’로 남았다.

화려했던 대우차의 시절과 기록이 잊혀져 가고 있는 지금. 대우차 헤리티지가치있는 유산 보존에 자발적으로 나선 MZ 청년들이 있다. 대부분 대우차 부도 당시 아기였거나,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들이다. 아무 대가 없이 그저 대우차에 심취한 6명의 남성이 주도하는 모임, 그 이름도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다.


이 곳에서 연구원 직함을 쓰고 있는 김동영24씨는 자택이 있는 천안에서 인천 송도를 수차례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12일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인천자동차 40년-My Car로의 여정’에 대우차연구소가 후원사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한마디에 꽂혀
특별전에 전시될 실물 자료 제공과 해설 자문, 당시 핵심 임원진 인터뷰 영상 제작 등을 대우차연구소가 맡았다. 동영씨는 “당시 대우차는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춘 모델을 적극 개발해 수출에도 과감히 도전했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티코 옆에 선 모습. 사진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티코 옆에 선 모습. 사진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고교 시절부터 자동차 블로그를 운영해오던 그는 2021년 어느 날 대구에 사는 김형준20씨가 대우차연구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합류를 타진했다. 형준씨도 흔쾌히 받아들였고, 지금은 3700점디지털 자료 포함에 이르는 기록물을 보유한 연구 조직으로 성장했다.

형준씨는 고故 김우중1936~2019 대우그룹 회장이 남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에 감명을 받고 이 연구소를 창립했다. 현대차·기아는 자체 부서를 두고 헤리티지 보존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세상에서 사라진 대우차에 대해선 이 역할을 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연구소장인 형준씨는 “여러 사정으로 대우차라는 회사는 없어졌지만 김 회장의 세계 경영 마인드까지 잊히는 건 아쉽다고 판단해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우차 사내 교육 자료. 사진 대우차보존연구소

대우차 사내 교육 자료. 사진 대우차보존연구소

연구소가 보존하고 있는 르망 등 올드카 4대와 부품 100여점은 각자의 집과 지인 소유 토지를 빌려 보관하고 있다. 특히 미국GM CAMI공장 벤치마킹을 위해 만들었던 내부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들의 희귀 소장 품목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에선 대우차의 설계 프로그램인 ‘카티아’ 교육자료와 1974년판 대우차당시 GM코리아 사보 등을 볼 수 있다. 연창호 인천도시역사관 학예연구사는 “부평을 주요 생산기지로 뒀던 대우차를 젊은 사람들이 기억해주겠다는 시도에 고마움을 느낀다”며 “지역사회의 자긍심이라는 생각으로 인천 자동차산업에 대한 보존 움직임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우차보존연구소 연구원인 김동영씨왼쪽 두번째가 대우차 과거 임직원들을 만나 당시 이야기를 청취한 뒤 남긴 기념사진. 사진 대우차보존연구소

대우차보존연구소 연구원인 김동영씨왼쪽 두번째가 대우차 과거 임직원들을 만나 당시 이야기를 청취한 뒤 남긴 기념사진. 사진 대우차보존연구소

전시회는 내년 2월 9일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다. 전시를 보면 자연스럽게 ‘대우차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이 떠오를 수 있다. 그 질문을 연구원 동영씨에게 던져봤다.

“‘P100 프로젝트’라고 준대형 세단 개발 계획을 진행하다가 대우차가 망했어요. 만약 그때 부도 위기를 넘기고 그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면…. 아마 현대차그룹과 함께 세계에서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선의의 경쟁자가 됐겠죠. 특히 주 무대였던 신흥국에서는 더 강했을 겁니다.”

김창용 기자 kim.chang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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