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들여 환갑 여행 예약했다가…" 초유의 사태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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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도 정산도 마비 티몬 사태에
소비자도 자영업자도 분통 서울 강남 신사동 티몬 본사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최근 ‘티몬 사태’ 소식에 불안해하고 있다. 박 씨는 올해 부모님 환갑을 앞두고 부모님,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3대가 함께 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마침 티몬에서 저렴한 여행 상품을 보고 1000만원 넘는 돈을 들여 예약했다. 그는 “여행이 취소됐다는 연락은 받았는데 티몬 고객센터는 아예 연결도 안 되고, 여행사에선 아직 공지 온 게 없다며 기다리라고만 얘기한다”며 “티몬은 믿을 만한 이커머스라 생각하고 상품을 결제했는데 막상 이 사태가 벌어지니 전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이커머스 업체 티몬과 위메프에서 잇따라 거래 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들 이커머스에서 물건이나 서비스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판매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2021년 일종의 돌려막기식 사업을 하다가 환불 대란이 일어났던 ‘머지 포인트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티몬 고객센터는 24일 현재 주문·결제 취소에 나선 고객 문의가 폭증해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소비자들이 고객센터와 전화 연결이 안 된다며 아우성이다. 모바일 앱 등에서 제공하는 챗봇 상담 서비스도 대기 인원만 3000명이 넘는다. 일부 소비자들은 티몬 본사를 직접 찾아가 환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과 위메프에 여행상품이나 상품권, 티켓 등을 판매했던 업체들이 이들 이커머스 플랫폼으로부터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자 소비자들에게 환불을 권유하고 있어서다. 소비자들 역시 구매한 상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신용카드로 결제한 소비자들은 이들 이커머스 플랫폼이 카드 결제 취소 처리를 하지 않고 계좌로 환불해주겠다면서 계좌 입력을 요구,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5월 티몬에서 키즈카페 이용권 수십 만원어치를 구매한 심모씨는 이날 환불을 신청했지만, 티몬 앱에서는 “결제 취소에 실패했다”면서 환불받을 계좌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평소 카드 결제에 대한 취소를 빠르게 처리해왔던 티몬 앱에서 계좌로 환불해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부터는 환불 계좌 등록도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아 걱정이 더 커졌ㄱ다. 심씨는 “계좌 등록도 안되는 데다가 고객센터 연결도 안되는데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티몬 측에선 시스템 오류로 인한 문제라며 추후에 다시 환불 요청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티몬 환불계좌 등록 서비스에 오류가 생긴 모습. 사진=SNS 캡처 피해자들 대부분은 위메프나 티몬이 대형 이커머스 업체가 판매하고, 제품이나 상품권 사용처가 대형 유통업체들이 많아 이번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티몬을 통해 이마트 상품권 등 대형마트 상품권을 즐겨 구매하던 주부 김모 씨37는 “대형 이커머스에서 팔기에 별 의심없이 계속 구매해 왔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며 “상품권들 이용이 대부분 안 되고 있는데 생활비 좀 아껴 보려고 각종 상품권이 싼 값에 올라올 때마다 구매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배달대행 플랫폼 요기요 상품권이 사라졌다는 피해 사례도 올라오고 있다. 시중 가격보다 할인된 특가로 판매된 요기요 상품권을 티몬과 위메프 등에서 구매한 뒤 요기요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했는데, 남은 상품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현재 요기요 상품권과 관련한 제반 업무판매·환불는 대행사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상 요기요와 협의 없이 앱에 등록한 상품권을 취소할 수 없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배민 역시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서 상품권 판매하고 있다. 다만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난 7월 초부터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티몬에서 판매하는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기프티콘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한 소비자는 “요기요에 들어가보니 상품권 등록한 게 싹 사라져서 티몬에 들어갔더니 결제 완료된 3만원권 3장이 없었다”며 “쿠폰 사용 등록한 건데 이리 뺏어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탄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티몬이나 위메프가 모회사 큐텐의 물류 기업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거래 대금을 끌어다 쓴 게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큐텐은 국내외 e커머스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쏟아 부었다.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위메프, AK몰, 위시를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큐텐의 규모를 키운 후, 큐텐 산하 물류 기업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문제는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큐텐에 인수될 당시에도 갚아야 할 빚이 자본보다 큰 ‘자본 잠식’ 상태였다. 티몬은 지난 4월이 마감인 지난해 감사보고서조차 아직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 더욱 큰 자금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 유명 제과점에서 티몬 포인트를 받지 않겠다고 표기한 모습. 사진=SNS 캡처 자영업자들도 대금 정산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손실보상 시스템이 있어 어느 정도 대비를 할 수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이 티몬이나 위메프에서 산 상품권, 포인트 등에 문제가 생긴 것을 미처 알지 못하는 상점에 서둘러 결제를 한 정황도 있다. 최근까지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맥도날드에서 쓰면 된다", "포인트 결제가 가능한 업체를 공유하겠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동탄의 한 유명 제과점도 티몬에 쿠폰을 적립해두고 빵을 구매할 수 있게 해놨는데, 전날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동탄 지역 한 맘카페에는 “어제까진 해당 빵집이 결제가 가능하다고 들어서 남은 빵을 쓸어왔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 매장 직원은 “전날 사람들이 몰려서 빵을 많이 사갔는데 오늘부터는 사용이 안돼서 헛걸음하는 손님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전화로도 현재 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손님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티몬 측에서 일괄적으로 환불을 진행한다고만 들었으나 구체적인 시점은 모른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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