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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대신 육아몰입 기간이라고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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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7회 작성일 24-07-2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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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언어 순화’ 잇따라 동참
보호종료아동→ 자립준비청년으로
사회적 책임에 긍정적 의미 선택

육아휴직 대신 육아몰입 기간이라고 불러주세요

포스코에는 육아휴직이 없다.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신청하는 휴직 자체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육아휴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포스코는 이달 초부터 육아휴직 용어를 ‘육아몰입 기간’으로 대체,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육아휴직이 자칫 쉬러 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조언에 따라 육아에 온전히 집중한다는 의미의 육아몰입 기간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내부 호응은 좋은 편이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독일은 육아휴직을 ‘부모시간’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에는 육아휴직 기간 부모가 소프트 스킬Soft skills·타인과 소통하고 협업할 때 필요한 대인 관계 기술을 기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사례를 참고해 포스코는 육아몰입 기간·부모시간·육아연수 등 다양한 선택지를 내걸고 전 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지난달 진행했다. 조사에 응한 임직원 약 6000명 중 38%가 육아몰입 기간을 선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25일 “육아휴직에는 육아의 가치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육아몰입 기간으로 바꿔 부르며 육아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고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직원들도 편하게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포스코 뿐 아니라 대기업들이 언어 순화에 앞장서고 있다.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이 나날이 커짐에 따라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데도 내포한 의미까지 섬세하게 따져보려고 노력한다.


효성은 최근 ‘경력 보유 여성’ 취업 활성화 프로그램에 7000만원을 후원한 사실을 알렸다. 경력 보유 여성은 ‘경력 단절 여성’의 순화어다. 경력 단절 여성경단녀은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경제 활동을 중단한 여성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하지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단어를 경력 보유 여성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할 정도로 부정적 느낌이 강하다. 효성 관계자는 “회사 내부 논의 과정에서 단절이라는 부정적인 느낌보다는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의 긍정적인 의미를 살려쓰자는 의견이 나와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삼성을 비롯해 자립준비청년 지원을 하는 많은 대기업들이 ‘보호종료아동’보다는 자립준비청년을 용어로 주로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아동복지법 등에 따라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는 청년을 가리킨다. 앞서 관계부처에서도 보호받는 수동적인 대상이라는 뜻이 강한 보호종료아동 대신 자립을 준비하는 주체적인 존재라는 의미의 자립준비청년으로 부르자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기대 또한 높아지면서 평소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쓰던 단어들도 다시 생각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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