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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지쳤어요"…노는 대졸자 400만 시대, 젊은 10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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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6회 작성일 24-07-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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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대졸자 406만명…청년층 증가세 커


quot;한국에 지쳤어요quot;…노는 대졸자 400만 시대, 젊은 10명에 물었다
대졸 학력자 가운데 일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멈춘 채 비경제활동인구이하 노는 대졸자로 분류되는 사람이 406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연합]
#1. 4년제 서울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정모31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 도전했다. 대학 졸업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에 도전했으나, 계속해서 고배를 마셨다. 연거푸 낙방하던 정씨는 시험을 포기한 채 공기업에 도전했지만, 이 역시 3년째 최종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씨는 구직 의욕을 잃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현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2. 전문대학교를 졸업한 이모27 씨의 하루는 오후 6시에 시작된다. 좋아하는 방송인의 ‘유튜브 편집자’로 일하는 김씨는 편집한 영상 한 건당 돈을 받고 있다. 방송인의 방송 시간에는 해당 방송을 시청하고, 끝나면 곧바로 방송을 편집하는 형식이다. 부모님은 ‘언제까지 이렇게 살거냐’라고 지적하지만, 김씨는 ‘내가 알아서 산다’고 답했다.

[헤럴드경제=김용재·박지영 기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젊은 세대를 ‘삼포세대’로 칭한지가 10년이 넘었다. 시간이 흐르며 젊은이들은 더 많은 것으로 포기하기 시작했다. 집·경력·희망·인간관계 등이다. 그들은 이제 한국 사회의 20~40대를 폭넓게 차지하고 있다. ‘노는 대졸’ 400만 시대는 ‘N포세대’의 노동시장 통계다.

헤럴드경제는 노는 대졸자 가운데 ‘젊은 세대’ 10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왜 구직을 그만뒀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다. 본인 생의 의미는 무엇인지도 물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에 지쳤다”고 했다. 결혼도, 취업도 포기한 그들은 ‘내 한 몸’ 간수하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의 학력을 가진 노는 대졸자는 405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늘었다.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큰 규모다.노는 대졸자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이다. 육아·가사·심신장애와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 고용 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이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노는 대졸자는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1년 상반기월평균 404만8000명에 처음으로 월 400만명을 넘어선 뒤 이듬해 13만6000명으로 줄었지만, 다시 2년째 증가 추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노는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1%로, 처음 25%를 넘어섰다.

특히 노는 대졸자 증가세는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졸 이상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는 월평균 59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0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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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구두를 신은 시민이 서있다. [연합]
“노는 대졸자 원인? 첫 직장 선택하기도, 다니는 것도 어렵다”

이들은 왜 놀게 된 것일까. 노는 대졸자들은 공통적으로 ‘첫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28씨는 첫 직장으로 ‘영업 직무’에 발을 들였다가 잦은 회식에 시달렸다고 했다. 김씨는 “이러다 단명하겠다”라는 마음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뒀다.

김씨는 “지금은 ‘홈 프로텍터’라고 놀림 받지만, 어엿한 전업 투자자”라며 “결혼하려는 생각도 딱히 없기 때문에 가상자산과 해외주식에 투자하면서 평생 혼자 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광고 기획자로 취업했던 권모25씨는 직무가 자신과 맞지 않다는 생각에 7개월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권씨는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한 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권씨는 “주방에서 일하거나 바리스타 등을 해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접하니 재밌다”라며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스스로가 무엇을 잘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고맥락’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서울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던 성모33씨는 직장 생활 1년 6개월 만에 우울증·대인기피증·공황장애 판정을 받고 직장을 그만뒀다. 성씨는 현재 취업 의지를 잃고, 부모님 집에서 용돈을 받으며 하루종일 유튜브만 보고 있다고 한다. 성씨는 “사람간의 관계가 원래도 힘들었다”라며 “그런데 기업의 조직 문화가 정말 맞지 않더라. 버티질 못했다”라고 했다.

노는 대졸자 가운데 ‘쉬고 있다’고 대답한 청년은 2010년 27만명에서 2020년 44만명까지 증가했다. 2022년까지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재차 4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들어서도 40만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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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
평생 직장 의미 없어져…시험 준비하다가 포기해버린 이도

직장을 애초에 오래 다닐 생각이 없는 청년도 있었다. 일을 시작할 때 오래 일할 생각은 없어 계약직 2년을 채우고 올해 5월 퇴사를 했다는 최모27 씨는 “매일 10시부터 6시까지 노동으로 시간을 쓴다는 것이 아까웠다”라며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평생 계약직으로 살아도 혼자 사는데 아무 문제 없다”라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갖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4년제 지방대학을 졸업한 황모29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번번이 서류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황씨는 “부모님은 대기업만 가라고 말하는데, 내 스펙으로 무슨 대기업을 가겠느냐”고 되물으며 “사실상 취업 의욕 없이 ‘취업 준비생’이 직업인 상황”이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인크루트 자료에 따르면 채용계획을 정한 대기업 비율은 지난해 72%에서 올해 67%로 떨어졌다. 값비싼 학비를 내가며 어렵게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 시장의 문은 더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 시험, 회계사 시험 등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다가 의욕을 잃어버린 이도 있다. 5급 공무원 시험에 낙방했던 정모 씨는 “누군가는 낙오자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낙오하고 싶다고 낙오한게 아니다”라며 “내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했는데 이렇게 ‘전업 자녀’로 사는걸 어떻게 하겠나. 쉬다 보면 뭔가 하고 싶은게 생기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취업 시험 준비 분야 1위는 줄곧 일반직 공무원이었다. 2006년 첫 조사 때 공무원 준비 비중은 40.7%에 달했다 점점 줄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1위 자리를 일반 기업체에 내줬다.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도 18.5%에 달하는데, 이는 작년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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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에 실업급여 신청을 하려는 시민들이 앉아 있다. [연합]
전문가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줄이고 맞춤형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노는 대졸자가 많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도 부진한데, 좋은 일자리도 많이 없다”라며 “현재는 어떤 경로로 들어서느냐에 따라 본인의 평생 소득이 결정된다.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좀 더 기다리고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청년들에게 ‘대기업만 가지 말라’라고 할게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완화하고, 좀 더 많은 기회를 얻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첫 일자리를 갖기 까지 시간도 길고, 첫 일자리의 근속 기간도 짧다”라며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와 첫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큰데, 이 정보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생애 일자리에서 첫 일자리가 갖는 중요성이 크다. 더 나은 일자리로 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구직에 단념하는 청년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업 맞춤형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 고용정책을 유연화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가 여러 정책을 사용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제도 등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도록 바뀌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정부가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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