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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뭉술한 안보·이익 규정…中이 간첩으로 걸면 못 빠져나온다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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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4-11-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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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한국인 첫 구속 ‘中 반간첩법’

中 반도체 정보 유출 혐의

50대 한국인 남성 구금중

무죄 선고 가능성 희박해

지난해 4월에 개정안 통과

대상 범위·수사 권한 강화

6개월간 독방 인권 침해도


베이징 = 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부인, 두 딸과 함께 생활해온 50대 한국인 남성 A 씨의 집에 중국 국가안전국 소속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수사관들이 A 씨에게 제시한 혐의는 반간첩법 위반. 잠옷 바람으로 연행된 그는 그 길로 11월 현재까지 가족들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구금돼 있다. 중국에서 지난해 개정된 반간첩법으로 한국인이 구속된 것은 A 씨가 처음이다.


◇‘국가 안보와 이익’…자의적 판단이 문제 = A 씨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다니며 얻은 반도체 관련 정보를 한국에 유출해 반간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A 씨의 체포 배경이 된 중국의 반간첩법은 2014년 처음 만들어졌다. 1993년 제정됐던 ‘국가안전법’의 명칭을 변경하고 21년 만에 대폭 개정한 것으로, 간첩 활동의 의미를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법에 따라 직접 간첩 활동을 하거나 간첩 활동을 선동·지원하는 외국기관과 외국인이 처벌 대상이 됐으며 외국기관이나 외국인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하는 중국 내 기관·개인도 처벌받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 4월, ‘개정 반간첩법’이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과했고 같은 해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반간첩법은 간첩 행위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넓힌 게 특징이다. 기존 법령은 간첩 행위에 대해 ‘국가 기밀을 빼돌리는 행위’라고 규정한 반면 개정 반간첩법은 ‘기밀 정보 및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이라고 명시해 그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여기서 문제는 ‘국가 안보와 이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이다. 중국 당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커졌다. “걸면 걸릴 수 있는” 법이 된 것이다. 이에 일단 간첩 혐의를 받게 되면 무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 안보와 관련한 민감한 사안이기에 사건을 선뜻 맡는 변호사를 찾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간첩 혐의를 받고 재판정에 선 외국인 중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알려진 사례 중에는 없다. 이르면 이번 달 열릴 A 씨 재판에서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깜깜이 수사…인권 침해 가능성도 = 개정 반간첩법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간첩 행위 혐의자의 문서·데이터·자료·물품의 열람 및 수거 권한과 신체·물품·장소 검사의 권한이 법에 명시되고, 관련 개인과 조직에 대해 협조 의무가 부여된 것이다. 간첩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도 강화돼 간첩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에도 행정구류 등 처분이 가능하다. 간첩 행위에 있어 수사당국의 권한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간첩 행위 혐의자에 대한 수사 과정 역시 불투명하다. A 씨의 사례에서도 A 씨 가족은 수사 진행 상황은 물론 그의 정확한 혐의마저 알지 못하는 상태다. A 씨의 딸은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반간첩법 위반 혐의라고만 하고 자세한 혐의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CXMT 근무 당시의 일만 자세히 물었기에, 당시의 일을 문제 삼는다고 추정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인권 침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8년 12월 중국 체류 중 간첩 혐의로 체포돼 3년간 억류됐던 외교관 출신 캐나다인 마이클 코브릭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거의 6개월간 독방에 갇혀 있었다” “정신적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인에 12년형 선고…‘인질외교’ 이용도 = 2014년 반간첩법이 제정된 이후 여러 차례 외국인들의 처벌 소식이 전해졌다. 가장 많은 사례는 일본인으로, 2014년 이래 최소 17명의 일본인이 반간첩법 위반으로 처벌됐다. 대부분이 중형을 선고받았는데 지난 2019년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다 구속된 50대 일본인은 지난해 11월 재판에서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7명 가운데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된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일단 기소되면 유죄 판결을 받고 외교적 협상 등을 통해야 석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구 국가 국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서 40년 이상 일해온 영국인 기업가 이언 스톤스는 해외에 불법으로 정보를 넘긴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호주 국적의 언론인 청레이成뢰는 2020년 외국 기관과 접촉해 업무상 취득한 국가 기밀을 넘긴 혐의로 3년간 구금됐다. 중국계 호주 작가인 양헝쥔楊恒均은 2019년 간첩 혐의로 체포되고 5년간의 구금 끝에 지난 2월 1심에서 사형과 함께 2년간 형 집행을 유예한다는 선고를 받았다. 사형 집행유예는 형 집행을 유예한 뒤 수형 태도 등이 좋을 경우 무기징역으로 감형해주는 중국 특유의 사법 제도다. 중국 정부 기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그는 2000년 호주로 건너간 뒤 SNS 등을 통해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해 왔다.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외국인의 경우 ‘인질외교’에 이용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일본인에 대한 반간첩법 위반 혐의 적용은 동중국해, 대만 문제 등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된 시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코브릭의 경우 간첩 혐의로 체포된 시점이, 캐나다 정부가 미국 요청에 따라 중국 최대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체포한 직후여서 중국의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레이 역시 풀려난 시기가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회복된 시기와 맞물린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미·중 갈등 속 외국인, 외국 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캐나다, 호주, 일본처럼 미국과 관계가 깊은 국가 국민들이 반간첩법 위반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많아 ‘인질외교’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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