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국 단위 기업형 헬스장 먹튀 의혹 또 터졌다···경찰 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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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지난달 말 전국 지점 수십 곳을 둔 기업형 헬스장이 갑작스럽게 폐업하면서 남은 회원권을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경찰이 본사 대표 등을 상대로 수사에 나섰다.
6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최근 연달아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기업형 헬스장 A 사 대표 B 씨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A 사 지점장 등에 대해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A 사는 한때 전국 곳곳에 70여 개 지점을 둔 바 있는 대형 헬스장 브랜드로, 현재는 대구·경북·서울·경기 등 지역에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A 사 산하 지점들은 지난달 말부터 직원들의 임금 체불이나 공과금 미납으로 인한 온수·가스 중단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운영 중단을 통보하고 있다. 방배점의 경우 지난달 22일 회원들에게 “현재 수 개월간 근무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한 상태”라며 “운동복·수건을 지참하신 상태로 센터라도 이용할 수 있게 매장을 개방해놓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경북 경산 정평점도 지난달 21일 “재정문제로 내일부터 가스가 중단된다”면서 “온수 외 매장운영은 정상 운영된다”고 공지했다.
헬스장 내 직원들도 임금 체불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면서 헬스장 이용은 불가능한 상태다. 일부 매장은 개인 짐이 건물 안에 놓여 있지만 문이 잠겨 출입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남은 회원권에 대해 환불을 요구하고 있지만 “본사의 사정으로 환불 절차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오고 있다.
A 사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회원권을 결제한 피해자들은 신용카드 할부 철회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권 기간을 8개월 남겨둔 한 피해자는 “카드사에 할부 철회권을 요청했더니 결제대행PG이기 때문에 카드사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면서 “본사가 앱 결제를 취소해야 한다고 하는데, 본사는 계속 연락두절 상태”라고 호소했다. 일부 지점에서는 “인수자와 접촉 중”이라고 알리고 있지만 실제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문제는 이 같은 헬스장 ‘먹튀’가 간판만 바꾼 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적자를 이유로 1년 만에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방배점은 A 사가 2022년 ‘먹튀’ 의혹을 샀던 또 다른 대형 헬스장 브랜드 C 사를 인수한 지점이다. C 사 헬스장을 이용했다는 피해자는 “당시 피해금액이 400만 원 상당이라 한국소비자원에 진정서를 내고 단체 고소도 진행했다”면서 “A 사가 당시 회원을 전체 인계하면서 다니게 됐는데 똑같은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레이너들도 임금 체불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2022년 8월부터 방배점에서 근무한 트레이너 D 씨는 “올해 8~10월치 급여 500만 원을 받지 못해 지난달 말 단체 민사소송을 접수했다”면서 “올해 여름부터 임금이 나뉘어 들어오더니 ‘10월까지 주겠다’고 공지한 뒤 아예 임금이 끊겨 실직자가 됐다. 다른 트레이너들도 300~500만 원의 급여가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인 전국 다른 지점까지 합치면 임금 체불만 수십 억 원 대의 피해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A 사 관계자는 A 사가 무리한 확장으로 사실상 ‘파산 상태’라고 전했다. A 사의 법인 계좌는 가압류 상태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운영 미숙으로 적자 매장들이 늘기 시작했는데, C 사 인수합병 이후 적자 매장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 관리비를 지불할 여력이 되지 않아 경기 김포의 한 지점의 경우 월세만 2억 4000만 원이 밀려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폐업 상태는 아니지만, 계좌 내 카드 미지급금을 지급할 금액이 남아 있지 않다고 들었다. 본사에 남아 있는 인력이 아예 없어 환불 금액을 보고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 B 씨는 본지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수사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이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각 지점별로 ‘피해자 모임방’이 생겼다. 참여자가 많은 방은 약 390명에 달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전국 지점 수를 고려하면 피해자 수는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계속 접수되고 있어 들어오는 추이를 보고 병합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면서 “수사 초기이기 때문에 고소인들의 진술을 받아 보고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서울경제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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