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농산물값 상승률, 5년내 최고
배-수박 등도 한달새 10%대 올라
“육회에 배 대신 참나물 올리는 판”
이상 기후에 가격 더 오를 가능성
“지난주 상추 값이 이달 초보다 3배나 뛰었어요. 손님들은 상추 더 달라고 하는데 매번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죄송하네요.”
서울 강북구에서 17년간 고깃집을 운영한 박모 씨63는 지난주 밑반찬 셀프바에서 상추를 뺐다.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탓에 상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쌈채소 리필 횟수도 1번으로 제한했다. 박 씨는 “간혹 불평하는 손님들도 있어 사장인 내가 직접 나서서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있다”며 “올여름 폭우에 폭염까지 겹칠 것이라고 해서 더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 집중호우에 적상추 한 달 새 2배 넘게 ↑
최근 장마와 폭염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밑반찬 리필 횟수를 제한하거나 음식에 들어가던 과일을 다른 종류로 바꾸는 등 재료 값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4일 기준 적상추상품 소매가격은 100g에 2088원으로 한 달 전922원보다 약 2.2배로 뛰었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22.5% 비싼 수준이다. 깻잎도 100g에 253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9.6% 상승했고 배추 역시 1포기에 5144원으로 전달보다 47.5% 급등했다. 지난 5년간 매년 6월의 전체 농산물 가격 상승률 수치를 비교했을 때도 올해13.3%가 가장 높았다.
특히 도매시장에서도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밥상물가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22일 대전 유성구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장에서 만난 중도매인 김대겸 씨25는 “2만 원이었던 상추 한 상자가 며칠 만에 4만 원대 중반이 됐다”며 “폭우가 퍼붓고 가더니 금金추가 됐다”고 했다. 실제로 충청권에 집중 호우가 내리기 전인 9일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4kg짜리 적상추 한 상자 최고 낙찰가는 3만800원이었지만, 23일에는 5만6500원으로 83.4%나 뛰었다.
● “폭우·폭염 반복되면 채소 생육에 악영향”
채소뿐만 아니라 일부 과일·과채류 값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배신고·상품의 경우 24일 기준 소매가격이 10개당 8만5813원으로 1개월 전보단 19.3%, 평년보단 127.2% 상승했다. 수박1개·2만3448원과 토마토1kg·4831원도 한 달 전보다 각각 12.5%, 13.5% 올랐다.
합정역에서 요리 주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육회에 배를 함께 올렸지만 올해부터는 이를 참나물로 대체했다. 배 값이 크게 뛰며 재료 값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A 씨는 “육회에 배 하나가 통째로 들어갔는데 현재 배 값만 해도 5000원이 넘는다”며 “안 그래도 매출이 줄었는데, 급등한 배 값까지 감당하기 벅차 재료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상추 주산지인 충남 논산시 등에서 침수 피해로 인해 상추 공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재배시설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다음 달 상순 이후 공급량은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보다 20%가량 값이 오른 배추는 수급 안정을 위해 하루 220∼250t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이상 기후가 반복되며 이후에도 폭염과 폭우 등이 지속되면 농산물 물가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기상 여건을 봐야 하긴 하지만 폭우나 폭염이 지속되면 채소 생육 자체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장마 이후의 폭염은 채소, 과일 등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오랜만에 안정세를 찾은 물가가 장마 등을 계기로 다시 오를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23일 “기상이변과 기저효과 등으로 7월은 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