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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부자 감세 밀어붙인, 그들만을 위한 상속세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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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2회 작성일 24-07-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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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세율 10%p 낮추고 기준도 20억이나 완화…중산층 보호 명분은 어디에? 자녀공제 1인당 5억? 상속세 많이 낼 5060 형제 평균 5명… 30억씩 공제해줄 판 "超 부자 위한 상속세 개편은 서두르면서 근로소득세 기본공제는 인상한 적 있나" 가업 상속·승계 공제 최대 1200

7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기획재정부 정정훈 세제실장, 기획재정부 김범석 1차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손경식 위원장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이전오 부위원장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상속세의 과표구간과 세율, 인적공제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부자 감세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자산가들의 투자 의욕 등을 고취시키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다른 상속 관련 세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인공 세목은 단연 상속세다.


바뀐 점은 세 가지다. ①우선 과세표준 구간 중 최저세율 적용 구간의 기준을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올려 납세 대상을 줄였다. ②또 최고세율 50%를 적용받았던 30억 원 초과 구간을 삭제하고, 10억 원 초과시 40% 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이 최고세율 구간이 됐다. ③마지막으로 그동안 1인당 5천만 원까지 공제됐던 자녀 세액공제 금액은 5억 원으로 대거 상향했다.

그동안 정부와 보수 정치권은 자산 가격은 올랐지만 상속세는 20여 년 동안 바뀌지 않아 중산층까지 상속세 부담을 지게 됐다며 개편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작 최저세율 적용 구간 기준은 고작 1억 원만 완화된 반면, 최고세율 구간은 세율이 10%p나 깎이고 기준도 20억 원 완화됐다. 중산층을 위한 감세라는 명분이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 최저세율 적용 구간 기준을 완화한 것도 중산층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재산가액 기준 과세 대상 중 1억원 이하의 총결정세액은 전체의 0.05%에 불과했다. 반면 30억 원 초과 구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년 동안 60~70%대를 오갔다. 애초 현행 상속세 자체가 중산층과는 거리가 먼 세금이라는 얘기다.

특히 눈길을 끄는 지점은 인적공제 중 자녀 공제 항목이다. 정부 안대로라면 1인당 5억 원씩 공제되므로, 일괄공제나 배우자 공제의 최소치도 5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일견 합리적이다. 그동안 다른 인적 공제를 차치하고 보면 자녀가 7명은 있어야 자녀 공제를 활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기본공제 2억 원을 고려하면 자녀가 1명만 있어도 굳이 일괄공제를 선택할 필요가 없게 됐다.

문제는 상속세를 주로 납부할 대상 연령층에서 자녀가 1, 2명만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는 점이다. 상속세는 부모 등이 숨졌을 때 적용되기 때문에, 상속인들도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50대 이상 중고령층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속인들의 형제가 2명 이상일 것으로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년·고령층인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형제 수는 5.1~5.3명에 달한다.

즉, 다른 인적 공제사항은 해당되지 않더라도 자녀 5명의 인적공제 25억 원에 기본 공제 2억 원을 더하고, 배우자 공제 5억 원까지만 합쳐도 상속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32억 원까지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보는 중산층이 무엇인지 그 기준이 의심스러울 수준이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상속 건수 중에 5% 정도 밖에 상속세를 내지 않아 지금도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초超부자다"라며 "부자감세라는 얘기가 너무나 식상할 수 있지만, 이것은 명확하게 부자 감세를 넘어선 초超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다.

애초 정부가 초부자, 고자산가와만 관련된 상속세 개편에는 서두르는 일 자체가 불평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유호림 교수는 "그동안 상속세가 바뀌지 않아 세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하는데,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는 기본공제를 인상한 적이 있는가"라며 "1800여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공제 금액은 손도 대지 않으면서 고작 10만여 명만 내는 상속세 공제는 10배씩 인상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을 넘어 특정 자산가들을 위해 원포인트로 조세 부담을 크게 경감해주는 문제"라고 비난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더 나아가 상속세와 함께 다뤄진 각종 상속·증여 관련 세제 개편도 대거 이뤄질 예정이다. 기업승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를 폐지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변화다.

똑같은 주식이라도 평범한 소시민이 가진 소액의 주식은 액면가 그대로 계산하지만, 대기업 재벌 일가에서 경영권 방어수단 등으로 보유하는 대주주의 주식의 실질적인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일면 주식가격이 순식간에 치솟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부는 기업의 소유주인 최대주주가 가진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에는 20% 더 비싼 값으로 따로 할증 계산해 세금을 매겼는데, 이를 폐지한다는 얘기다.

또 가업 상속·승계 제도의 대상과 공제한도도 대거 확대한다. 우선 현행 제도에서는 중소기업·매출액 5천억 원 미만 중견기업에만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매출액과 관련 없이 상호출자제한 기업만 제외해 사실상 거의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또 밸류업기업 가치·주가 제고, 스케일업단기간 내 매출·고용 급성장 기업에는 공제한도를 2배 늘리고, 특히 기회발전특구에 창업·이전한 기업은 아예 공제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무제한 적용한다. 밸류업, 스케일업에 적용되는 공제한도 상한선은 1200억 원으로 뛰었는데, 1997년 처음 제도 도입 당시 불과 1억 원이었던 공제 한도가 1200배나 급증한 것이다.

기회발전특구 기업의 무제한 공제도 정부가 강력하게 사후 관리에 나서지 않으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유 교수는 "본점만 기회 발전 특구에 옮겨놓고, 가업 상속을 진행하면 상속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상속할 수 있지 않느냐" "상속세를 놓고 국회에서 논란이 벌어질텐데, 이 부분이 숨은 포인트"라고 짚었다.

이처럼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물론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연일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어 셈법이 복잡해질 수는 있다. 민주당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대표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 등 감세론을 적극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이러한 감세 주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한 만큼, 정부안에 담긴 대대적인 상속세제 개편안은 손볼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데 한번에 10배나 치솟은 자녀공제의 경우 1인당 1억 원 등 더 낮은 금액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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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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