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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추락은 남일 아니다…삼성 반도체 수장이 벼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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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4-09-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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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신화? IDM 인텔 추락의 교훈

■ 경제
‘초격차’는 이 기업을 위해 태어난 단어였다. 집적회로를 처음 개발한 로버트 노이스와 ‘무어의 법칙’의 고든 무어가 1968년 공동창업한 인텔 말이다. 이후 반세기 동안, 반도체 설계와 제조공정 모두에서 타사를 압도한 종합반도체회사IDM 인텔에는 도무지 틈이 없어 보였다. 지금 인텔은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당할 위기다. 다우존스에서 쫓겨나면 인텔의 주가는 더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올해 들어 20% 오를 동안, 인텔 주가는 60% 하락했다. 인텔은 왜 이렇게 추락했을까.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은 삼성 반도체는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파운드리로 진출한 인텔·삼성…시너지 못내 주력사업도 발목
설계·제조 모두를 가진 인텔은 이제 무엇 하나 시원치 않은, 덩치만 큰 공룡으로 전락했다. 전성기를 맞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엔비디아,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와는 극적인 대조다. 벼랑 끝에 몰린 인텔은 16일현지시간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파운드리를 자회사로 분사하는 방안이다. 미국 이외의 유럽·아시아 대형 투자는 중단하며, 잡다한 제품군은 인텔의 주력인 x86 중앙처리장치CPU 위주로 정리한다. 지금처럼 모든 걸 다 하면 파운드리는 물론 기존의 CPU마저 흔들린다는 판단에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인텔뮤지엄에 들어서면 ‘인텔의 역사=반도체의 역사’임을 체감하게 된다. 1971년 출시한 최초의 민간용 단일 칩 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텔 4004’를 시작으로 ‘386’ ‘486’ ‘펜티엄’ 등 역사적 프로세서들이 벽면을 수놓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전직 임원은 1990년대 당시 인텔의 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요즘 엔비디아가 잘나간다지만 도전자도 많잖아요. 당시 인텔은 다른 회사들이 감히 반란을 생각조차 못했던 신神같은 존재였다.” 신은 지금 추락했다.

지난달 1일현지시간은 실리콘밸리 역사에 ‘인텔 쇼크’로 기록될 날이다. 인텔은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조차 “실망스럽다disappointing”고 할 정도로 충격적인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28억 달러약 17조5500억원에 영업적자 16억1000만 달러약 2조2100억원. 매출의 60%인 소비자 제품군은 PC 시장 포화로 성장이 멈췄고,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부문 매출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그날 인텔 주가는 26% 하락했다.

PC용 CPU 칩을 만드는 소비자 컴퓨팅 사업부CCG는 인텔의 간판이다. ‘인텔 인사이드’ 슬로건이 상징하듯 인텔은 이 시장에서 항상 70% 이상을 독식했다. 그러나 인텔로부터 라이선스를 간신히 얻어 CPU를 만들던 AMD는 2014년 리사 수 CEO 취임 후 무서운 추격자가 됐다. 전체 점유율은 인텔이 아직 앞서지만 게이밍 등 고성능 칩에서 AMD에 밀렸고, 최근 출시한 인텔 13·14세대 CPU의 불량 의혹으로 인텔은 팬심心마저 잃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ARM의 아키텍처에 기반한 PC 프로세서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x86인텔 프로세서에서 사용하는 명령어 집합 구조 체제를 위협한다.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ARM 프로세서가 인텔의 안방인 PC까지 넘보는 형국이다.


AI열풍이 부른 첨단 패키징 붐…‘한우물’ 엔비디아·TSMC 질주
인텔의 서버 제품군DCAI은 철옹성이었다. 인텔이 세계 서버용 CPU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인텔 CPU 사양이 나와야 서버를 만들기 시작한단 얘기가 통용될 정도였다. 그러나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면서 세상의 관심은 온통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AI ‘훈련Training’과 ‘추론Inference’으로 향했다. 데이터센터 GPU 시장이 연간 28.5%씩 성장한다는 전망에도, 인텔의 2분기 DCAI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다. 인텔이 다급히 내놓은 AI 가속기 ‘가우디’는 갈 길이 멀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전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 중 설계와 최첨단 제조 공정을 모두 하는 곳은 인텔과 삼성전자뿐이다. 하필 이 두 곳에서 울리는 경고 사이렌이 가장 크다. ‘지금 위기인 건 인텔인가, IDM 자체인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설계-제조를 수직계열화하는 IDM은 잘 안되면 옆 사업부의 부진이 들불처럼 옮겨붙는다. 설계-제조-세트완제품까지 모조리 내재화했던 일본 IDM이 2000년대 들어 그렇게 몰락했다. 인텔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CPU 칩이 시장에서 엔비디아·AMD 등 ‘Made in TSMC’를 쓰는 경쟁사에 뒤처지면서 고객사들이 인텔 파운드리를 외면했고, 인텔 CPU 경쟁력까지 발목이 잡혔다. 결국 인텔은 차세대 CPU ‘루나레이크’ 생산을 자사 파운드리가 아닌 TSMC에 맡겼다.

그 사이 전 세계에 벌여 놓은 공사판 청구서가 날아든다. 지난 2분기 인텔 파운드리IFS는 매출 43억 달러에 영업적자 28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13억 달러·올 1분기-25억 달러를 지나면서 적자 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중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1980~90년대 이후 세계 반도체 산업계는 설계/제조/후後공정을 분리하는 ‘수평 분업화’로 나아갔다. 세상에 필요한 반도체는 다양해지는데, 이걸 제조하기 위한 설비를 갖추는 비용은 막대해져서다. 당시 팹리스들은 대형 팹제조 공장을 보유한 회사의 철저한 ‘을乙’이 되어, 이들의 생산라인이 빈 때에 겨우 자기 칩을 제조할 수 있었다. 1987년 모리스 창 박사는 이 점을 노려 ‘남의 칩만 만드는 회사’로 TSMC를 세워 세계 1위 파운드리로 키웠다.

삼성과 인텔은 메모리와 CPU라는 확고한 성공 신화를 발판으로 영토를 파운드리까지 넓히는 승부수를 걸었다. 그러나 메모리와 CPU, 파운드리는 서로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사업이었다. TSMC 퇴사 후 인텔 파운드리 기술고문을 지낸 양광레이 교수는 “IDM이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려면 완전히 다른 정체성이 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설계-제조-후공정이 나뉘어 자기 분야 연구개발Ramp;D에 집중하는 현재의 분업 구조에서, 모든 걸 다 챙겨야 하는 IDM은 불리하다.


‘주력 초격차’ 때가 IDM 전성기…삼성도 선택과 집중 고민할 때
미국에서는 인텔의 위기를 ‘미국산 반도체’의 위기로 본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4일 ‘미국 반도체 제조를 부흥시키려 인텔에 커다란 베팅을 한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야심 찬 정책은 인텔의 경영난으로 커다란 좌절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미국 칩스법 덕에 85억 달러의 보조금과 110억 달러의 대출을 받기로 했지만, 아직 실제 입금 내역은 ‘0달러’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관건은 결국 집중이다. 과거 인텔의 메모리 사업 철수가 성공한 건, 이후 집중한 CPU가 인텔의 전성기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인사는 “IDM이 여러 개를 하는 듯 보여도 경쟁력은 주력 분야에서 나온다”며 “인텔의 CPU와 삼성의 D램이 압도적 성능과 기술로 시장을 선도할 때가 IDM의 전성시대였다”고 말했다. 인텔은 매각·분사 등 모든 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연말까지 인력의 15% 이상을 감축할 계획이다. 당장 간식·피트니스 등 사내 복지를 모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삼성전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반도체 부문 새 수장에 오른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달 사내 게시판에 “현재를 모면하기 위해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와 의지만 반영된 비현실적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가 퍼졌다”고 지적하며 조직문화 대수술을 예고했다.

■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초격차’ 인텔 신화도 깨진다…삼성이 살 길, 결국엔 ‘한 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6658

TSMC 임원 출신 첫 인터뷰…삼성 파운드리에 던지는 충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8572

“빅테크, 삼성·SK 눈치 볼 것” HBM 혁명 성공 때 벌어질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7353

월급 14억, 성과급 현금 50억…삼성전자 CEO 연봉 계산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2674

분사하면 연봉 2배 더 준다…‘삼성판 민희진’ 키우는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2101

심서현·이희권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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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서현.이희권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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