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의 모회사가 바뀌었다…두산의 큰 그림?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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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신성장동력인 로봇 사업을 키우기 위해 ‘알짜 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스마트머신, 클린에너지, 첨단소재 등 3대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두산밥캣을 떠나보낸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두산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두산로보틱스에 힘을 실어주면서 오너 일가 이익만 챙겨준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로봇 사업 더 키우기로 두산그룹은 최근 대대적인 사업 재편 방안을 내놨다.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넘기는 것. 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를 기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46.06%을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기로 했다. 두산밥캣은 매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두산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에만 1조389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해 두산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7%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에 비해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 이후 매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132억원, 지난해에도 192억원 적자를 냈다. 정리해보면 이번 사업 재편은 두산밥캣 자금력을 활용해 로봇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두산밥캣과 모회사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동안 별도 회사나 다를 바 없었다. 원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힘써온 두산에너빌리티, 건설기계 사업을 해온 두산밥캣 사업 영역이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넘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일단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 로봇 기술을 이전받아 굴착기 등 건설기계 성능을 높이는 데 힘쓸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생산하는 협동 로봇을 두산밥캣 공장 자동화에 적용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서도 두산밥캣이 미국, 유럽 등에 구축한 수천 개 딜러망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술 등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가 공동으로 연구개발Ramp;D에 나설 만한 분야도 적지 않다. 두산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모션 제어 기술 개발, 비전 인식 기술 강화, 고성능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 양 사가 개별적으로 진행해오던 Ramp;D 과제를 공동 수행해 중복 투자를 걷어내고 시너지를 내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두산밥캣 배당액이 두산로보틱스에 유입되는 만큼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서는 넉넉한 투자자금 확보 효과가 나타난다. 향후 글로벌 로봇 기업 인수합병Mamp;A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서는 협동로봇 등 주요 사업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데, 매년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두산밥캣을 든든한 자금줄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재계 관계자 귀띔이다. 이번 사업 구조 재편 과정에서 1조2000억원가량 차입금 감축 효과로 두산그룹 재무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 관계자는 “업종 구분 없이 혼재된 사업들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끼리 모아 클러스터화하는 것이 이번 사업 재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밸류업 정책에 ‘찬물’ 지주사, 두산밥캣 지배력 확대 두산그룹이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지만 시장에서 날 선 비판에 직면했다. 두산 오너 일가가 비용 부담 없이 그룹 캐시카우 두산밥캣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익이 훼손됐다는 것이 요지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강제로 상장폐지당할 판”이라며 두산 오너 일가를 성토하는가 하면, 캐시카우를 내주게 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며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시장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상장회사 합병비율 조항을 ‘최대로 악용한 사례’라며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합병비율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크게 3단계다. 두산에너빌리티를 1 대 0.25 비율로 존속 사업법인과 두산밥캣 지분46.1%을 보유한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한다. 그 뒤 신설회사를 1 대 0.13 비율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주주가 보유한 두산밥캣 잔여 지분 44.9% 등을 두산밥캣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바꾸는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취득한 뒤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밥캣 주주 모두 합병비율에 불만을 갖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사이에선 합병 비율 ‘0.03’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는 분할합병 완료 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갖고 있는 투자자가 로보틱스 주식 3주를 받는단 의미다. ‘0.03’이라는 숫자가 도출된 과정은 이렇다. 상장사 A두산에너빌리티의 특정 사업 부문을 떼내 상장사 B두산로보틱스에 합병시키면 A 주주들은 사업 부문을 넘겨준 대가로 B의 신주를 받는다. 신주를 얼마나 받을지는 A가 사업을 떼낼 때 적용한 분할비율과 그 사업을 B가 흡수할 때 합병비율을 곱한 ‘분할합병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문에 분할합병비율은 ‘0.24분할비율×0.13합병비율’을 하면 대략 0.03이 된다. 시장 일각에선 에너빌리티 분할합병 과정에서 신설회사가 비상장사가 돼 기업 평가가 시장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두산밥캣 주주도 합병비율을 두고 분통을 터뜨린다. 두산밥캣 주주는 밥캣 1주를 내놓으면 로보틱스 0.63주밖에 못 받는다. 두산밥캣 주주 C씨는 “우량 기업에 직접 투자해 미래 성장을 공유하려 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고평가 로봇 테마주로 바꾸든지 현금 청산을 당하든지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논란이 확산한 배경은 두산밥캣과 로보틱스 간 본질 가치 차이 때문이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9조7589억원,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530억원에 영업손실 192억원을 냈다. 2015년 설립 이후 줄곧 적자다. 밥캣 주주 사이에서 연간 1조원을 버는 알짜 회사 주식 대신, 중장기 성장이 불확실한 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해야 하고, 그마저 1주에 0.63주밖에 못 받는 상황이 달갑지 않단 해석이 확산한 배경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 합병비율 조항을 최대로 악용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두산 측이 산정한 합병비율 산정 방식 자체는 절차적 흠결이 없다. 우리 자본시장법은 상장회사 합병 시 기업가치를 ‘시가’로 정하도록 했다. 결국 이번 지배구조 개편 최대 수혜자는 두산 지배주주라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두산 → 두산에너빌리티30% → 두산밥캣46%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는 ㈜두산 → 두산로보틱스42% → 두산밥캣100%으로 변경된다. 두산의 두산밥캣 간접지분율은 14%에서 42%로 대폭 증가한다. 시너지 두고 의견 갈려 기관 투자자도 당혹감 분할합병 시너지를 두고도 모호하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물론 펀드매니저 사이에서도 당혹감이 읽힌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발표 직후 삼성증권은 “건설장비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로봇 회사 주주가 되는 셈”이라며 “일반적으로 시장은 복합 기업, 지주사보다 순수 영업 회사를 선호한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목표주가 역시 주식매수청구가격까지 낮췄다.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으로 시장은 해석한다. 보고서를 낸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로보틱스로 편입되는 이번 변화가 두산밥캣 재무와 영업 활동에 미치는 효과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 배당 능력이 우수한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효과가 있지만, 두산밥캣은 단순히 대주주가 바뀔 뿐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국내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교환비율은 자본시장법상 시가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로보틱스를 살리려 밥캣 주주들이 희생해야 하는 상황인 탓에 주가 추이를 살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시각이 갈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두산그룹 전체로 보면 두산밥캣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배당수익 기반과 재무 대응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더 이상 두산밥캣 배당수익을 받지 못하고, 투자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던 두산밥캣 지분2조2000억원 규모이 사라져 재무 융통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설 법인으로 자산과 부채가 넘어간 것도 부채비율 상승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신설 법인으로 넘어가는 회사채는 두산밥캣 지분이 담보로 제공된 3억달러 외화보증사채가 전부다. 신용등급을 보유한 1800억원 규모 회사채는 존속법인에 남는다. 나신평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차입금 이관과 투자 주식 처분으로 유동성을 보강할 예정이지만, 두산밥캣을 잃는 데서 초래되는 부정적 영향을 모두 상쇄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봤다. 한국기업평가 시각은 조금 달랐다.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여전히 양호한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종속회사 지분 처분이 재무안정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번 변화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두산에너빌 주주 반발 변수 外人·국민연금 표심 촉각 앞으로 관건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과 주식 교환 안건 통과 여부, 회사별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다. 투심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어 주총 결의, 주식매수청구 등 후속 절차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두산그룹은 분할합병 성공을 위해 앞으로 두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첫째, 주총 통과다.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안건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수 3분의 1 이상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반대가 변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기타주주가 결집해 반대할 경우 주총 통과가 무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는 연결 손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가 분할돼 나가는 것”이라며 “원전 시장에 대한 기대감 등이 지속되면서 주가가 매수청구가인 2만890원 위에서 유지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외국인 투자자 표심이 복병이다. 현재 두산밥캣 대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로 지분 46%를 갖고 있다. 이외 외국인 투자자가 약 39%, 국민연금이 7% 정도 보유 중이다. 결국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가 이번 분할합병 정당성을 인정하는지에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다. 주총 문턱을 넘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를 지켜봐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분할 등 주총 특별결의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보유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되사달라고 청구하는 권리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상법에서 보장한 권리다. 주총 문턱을 넘고도 예상을 웃도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합병을 포기했던 사례가 적지 않다. 두산그룹은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주식매수청구 규모 상한을 각각 6000억원, 5000억원으로, 밥캣은 1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매수청구 규모가 이를 웃돌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무위로 돌아간다. 결국 향후 주가 추이에 따라 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가늠되고 지배구조 개편 향방이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 반발과 불확실성 확대로 분할합병 대상 기업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가는 매수청구가격을 소폭 밑도는 수준으로 아직은 매수청구권을 적극 행사할 유인은 부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두산, 잇따른 사업 재편으로 변신 소비재 → 중후장대 → 첨단제조업 전환 두산그룹은 잇따른 논란을 딛고 사업 재편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두산이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포목상으로 출발해 맥주, 유통 등 소비재 기업으로 변신한 데 이어 중공업, 기계 중심의 B2B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 이번 사업 재편은 크게 보면 세 번째 변신이다. 두산그룹의 시초는 박승직 창업주가 1896년 서울 종로4가에 연 포목점 ‘박승직상점’이다. 1950년대 들어 무역업을 시작했고 1952년 동양맥주현 오비맥주를 세워 유통 사업에 나섰다. 그러다 2001년 오비맥주를 네덜란드 투자 기업 홉스에 매각한 이후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대우종합기계현 HD현대인프라코어,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을 인수해 중후장대그룹으로 체질을 바꿨다. 2007년에는 미국 건설기계 기업 밥캣현 두산밥캣을 인수해 사업 영역을 더 넓혔다. 하지만 변신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문재인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 여파로 두산에너빌리티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고, 건설 경기 부진으로 두산건설도 자금난에 직면했다. 두산그룹은 클럽모우CC 매각을 필두로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두산모트롤BG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떠나보내며 자구안에 속도를 냈다. 2022년 2월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긴급 운영자금 3조원을 조기 상환하면서 2020년 3월 이후 23개월 만에 비로소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 어쩔 수 없이 그룹 규모는 쪼그라들었지만 원전, 신재생에너지 수주가 늘면서 두산에너빌리티 분위기가 되살아난 점이 호재였다. 두산밥캣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또다시 로봇 중심의 첨단제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두산그룹 사업 구조는 크게 3대 축으로 바뀐다. 로봇, 기계 등 ‘스마트머신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원자력발전·수소 사업 등 ‘클린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반도체·첨단소재두산테스나 등이다.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 당장 두산로보틱스가 핵심 역할을 도맡을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두산로보틱스는 협동 로봇 분야에서 국내 1위, 세계 4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다만 아직 수익 창출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30억원, 영업손실 192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매출 9조원 수준인 두산밥캣을 흡수합병하면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두산로보틱스가 수익성을 높일 때까지 투자 재원 확보 부담도 덜 수 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두면서 두산밥캣이 북미, 유럽 등에 걸쳐 보유한 네트워크, 파이낸싱 역량, 경영 인프라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기준 16곳인 북미 판매법인을 2027년까지 6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경쟁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주요 협동 로봇 업체들이 올해 북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도 부진을 겪은 이유가 현지 판매법인 인력과 딜러망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의 판매법인과 딜러망을 직접 공유하면 보다 공격적인 판매 채널 확대가 가능해진다. 두산밥캣 딜러망을 활용해 애프터서비스AS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영업력을 높이는 식이다. 또 두산밥캣의 공장 15곳은 신규 제품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두산밥캣 고객사에 협동 로봇, 솔루션 등 두산로보틱스 제품을 공급할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한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로보틱스는 향후 10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북미 로봇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두산밥캣의 북미·유럽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기대했다. 두산밥캣 입장에서는 향후 두산로보틱스의 기술로 건설장비 무인화 등을 추진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두산밥캣 공장 15곳 중 10곳이 인건비가 높은 유럽과 북미에 위치한 만큼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밥캣 보낸 두산에너빌리티 전망은 체코 원전 수주가 성장 마중물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떠나보내면서 캐시카우를 잃게 된 셈이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에너지 사업 노선을 명확히 하게 된 만큼 향후 중간지주사 역할에서 벗어나 순수 사업회사로 전환하면서, 원전 사업에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돼서다. 때마침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4기를 수주하면서 잭팟이 터졌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1.2GW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만 최소 24조원대로 추정된다. 한국전력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를 꾸렸는데 팀코리아의 체코 원전 수출이 최종 확정될 경우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게 된다. 한때 주력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자금난으로 채권단 관리 체제까지 감수해야 했던 만큼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두산에너빌리티에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전망이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체코 원전 수출은 슬로바키아·폴란드·스웨덴·튀르키예 등의 신규 원전 수주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사업 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연결 재무제표에 두산퓨얼셀만 종속기업으로 남는다. 실적 규모가 사실상 사업부 수준이어서 연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전체 매출에서 두산퓨얼셀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5%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3대 핵심 부문 가운데 ‘클린에너지’ 분야에서 공통점이 많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이 원팀을 이루면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있다. 두산 관계자는 “무탄소 관련 사업으로 양 사의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은 수소 밸류체인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은 창원 액화수소 플랜트는 연간 약 1800t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다. 향후 수소버스가 도입되면 액화수소를 보급하게 된다. 또 제주에서 풍력을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 국책과제에 참여해 상업 운전에 들어갔으며 400㎿급 초대형 수소전소터빈도 개발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생산단을 담당한다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점유율 1위인 두산퓨얼셀은 수소를 활용하는 쪽으로 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두산퓨얼셀 수소연료전지 중에서도 발전용으로 쓰이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가 주요 수익원이다.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차세대 연료전지로 불리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도 상업화를 앞뒀다. 또 선박에 쓰이는 SOFC가 셀스택 환경 테스트를 통과해 연내 시제품을 납품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사업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연내 저상수소버스도 출시한다. 다만 수소연료전지 사업이 미래 먹거리임은 분명하나 아직은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투자비가 더 많다. 특히 연료전지 시장은 수소경제 로드맵,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등 정책과 관련이 깊은 만큼 정부의 육성 의지도 중요하다. 청정수소 입찰 시장이 열리면서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수주 실적이 매출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의 2025년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7262억원이며, 연료전지5881억원가 외형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핵심은 두산테스나 반도체 종합 OSAT 목표 반도체·첨단소재 사업은 기존대로 두산테스나 중심으로 진행된다. 테스나를 중심으로 반도체, 휴대폰,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자소재 생산 등을 하는 그룹 내 첨단소재 사업이 이 부문에 자리 잡게 된다. 두산그룹은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도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두산테스나는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사업 구조 개편으로 두산테스나를 ‘반도체 종합 OSAT’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OSAT 기업이란 반도체 제조 과정 중 후공정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말한다. 반도체 산업은 최근 전공정 한계 임박으로 패키징, 테스트 등 OSAT 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테스트 사업은 고객사인 반도체 기업 물량을 장비를 통해 검사하는 만큼 별도 재고 물량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스템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1위 업체 두산테스나는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두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두산테스나는 지난해 매출 3387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8%에 달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는 매출이 4048억원, 내년은 4756억원, 2026년에는 532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테스나는 2025~2026년 전장용 시스템온칩SoC 부문에서 추가 수주가 기대되고 이미지센서CIS 부문에서도 신규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며 “반도체 업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산테스나가 종합 OSAT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범핑Bumping·반도체 칩 외부 단자에 돌기 형태의 범프를 만드는 공정’ 등 추가 공정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내다본다. 지난 1월 후공정 기업 엔지온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2200억원을 들여 경기 평택에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의했다. 엔지온이 후공정 턴키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두산그룹은 인수합병Mamp;A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관계자는 “첨단 파운드리 사업에서 패키지가 중요한데 아직 국내에는 이를 충족시키는 OSAT 기업이 없다. 국내 파운드리 생태계가 잘되기 위해선 대만처럼 글로벌 수준의 OSAT 기업이 필요하다”며 “인수 대상으로 국내외 다양한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장 자회사 역할은 물류 자동화 DLS·모빌리티 DMI 눈길 두산그룹이 3대 축 중심으로 재편하지만 과제도 만만찮다. ㈜두산의 경우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등 비상장 자회사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물류 자동화 솔루션 사업을 하는 DLS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요가 확산한 2022년 1000억원에 가까운 수주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적이 좋지는 않다. 2020년 143억원이던 매출은 2022년 732억원까지 확대되며 외형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에는 179억원으로 급감했다. 2020~2023년 4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속적인 손실 여파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도 빠지게 됐다. ㈜두산은 자본잠식에 빠진 DLS를 구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했다. 앞서 DLS는 2022년 2월과 11월에도 ㈜두산을 대상으로 각각 49억원,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금을 수혈받은 바 있다. DLS의 자본잠식에도 ㈜두산이 꾸준히 자금을 수혈하는 이유는 향후 두산로보틱스의 로봇과 물류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군용·민간용 드론을 만드는 DMI는 두산퓨얼셀과의 시너지를 노리는 회사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비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드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선보였다. 다만 DMI 역시 아직 규모가 작고 수익성도 좋지 않다. 2016년 말 설립 후 2022년까지 한 번도 이익을 거두지 못한 채 적자를 이어갔다. 2022년 매출 33억원에 영업손실 159억원, 순손실 172억원을 냈다. 지난해도 매출액이 36억원에 못 미쳤고, 12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드론은 규제 문제로 인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 DMI는 두산퓨얼셀과 합작을 통해 수소연료전지 기반 모빌리티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수소연료전지 활용 오토바이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게 대표 사례다. 이런 모빌리티 사업 육성을 통해 자립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DMI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DMI는 수소 드론 외에 물류용 수소 로봇 생산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김경민·배준희·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amp;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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