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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근무하는 TSMC 무슨 수로 이기나"…한국 심각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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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4-11-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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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이 허무는 반도체 축적의 시간
첨단 Ramp;D 부실 우려

엔비디아·TSMC는 밤새는데
韓은 경직된 노동정책에 발목
與, 이번주 반도체특별법 발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의힘이 산업계의 숙원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조항을 뺀 채 당론으로 반도체특별법을 이번주 발의한다. 반도체 등 산업계는 고액 연봉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예외 적용해달라고 읍소해 왔다. 첨단산업 경쟁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amp;D 인력만이라도 노동 유연성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3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은 이번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 명의로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확정했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업계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의 준거 조항 수위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막판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법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취임 이후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 부처와 장시간 논의한 사안이다.

반도체 지원법이 첫발을 떼긴 했지만 산업계에서는 정작 중요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빠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규정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단기적인 지원책”이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경쟁국과 싸우려면 Ramp;D 인력에 채워져 있는 시간의 족쇄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Ramp;D에 각각 28조3527억원, 4조1884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재원을 활용할 인력 수급과 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대만 TSMC의 Ramp;D센터는 하루 24시간, 주 7일간 가동된다. AI용 반도체를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도 새벽 근무와 주 7일 출근에 제한이 없다. 사실상 내분에 휩싸인 여당과 복지부동에 빠진 관료사회 분위기로 자칫 하다가는 한국 반도체산업이 쌓아 온 ‘축적의 시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TSMC, 24시간 Ramp;D 올인…근로시간 규제에 묶인 韓, 낙오될 수도
승자 독식 반도체 시장…1분1초가 승패 가른다
“반도체 경쟁력은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력 있게 연구개발Ramp;D에 매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른바 ‘축적의 시간’의 없이 반도체 초격차는 불가능하다”

정부와 여당이 다음주 발의하는 반도체특별법에 연구개발Ramp;D 인력을 주52시간 근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사무직 면제’ 제도가 빠졌다는 소식에 박진섭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화이트칼러 면제 제도는 반도체 업계가 세제혜택이나 현금지원보다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한 만큼 반드시 도입해달라고 요청해왔던 터다.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 빠지면서 반도체 특별법이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축적의 시간이 경쟁력”
3일 대만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대만 근로자들의 월 평균 근로 시간은 180.3시간으로, 지난해 한국 월평균 근로시간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인 157.6시간보다 21.7시간 많았다. 대만은 한국처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와 팹리스업체 미디어텍 등이 자리잡은 ‘반도체 강국’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대만은 주52시간제 등 노동 유연성을 막는 제도가 없다. 대만은 주40시간제를 채택했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하루 근무를 8시간에서 12시간까지 늘릴수 있도록 하고 있다. TSMC의 Ramp;D팀이 하루 24시간, 주 7일간 가동되는 이유다. 초과근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TSMC는 바쁠 때는 Ramp;D팀을 3교대로 돌린다.

집중적인 Ramp;D가 낳은 ‘축적의 시간’은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이 꼽은 성공비결이기도 하다. 모리스 창은 “TSMC 연구원들은 새벽에 출근한 뒤 다음날 아침에 돌아오고, 오후에 다시 회사로 나간다. 가족들도 전혀 문제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테크기업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아이폰 개발팀을 격년 주기로 돌리면서 제품을 한창 개발하는 1년 반은 강도 높게,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6개월은 여유를 두고 근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이 연봉 10만7432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선 주40시간 근무제 적용을 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서다. 일본도 주 40시간 근무제를 운용하고 있지만 연소득 1075만엔 이상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근로시간을 규제하지 않는다.
“한국만 낙오될 수도”
반도체 특별법에 ‘화이트 칼라 면제’ 제도가 빠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불붙은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이 낙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년 도입한 주52시간 제도가 모든 업종, 모든 사무에 적용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구원들도 꼼짝없이 이 규제를 받게 돼서다. 업계 관계자는 “한창 제품을 개발해야 할 때도 늦은 밤이나 주말에는 연구동 주차장이 텅 비곤 한다”며 “경쟁자들은 뛰는데 한국만 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Ramp;D에 각각 28조3527억원과 4조1884억원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인력 수급과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산업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수준은 최고 기술국인 미국의 100점 대비 86점에 불과했으며, 이는 유럽90.9과 일본88.8보다 낮은 수준이다.

승자 독식 구도로 바뀌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선 하루라도 신기술을 먼저 도입할 수 있는 역량이 1등과 2등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 한 엔지니어는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1분 1초가 누적돼 경쟁사와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한국 엔지니어들에게 Ramp;D에 최적화된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반도체 협회 관계자는 “Ramp;D는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므로 결과를 얻으려면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근로 시간을 맞추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정소람/박의명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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