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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위스키 안 부럽다"···프리미엄 막걸리의 세계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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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회 작성일 24-09-1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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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이준기 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으로 다양한 막걸리를 골라 마시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얼마 전까지 샴페인과 와인에 재미를 붙였던 그의 관심이 막걸리로 이동한 첫 번째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한 병에 10만원을 호가하는 와인과 샴페인을 매주 사 마시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프리미엄 막걸리’다. 우연히 선물 받은 프리미엄 막걸리를 접하고 ‘막걸리는 싸구려 술’이라는 고정관념이 단번에 깨졌다. 적당한 산도와 단맛이 샴페인 같은 고급 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병당 가격이 1만~2만원으로 시중에서 파는 일반 막걸리 대비 가격이 높지만, 평소 마시던 와인·위스키와 비교하면 부담이 천지 차이였다. 이 씨는 “일반 막걸리보다 훨씬 부드럽고 진한 향에 한 번 놀랐고, 생각보다 다양한 프리미엄 막걸리가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양조장마다 워낙 특색이 달라서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나루 생막걸리, 포그막, 웅달 등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아재술, 싸구려, 숙취, 노동주….

흔히 막걸리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단어들이었다. 요새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대형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1000원 남짓한 대중 막걸리가 아닌 한 병에 수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막걸리’가 애주가 입맛을 사로잡으면서다.

최근 인기를 끄는 프리미엄 막걸리 공통점은 가격만큼 품질도 크게 높아졌다는 것. 인공 화학 감미료를 넣지 않고 살균 처리도 없다. 여러 양조장이 저마다 지역별 고품질 원재료를 사용하면서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화학 첨가물이 빠지자 애주가를 괴롭히던 극심한 숙취 역시 자연히 줄어들었다.

프리미엄 막걸리가 대세로 부상하며 소비 문화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고된 일을 마치고 벌컥벌컥 마구 들이켜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막걸리를 소량 따라 놓고 맛과 향을 음미하며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취향에 맞는 막걸리를 찾아 예쁜 라벨에 담겨 있는 막걸리 병을 놓고 SNS에 자랑하는 젊은 세대도 늘었다.

quot;와인·위스키 안 부럽다quot;···프리미엄 막걸리의 세계 [스페셜리포트]


프리미엄 막걸리 대표 주자는

성시경 막걸리, 최고 라이징스타

프리미엄 막걸리로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대표 주자는 전남 해남에서 만든 ‘해창막걸리’다. 특유의 단맛과 걸쭉한 질감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했다. 해창 6도·9도·12도를 시작으로 2020년 출고가만 한 병에 11만원에 달하는 ‘해창 18도’를 선보이며 막걸리 역사를 새로 썼다.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 주력 제품인 ‘해창 12도’ 역시 현재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중이다.

최근 가장 ‘핫’한 프리미엄 막걸리를 꼽으라면 ‘경탁주 12도’라는 데 이견이 없다. 평소 애주가로 유명한 성시경이 본인 이름을 따서 만든 막걸리다. 기존 탁주와 달리 물에 거의 희석하지 않아 묵직한 맛과 탄산이 없는 고도수 막걸리로 사랑받는다. 올해 2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첫 판매를 시작한 이후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문 1회당 1세트2병만 구입 가능한데, 10초 만에 하루 물량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어 ‘막케팅막걸리티케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올해 8월 공식몰을 연 후에도 판매 직후 초도물량 전체가 매진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최근에는 새벽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고품질 막걸리를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배송해 맛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다. 한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경탁주 인기가 스타 마케팅 덕분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실제 품질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며 “고도수 프리미엄 막걸리 경험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경탁주 열풍은 전통주 업계 전체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했다.

막걸리 주요 판매 채널로 등극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도 프리미엄 막걸리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쇼핑 막걸리 카테고리에서는 1만~2만원대 가격, 10~20%대 도수를 지닌 막걸리가 가장 잘 팔린다. 일반적인 대중 막걸리 가격은 1000~2000원, 도수는 6% 미만이다.

판매 자체도 증가 추세다. 올해 9월 기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취급하는 막걸리 상품은 총 9만4000개가 넘는다. 2021년약 6만6000개과 비교하면 3만개 가까이 늘어났을 정도로 프리미엄 막걸리 판매가 활성화됐다.

베스트셀러 중 하나는 ‘나루 생막걸리’다. 현재 6도와 11.5도 제품 모두 판매 상위권에 올라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생산하는 ‘경복궁쌀’ 햅쌀로 만든 무감미료 막걸리다. 탄산 없는 부드러움 목넘김과 쌀의 깔끔한 단맛 덕에 전통주 입문자가 편하게 즐기기 좋은 막걸리로 호평받는다. 2018년 첫 판매를 시작한 이후 현재 누적 판매가 100만병이 넘는다.

신흥 양조장 선전도 눈길을 끈다. 역시 판매 상위권에 오른 ‘골목막걸리 프리미엄’은 충남 예산에 자리 잡은 골목양조장에서 만든 고급 막걸리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진행한 프로그램 ‘골목식당’에 등장해 유명해진 박유덕 대표가 2020년부터 이끌고 있다. 골목막걸리 프리미엄 12도는 충남 예산 쌀 100%를 사용해 만든 무감미료 생막걸리로, 3번의 담금 과정을 거쳐 빚은 삼양주다. 쌀 본연의 단맛과 산뜻한 열대 과일 향이 특징이다.

김포 팔팔양조장에서 생산하는 ‘하드포션’도 최근 주목받는다. 다른 막걸리의 재료가 되는 ‘원주’를 병에 그대로 담았다. 물보다 쌀 함량이 더 많아 도수가 14.3도로 높다. 375㎖로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양에 1만8000원대 가격임에도 꾸준히 팔려 나가고 있다.

‘포그막’은 다소 생소한 개념의 디저트 막걸리다. 신생 양조장인 대구 달성주조에서 만드는데 여러모로 다른 막걸리와 차별점이 많다. 전통 누룩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신맛을 내는 ‘맥주 효모’를 사용한다. 도수를 10%로 맞춰 원주를 만들고 따로 물을 타지 않는다. 쌀의 단맛과 효모 신맛이 조화를 이룬 술로 호평받는다.

‘이상헌 탁주’는 막걸리 중에선 최고 수준 도수를 자랑한다. 소주보다 독한 ‘19도’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이가수불’ 양조장에서 전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하루 200병만 한정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서울양조장은 ‘스페셜 에디션 막걸리’로 화제를 모은다. 한 병당 19만원에 달하는 가격 덕분이다. ‘대한민국 막걸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장이 이끄는 양조장으로 2022년 한 방송에서 ‘프리미엄 막걸리의 최고봉’으로 소개되며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최고급 누룩인 설화곡을 선별 발효해 숙성한 원액을 사용한다.

경기 포천 ‘민주술도가’에서 만드는 ‘독립군막걸리 블랙’은 독특한 콘셉트로 관심을 모은다. 국산 주류인 막걸리가 외국산 재료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뜻에서 독립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 그대로 직접 만든 쌀누룩을 사용하고, 포천시에서 나는 멥쌀과 찹쌀로 술을 빚는다. 일반적인 막걸리보다 도수18.6도가 높고 멥쌀로 빚어 술맛이 달지 않다. 네이버에서는 4병 기준 10만원에 판매 중이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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