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 한 줌 만원" 장보다 깜짝…물가 떨어졌다지만 체감 까마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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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 한 줌이 만원이라니 말이 돼요?”
12일 서울 아현동 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던 주부 최아무개씨는 깐쪽파 200그램에 9000원의 가격이 매겨진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 봄엔 대파 값이 올라 시끄러웠는데, 가을이 되니 이번엔 쪽파값이 장난이 아니게 올랐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 사이트를 보면, 서울에선 흙쪽파 1㎏값이 9월5일 1만6217원까지 치솟았다. 평년의 9296원에 견줘 74.5%나 뛰었다. 작년 9월보다 50% 가량 오른 시금치보다 쪽파값 상승률이 더 높다. 폭염으로 작황이 나빠, 대부분의 채소값이 급등했다.
농산물 가격의 급등은 외식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8월 전체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2% 상승에 그쳤지만, 김치찌개, 설렁탕, 도시락 등 39개 외식 품목은 2.8%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사이트에서 보면, 8월 전국 김치찌개 평균가격은 1만962원으로 지난해 1만423원에 견줘 5.2%나 올랐다. 김밥도 3215원에서 3485원으로 8.4% 뛰었다.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의 관리 목표치인 2%까지 떨어졌지만, 가계가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표품과 외식 물가의 상승세가 여전히 가파른 것이 첫번째 이유다. 취업 정보 포털 인쿠르트가 지난해 9월 직장인 743명을 대상으로 ‘물가상승 체감과 추가수입의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은 물가 상승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외식비용34.1%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다음으로 식료품32.8%을 꼽았다.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 어려운 더 큰 이유는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 해서 재화나 서비스의 시장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가는 완만하게 계속 오르고 있고, 그동안 물가 상승률만큼 오르지 못한 소득은 가계가 지갑을 열기에 계속 부담으로 남는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기초조사 자료를 보면, 2022년 소비자물가는 5.1% 올랐지만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 평균임금은 4.9%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해에도 물가가 3.6% 뛰는 동안 1인당 임금은 2.5% 증가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에도 물가는 2.8% 뛰고, 임금은 2.4%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7%밖에 오르지 않기 때문에, 종사자 300인 이하 사업체의 임금 수준이 크게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원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은 가계에 숨통을 틔워줄 희소식이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다만, 재정당국이 가격 급등기에 유류세를 인하했던 것을 원상복구해야 하는 까닭에 국제가격 하락 혜택을 고스란히 누릴 수는 없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하락은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기준금리를 내릴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는 빚 많은 가계에 한 줄기 단비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10월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정남구 선임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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