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삼겹살도 직접 구워준다…설 곳 잃은 PC방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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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PC방. 나상현 기자
박경민 기자
15일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전국 PC방 사업자 수는 매년 6월 기준 2017년 1만648개에서 올해 7484개로 29.7% 급감했다. 매년 감소세에 놓인 데다, 특히 지난해8011개엔 전년 대비 12.3% 감소하는 등 코로나를 거치며 증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2017년 749개에서 올해 386개로 48.5% 쪼그라들면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뒤이어 전북-40.8%, 대구40.6%, 서울38.9%, 울산36.2%, 경남-29.2%, 제주-29.2%, 경북-27.4% 순으로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가 많은 세종은 5.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모바일 게임 시장이 확대되면서 PC게임에 대한 수요 자체가 옅어진 측면이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모바일게임의 매출액 비중은 64.4%로 가장 컸고, PC게임 비중은 28.6%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12년의 경우 PC게임이 86.8%로 절대적이고, 모바일게임은 10.1%에 불과했다. 10년 새 모바일게임과 PC게임의 입지가 뒤바뀐 것이다.
2022년 게임 플랫폼별 매출액 비중. 한국콘텐츠진흥원
여기에 PC보다 스마트폰을 더 일찍 접하고, 더 친숙한 청소년 세대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PC방을 가야 하는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설문대상 청소년의 98%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울 광진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50씨는 “PC방 주고객층인 청소년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모바일 게임이 워낙 많이 늘어났고, 이용자를 끌어올 만한 PC용 대작 온라인 게임이 나오지 않는 것도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PC방 풍경. 중앙일보DB
실제 콘진원이 전국 PC방 10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영상 체감 악화 원인으로 ‘고정비용 상승’이 59.5%12순위 기준로 가장 많았다.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도 ‘인건비와 월세가 너무 비싸기에 고정비에 대한 지원 정책’을 꼽았다.
이에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무인 PC방을 운영하거나, ‘PC토랑’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 판매에 집중하는 생존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PC방은 정육점처럼 삼겹살을 직접 구워주는 것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PC방은 24시간 운영되다 보니 전기요금과 주휴수당 포함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더욱 취약해지는 업종이다. 최근 야간 운영을 아예 포기하는 업주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소상공인용 전기요금 체계를 바꿔주고, 소상공인과 노동자 모두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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