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구현한 인체 내비게이션으로 질병 찾아가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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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세상을 뒤바꾸다] [2] ‘디지털 트윈’의 무한 확장
AI 디지털 트윈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심장 모양과 크기, 혈류량 등 심장 관련 빅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가상의 공간에 환자의 심장을 고스란히 구현해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 현대차는 싱가포르에 최신 제조 시설 글로벌혁신센터HMGICS를 건설하면서 초기 단계부터 디지털 트윈을 적용했다. 축구장 6개 규모의 공간을 가상 공간에 구현하고, 생산 시설과 인력, 로봇 등 모든 요소를 옮겨 놨다. 이들을 가상세계에서 가동해 보며 최적의 설계를 찾아낸다. 디지털 트윈은 이런 방식으로 장기부터 도시, 지구, 우주까지 복제하며 인류 난제 해결에 도전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지난달 성남시 분당에 있는 네이버 사옥 ‘1784′. 이동환 네이버랩스 그룹리더GL가 사무실 안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었다. 촬영한 두 장의 이미지를 노트북에 옮기고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설루션 ‘마스터’에 옮기니 6초 만에 평면2D 이미지였던 사무실 모습이 입체3D로 구현됐다. 마우스를 이용해 3D 이미지를 돌려볼 수도 있다. 원래 이 같은 3D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무실 공간의 거리와 높이, 사무실 집기 등을 모두 실측해서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단 두 장의 사진으로 몇 초 만에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사무실뿐 아니라 거리와 건물, 도시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간단하게 가상 공간에 재현할 수 있다. 이 공간을 활용해 교통 시스템, 초고층 빌딩 건축 등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마스터’ 프로그램에는 1600만종의 공간 데이터를 학습해 디지털 트윈을 구현할 수 있는 AI 모델이 탑재돼 있다. 네이버는 이 모델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판매해 최첨단 인텔리전스 빌딩과 스마트 시티 구축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그룹리더는 “눈앞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디지털 트윈으로 바꿀 수 있게 되면, 누구나 손쉽게 가상의 공간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며 “로봇이나 자동차의 공간 인식 능력도 향상돼 자율주행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디지털 트윈과 결합된 AI
엔비디아는 지난해 지구의 날씨와 기후를 예측하는 플랫폼 ‘어스2’를 선보였다. 어스2는 위성 관측으로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구의 대기 역학부터 해양, 육지, 얼음층 등의 모든 자연 요소를 디지털 트윈으로 재현한다. 지구를 통째로 가상세계에 옮겨 태풍과 홍수 등 각종 기후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일종의 ‘지구 시뮬레이터’인 셈이다. 어스2는 기후 예측에 특화된 생성형AI ‘코디프’와 함께 활용되기도 한다. 어스2가 지구의 기후 변화를 추적해 태풍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코디프가 이를 받아 태풍의 예상 경로와 강수량 등을 분석하는 식이다. 수퍼컴퓨터를 이용해 기상을 예측하는 기존 방식은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과 함께 전력 등 유지·보수 비용이 필요한데, 어스2와 코디프를 활용하면 태풍 경로 등 분석 대상의 해상도를 10배 높이면서도 연간 전력량을 1기가와트시GWh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대만 기상청도 어스2와 코디프를 도입해 태풍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어스2의 기술이 기후 변화 문제에 사용되면 2050년까지 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김성규
◇디지털 트윈으로 한계 극복
디지털 트윈이 현실에서 모을 수 없는 데이터를 확보해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다쏘시스템과 함께 실제 도시의 도로를 가상세계에 옮긴 뒤, 이곳에서 자율주행을 위한 AI 모델을 훈련시켰다. 운전 중 자전거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사람이 뛰어드는 등 현실에서 모을 수 없는 데이터를 가상세계에서 확보한 것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로보 택시 웨이모도 이 같은 방식으로 자율주행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김탁곤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시속 200㎞ 이상으로 주행하며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도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트윈이 필요한 것”이라며 “디지털 트윈으로 가상의 증강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식으로 두 기술이 상호보완되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현실의 사물과 공간, 환경 등을 가상 세계에 쌍둥이Twin처럼 똑같이 복제하는 기술. 기존 시뮬레이션과 달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시시각각 바뀌는 현실의 모습을 정확하게 실시간 반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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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락 기자 rocku@chosun.com 안상현 기자 insul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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