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벤츠에 보복하면 어쩌나"…中전기차 관세 47% 놓고 눈치보는 독일 > 경제기사 | economics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최고 47.6% ‘관세 폭탄’을 둘러싸고 EU 회원국들 사이 입장 차이가 표면화했다. 관세 부과 시 중국이 EU 주요 국가들에 대한 보복 카드를 발동할 가능성 때문에 EU 회원국 간 의견 조율에 진통이 예상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EU집행위원회가 16일 자정까지 중국산 전기차 잠정 상계관세 부과에 대한 ‘권고 투표’를 진행한다고 보도했다. 회원국들은 서면으로 집행위에 찬반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는 예비 투표다.

앞서 집행위는 최근 ‘중국 정부의 불공정 보조금’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최소 4달 동안 27.4%~47.6%로 인상했다. EU 27개국은 오는 10월 정식 투표를 거치는데,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 이상 회원국이 찬성할 경우 해당 관세가 11월부터 5년 동안 확정 부과된다.

문제는 EU 회원국 간 입장이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폭탄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독일과 스웨덴은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한 것으로, 벤츠, 아우디, BMW 등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전 세계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포르쉐의 경우 매출의 4분의 1이 중국에서 나온다.

독일 정부는 표결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중국과 신속하게 합의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정부도 표결에 기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 이사회 투표에서 기권은 반대 입장으로 간주된다.

스웨덴의 경우 볼보가 지난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됐지만, 고용과 세금 등 여전히 국내 경제 기여도가 높다. 볼보는 대부분의 공장을 중국에 두고 있어 EU의 중국에 대한 상계관세가 확정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목받고 있다.

중국은 이미 여러 보복 카드를 통해 EU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18일 EU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관련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코냑 등 프랑스산 브랜디를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는 EU산 돼지고기와 돼지 부산물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입국으로, 물량의 절반 이상을 EU에서 들여오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세계에서 중국에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중국은 지난 10일 태양광과 풍력, 철도 등 분야에 대해 EU의 무역 장벽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는 과거 EU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 제재와 관련해 회원국들 사이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한 사례를 언급했다.

EU는 당시에도 중국에 잠정 관세를 부과하고 표결을 했지만 주요 회원국들이 끝내 반대하면서 5년 확정 관세 전환에는 실패했다. 로이터는 이후 EU의 태양광 관련 제조업이 붕괴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EU가 중국과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7일 중국과 EU 양측의 실무진이 전기차 관세와 관련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면서 협상 작업에 속도가 나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EU는 미국보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고립을 택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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