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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식 이중 부양…900만 낀세대가 불붙인 정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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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회 작성일 24-11-0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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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봉양하고 자녀 뒷바라지에… 5060세대, 준비 없이 정년 코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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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무원 노후 소득 해소와 정년 연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무원 노후 소득 해소와 정년 연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행정안전부와 대구시가 잇따라 청사 청소, 시설 관리 등을 담당하는 공무직公務職 근로자의 정년을 최대 65세로 늘리기로 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정년停年 연장 논의에 불이 붙었다. 그간 정년 연장은 민간 기업 노조 등에서 주장해왔지만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년 연장 사례가 나오면서 사회 전반으로 이런 움직임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김성규

일러스트=김성규

공무직 근로자는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일하는 민간 근로자로, 공무원은 아니다. 하지만 전국 정부부처·지자체 등에 33만명2022년 기준에 달한다. 특히 이번 공무직 정년 연장은 ‘낀 세대’로 불리는 50~60대가 논의의 촉발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주로 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인 이들은 80~90대 부모와 20~30대 자식을 동시에 ‘이중 부양’해 온 세대다. 그런 탓에 자기 노후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규모 면에서도 다른 세대를 압도할 만큼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50대 이상 임금 근로자는 전국 896만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40%를 차지한다. 임금 근로자는 고용 계약을 맺고 대가를 받고 일하는 근로자를 가리키는데, 50대 이상 임금 근로자는 10년 전인 2014년보다 348만명이 더 늘었다. 이들이 속속 정년 나이에 도달하면서 앞으로 해마다 수십만 명씩 정년 퇴직자가 쏟아져 나오게 된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전문가들은 이 ‘낀 세대’가 대규모로 정년을 맞는 것 자체가 사회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의 숙련 인력 구인난이 심화하고, 퇴직으로 소비가 위축돼 국가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이중 부양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소득마저 줄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 복지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행정안전부와 행안부 공무직公務職 노조가 근로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한 것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낀 세대’ 문제의 축소판이다. 고령화 속 구인난과 더 일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장년 근로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기 때문이다.

행안부 공무직은 월평균 250만원 안팎을 받아왔고, 나이도 평균 50세 안팎이다. 청소 등 미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54세로 좀 더 높다. 이런 고령화가 된 이유는 급여에 비해 일이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 일하는 근로자 상당수는 정년 이후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더 일하기를 원하고 있었다고 한다.

◇낀 세대’의 정년 파장

50~60대 전후의 ‘낀 세대’가 우리 노동 시장 주류로 올라서면서, 행안부 공무직들이 겪은 일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일하게 하지 않으면 사회 곳곳의 시스템에도 이상 신호가 올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954만명에 달하는 1964~1974년생을 ‘2차 베이비붐 세대’라고 분류하며, 이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연간 경제성장률이 2034년까지 최대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전체 인구에서 약 18.6%를 차지하는 이 계층의 소득이 줄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데다, 이들에게 들어갈 사회적 돌봄 비용 등이 대폭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행 조사팀은 “다만 2차 베이비부머는 양호한 교육 수준과 IT 활용 능력 등 비교적 높은 인적 자본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되면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고용 연장은 곳곳에

현장에서는 ‘60세 정년’의 벽을 허무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구인난이 심하고 숙련 기술자가 필요한 업종에서 물꼬가 터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3월 정년을 62세로 연장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지난 2022년 정년을 61세로 올린 지 2년 만이다. 62세 때는 61세 때와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 현대차와 포스코도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을 택했다. 60세에 정년퇴직한 이후, 최대 2년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재계약 직원에게 신입 사원 수준의 월급을, 포스코는 5000만원 후반대의 연봉을 보장한다.

구인난이 심각한 중견·중소기업은 더 적극적이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중소기업 303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9%가 “정년이 지난 만 60세 이상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43%는 정규직으로 정년이 지난 직원을 채용 중이라고 했다.

◇청년 일자리와 경영 위축도 우려

재계는 60세 이상의 고령 인력 고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년 시한을 일괄로 늘리는 것은 기업 부담만 늘릴 수 있다고 보고 반대한다. 특히 ‘연공형 임금 체계’에서는 비용 부담이 너무 늘어나 청년 채용을 위축시킬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내년 1분기까지 정년 연장과 관련하여 합의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지만, 임금 체계 개편을 두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진통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낀 세대

1960년대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의 상황을 빗댄 말. 빠른 고령화와 청년층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게 맞물리면서 80~90대 부모와 20~30대 자녀 사이에서 양쪽을 모두 부양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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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국 기자 korejung@chosun.com 이정구 기자 jglee@chosun.com 박진성 기자 natur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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