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추 가격 듣자마자 자리 뜨는 손님들…추석 앞둔 전통시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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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3포기 1망이 3만원 훌쩍
가격만 듣고 발길 돌린 손님들
"명절 대목에도 매출 높지 않아"
정부, 성수품 물가 안정 총력전
가격만 듣고 발길 돌린 손님들
"명절 대목에도 매출 높지 않아"
정부, 성수품 물가 안정 총력전
1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전통시장에서 한 손님이 과일가게 앞에 놓인 매대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홍승완 기자]
"못생겨도 맛만 좋으면 용서됩니다. 떨이요 떨이!"
추석을 앞둔 1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전통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청과 매장 사장님들의 목소리가 인파를 뚫고 나왔다.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상에 품질 좋은 음식만 올리고 싶은 게 후손들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못난이 사과를 위아래, 양옆으로 살펴보는 소비자들이 매대 앞을 채웠다. 못난이 사과는 모양이나 색깔은 떨어지지만, 먹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제품으로 일반 상품보다 20~30% 저렴하다. 장바구니 부담이 높아지자 못난이 농산물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낱개 과일이 담긴 검은색 봉지를 양손에 들고 있던 한 40대 주부는 "과일이나 채소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 올해는 추석상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며 "추석 음식을 간소화하는 추세다 보니 꼭 필요한 제품들만 구매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량리전통시장 한 과일가게에서는 사과와 배를 개당 각각 5000원과 6000원에 팔고 있었다.
손님들은 포장용 골판지 상자에 적힌 가격과 과일을 이리저리 비교하다 지갑 사정에 맞지 않는 듯 걸음을 옮겼다. 발길에는 혹여 더 싸게 파는 곳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마저 묻어 나왔다.
바구니에 담긴 배를 헝겊으로 닦던 한 청과 상인은 "손님이 와도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추석을 앞두고 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많아졌어도 정작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이 없다"며 "가격이 싸지만 물어본 뒤 둘러보다 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마천중앙시장에서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홍승완 기자]
같은 날 송파구에 있는 마천중앙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형 전동차를 타고 장을 보러 나온 한 70대 할머니는 야채 가게 앞에서 배추 가격을 물어본 뒤 가격을 듣고는 시동을 걸고 자리를 떴다. 배추 3포기 1망이 3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일부 채소가게는 배추 가격을 써놓지도 않았다. 손님이 배추 가격을 보고 가게 안으로도 오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였다.
이 가게 상인은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배추 한 포기가 1만5000원을 넘었다"며 "배추 가격을 듣고 돌아간 손님만 오전에 여러 명"이라고 했다.
실제 추석 성수품 중 배추와 무 가격은 계속 해서 오름세다.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생육 부진 현상을 겪고 있는 데다 배추는 작년보다 재배 면적이 줄어 출하량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30대 주부는 "장을 보려면 기본 1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며 "동네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볼 때는 할인 품목 위주로 살펴보고 할인이 적용된 제품들만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석 차례상을 준비한다면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편이 좋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약 20% 저렴하게 차례상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4인 기준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전통시장이 평균 29만8313원으로 대형마트37만1097원보다 7만2784원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정부는 추석 성수품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와 무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물량인 17만t 공급하고 700억원 규모 할인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아주경제=홍승완 기자 veryho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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