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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칼바람에 맞서는 KT 인력 재배치 [경영전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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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4-10-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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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구조조정 ‘두 갈래 길’


재계에 이른 칼바람이 불고 있다.

연말로 다가가며 소문이 무성했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주요 기업에서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임원 계약 종료는 물론 희망·명예퇴직 등의 형태로 직원급 역시 구조조정 한파를 피하기는 힘들 듯 보인다. 다만 재계는 인력 방출 없는 KT의 인력 재배치 구조조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재계 칼바람에 맞서는 KT 인력 재배치 [경영전략노트]


연말 임원 인사 ‘칼바람’ 예고

사업 부진에 희망퇴직 잇따라

삼성전자는 정기인사를 11월 중순으로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통 12월 초 사장단·임원 인사를 발표한 후 조직 개편을 시도했다. 하지만 주요 사업 부진으로 나타난 ‘위기론’에 대응하기 위해 한발 앞서 인적 쇄신에 나설 듯 보인다. 삼성전자는 위기 탈출을 위해 정기인사 기간이 아닌 올해 5월 핀셋 인사로 DS부문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했다. 아직 성과가 나타나기에 짧은 시간이라 전 부회장은 유임이 점쳐진다. 다만, 2020년 12월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온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교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언급된다.

삼성전자 DS부문 임원은 지난 2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438명으로 전체 임원1164명의 38% 수준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199명보다 훨씬 많아 대규모 임원 방출도 언급된다. 최근 DS부문 피플팀인사팀은 DS부문 소속 CL4부장급 대상으로 희망퇴직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LG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 중심으로 사업 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는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열리는 ‘전초전’ 성격을 띤다. 그 결과를 토대로 LG는 11월 말~12월 초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연말 인사 기조가 ‘안정’보다 ‘혁신’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위로금, 절박하단 신호

2년 차 직원까지 희망퇴직 대상

연말 구조조정 찬바람은 직원급에도 미쳤다.

엔씨소프트는 12년 만에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11월 초까지 접수받아 대상자에게 월 고정 급여 최대 30개월 치 위로금을 지급한다. 파격적인 위로금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엔씨의 희망퇴직은 지난 2012년 400명가량을 내보낸 이후 12년 만이다. 최근 엔씨는 강도 높은 구조 개편과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4개 자회사를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했고, 신작 개발 조직도 해체한다. 김택진·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치열하게 논의했으나 몇 가지 대증적對症的 방법으로는 타개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책임감을 통감하며 직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 역시 구조조정으로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0월 초 10년 차 이상 장기 근로자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포스코그룹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희망퇴직이다. 포스코는 이미 임원 급여를 최대 20% 반납하고 주식 보상 제도스톡그랜트를 폐지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 재무 위기까지 이어질 뻔했던 전자상거래 플랫폼 SSG닷컴은 지난 7월 희망퇴직을 시행해 수십 명이 회사를 떠났다. G마켓 역시 지난 9월 말부터 희망퇴직을 시행 중이다. 신청 대상은 근속 2년 이상 정규직 직원으로 퇴직 연차를 크게 낮췄다. 두 회사는 수년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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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사 첫 구조조정 적잖아

전기차·철강·유통…업종 다양

창사 이래 처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곳이 적지 않다. 주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거나 경쟁에서 밀린 곳이다.

세븐일레븐은 법인 설립 36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편의점업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소비 침체가 길어지며 내린 결정이다. 세븐일레븐은 2022년 48억원, 2023년 551억원 등 2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44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대형 할인마트 1위인 이마트는 온라인 강자 쿠팡에 밀려 크게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역시 처음으로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지난 3월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자회사 이마트에브리데이도 7월 이마트와의 합병을 앞두고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SK온은 9월 말 2023년 11월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사상 첫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2021년 출범한 SK온은 배터리업계의 후발 주자로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적자 속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터지고, 흑자전환 시기가 불투명해지자 결국 인력 감축에 나섰다. 배달 앱 시장 3위인 요기요와 위스키업계 점유율 1위인 골든블루 역시 각각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에 도입하며 내수 침체에 대응하고 있다.

KT는 대규모 인력 재배치

반발 있지만 긍정 효과 기대

실적 부진으로 인력이 남는 경우 기업은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한다. 전문가들은 임원 해임이나 명예·희망퇴직이 최선의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잦은 임원 해임은 자칫 구성원이 단기 성과에만 매몰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다. 희망퇴직 역시 남은 구성원의 사기 저하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잉여 인력을 다루는 방안 가운데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건 인력의 전환 배치다. 회사 전체로 봤을 때는 인력이 남을 수 있지만, 부서에 따라 인력이 필요한 곳이 있을 수 있어서다. 남는 부서 인력을 필요한 곳에 이동시키면 구성원 의지에 반해 인력을 내보내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재계는 구조조정 방안으로 KT의 인력 재배치를 예의 주시한다. 김영섭 KT 대표는 취임 1년 2개월 만에 전체 임직원의 4분의 1을 웃도는 5700여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KT는 지난 6월 기준 기간제 근로자까지 포함해 1만9370명을 거느린 공룡 기업인데, 그야말로 혹독한 다이어트를 신고했다.

KT는 최근 KT OSP·KT Pamp;M가칭 두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5700명의 구조조정 대상 현장 인력 중 각각 3400명과 380명을 고용하는 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현장 인력은 AS와 통신선 설치, 유지 보수 등 업무를 담당하는 직군을 가리킨다. 근속 10년 이상 전출자에게는 KT에서 받던 기본급의 70%와 전직 지원금기본급의 30%·일시금을 주기로 했다. 근속 10년 미만은 기본급 100%를 유지한다. 전출자 모두에게 본사 복지 혜택을 유지한다. 전출을 희망하지 않는 경우 특별희망퇴직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최대 4억3000만원 일시금을 지원한다. 둘 다 원하지 않는 경우 본사 영업 부문으로 직무 전환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이번에 시행되는 KT의 인력 구조 혁신은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를 재배치해 유연하고 신속한 업무 수행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직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처우·보상과 함께 고용 연장 기회까지 주어지도록 한 인력 구조 혁신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KT 사내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많았다. 재무·구조조정 전문가로 활동해왔던 김 대표 경력 때문이다. KT 대표이사직에 취임한 후 큰 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대내외적으로 예상됐던 사안이다.

김 대표는 1984년 럭키금성상사LG상사의 전신에 입사한 이후 LG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지냈다. 2014년 LG유플러스 경영관리실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2015년 LG CNS 사장 재직 당시에는 실용주의 경영을 강조하며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꾀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KT 사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전임 대표 시절 세워진 르완다 법인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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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주가는 10년 새 가장 높아

젊은 직원 ‘인력 재배치’ 수긍하기도

그동안 김 대표는 큰 규모의 조직 개편을 삼갔지만, 이번 네트워크 사업 부문 인력 재배치를 통해 비용 절감의 방아쇠를 당겼다. 김 대표가 네트워크 현장에서 ‘창끝’ 역할을 하는 선로와 전원 인원을 재배치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망 사업이 KT의 근간이라지만 AI 사업 등 신사업을 위해 비용을 아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KT 구조조정에 증권가가 먼저 환호했다. 구조조정 방안이 공개된 이후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간 주당 4만원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주가는 4만3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신한투자증권은 KT의 구조조정 방안이 나온 이후 ‘시나리오 분석 보고서’를 통해 KT의 올해1~12월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7594억원, 내년은 2조2522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영업이익1조6498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로, 김 대표의 구조조정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사내 소수 노조인 KT새노조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당장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직원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다. KT새노조 관계자는 “KT의 핵심인 통신 인프라를 무시하고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정을 위협하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젊은 직원 사이에서는 옹호론이 나온다. 김 대표는 KT의 미래 전략으로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를 내세운다. 이를 위해선 AI 역량을 갖춘 고급 인력 확보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전체적인 연봉 수준이 올라갈 텐데,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고액 연봉자들이 남아 있는 경우 연봉 상승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젊은 직원은 인력 재배치 효율화를 연봉 인상과 성장 기회로 인식한 셈이다.

KT 내부에선 통신 인력을 줄이는 대신 AI 역량 강화를 위한 인재 채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T는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으며 ‘속도감 있는 제품과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2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10월 초 간담회에서 “KT AI 전략의 차별점은 수준과 속도”라며 “고객이 알아주는 서비스를 인정받는 속도로 제공하는 게 AI 분야에서 우위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분야 인력 채용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2호 2024.10.30~2024.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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