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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할머니[이윤학의 삼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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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4-10-2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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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누구일까? 중국 고대의 동방삭은 삼천갑자를 살았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은 122년 164일을 산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다. 칼망 할머니는 워낙 건강해서 85세에 펜싱을 배우고, 110세까지 자전거를 탔다고 한다. 그런데 21세에 배운 담배를 117세까지 피웠고, 튀긴 음식과 매운 음식, 와인을 좋아했다고 하니, 우리가 아는 장수 상식과 꽤 동떨어진 분이었던 것 같다.

칼망 할머니와 젊은 변호사 간에 재미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칼망 할머니가 90세가 되던 해, 47세의 젊은 변호사와 주택과 관련한 계약을 맺었다. 칼망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할머니가 살던 주택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매달 약 50만원을 변호사로부터 받기로 한 것이다. 젊은 변호사는 당장 돌아가셔도 이상할 것 없는 칼망 할머니와의 계약에 기꺼이 응했다. 요즘으로 치면 개인적으로 주택연금을 디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계약 후 30년이 지났는데도 할머니는 건강하게 살아 있었고, 결국 그 변호사가 먼저 사망했다. 게다가 변호사의 가족들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주택연금을 매달 지불해야만 했다.


세상일은 쉽게 예단하면 안 된다. 많은 사건과 사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라는 말이 있다. 샤워할 때 따뜻한 물을 빨리 나오게 하려고 수도꼭지를 뜨거운 물 쪽으로 확 돌리다, 갑자기 너무 뜨거운 물이 나오면 급하게 반대 방향으로 돌리고, 또 찬물이 세게 나오면 다시 급하게 수도꼭지를 돌리는 바보스러움을 지칭하는 말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이 경기침체 혹은 경기과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개입을 과도하게 할 경우 발생하는 역효과를 경고하기 위해 사용한 비유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경기과열 혹은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면 큰일이다.

지난 9월에 진행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성급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벌써 나오고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과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는 과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채권시장에서 벌써 나타났다.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직전 미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3.6%대였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 한 달 만에 0.60%포인트 가까이 올라 현재는 4.2%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향후 기준금리의 공격적인 추가 인하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유지했지만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 그만큼 미국 경기가 좋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재정적자가 1조833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이고,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100%를 넘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세금을 낮추고 재정지출을 늘리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감세정책은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관세정책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후보는 이미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실제로 이렇게 관세정책을 시행할 경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추가적으로 1.5%포인트가 올라, 지난 9월의 근원 PCE 물가 2.7%를 고려할 때 산술적으로 4.2%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영향인지 최근 미국은 이미 ‘레드 스위프’Red Sweep·트럼프 당선 및 공화당 압승를 예상한 소위 ‘트럼프 트레이드’가 일어나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함께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금과 원자재, 심지어 비트코인이 움직이고 채권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꼭지를 냉탕 온탕 급하게 돌리면 안 된다.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칫 샤워실의 바보가 될 수 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영악한 변호사보다 지혜로운 할머니가 오래 산다.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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