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포인트만 연간 840만원…삼전·SK 뺨치는 이 회사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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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테이블 단골 메뉴 ‘복포의 세계’
■ 경제
‘200만 복지포인트’. 지난 7월 결렬된 삼성전자 노동조합과 회사의 교섭에서 마지막 걸림돌은 복지포인트, 일명 ‘복포’였다. 당초 ‘무노동 무임금’을 파업 원칙으로 걸었던 노조가 막상 24일간 파업으로 월급이 쪼그라들자, 업무 복귀의 조건으로 회사 측에 복포 지급을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못 받은 월급 대신 복포, ‘꿩 대신 닭’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는 얘기다. 포스코·SK하이닉스·대한항공·삼성SDI 등의 노조 임금 협상 과정에도 복포 얘기가 나온다. 대기업 임단협 테이블에 단골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복포는 최근 과세 대상이냐 아니냐를 놓고도 논란이다. 근로소득세 대상이지만 월급임금은 아니라는 복포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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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대기업들 현금성 복지…빗썸 840만원 가장 많아
복지포인트는 주로 대기업이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현금성 복지 혜택이다. 포인트를 쓸 수 있는 별도 쇼핑몰이 있지만 그 외에 오프라인 사용처도 무궁무진하다. 액수는 기업별로 천차만별.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72곳 회사의 연간 복지포인트 순위를 나열한 글이 화제였다. 가장 많은 곳은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사 ‘빗썸’으로, 항목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복포를 연간 840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진 기자
‘이천쌀집’ SK하이닉스는 복포를 더 후하게 준다. 삼성전자의 배 수준. 기본 200만 포인트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별도로 식료품 구매사이트자연이랑 전용으로 30만 포인트를 지급하니, 총 230만원 상당. LG전자는 140만 포인트, 현대차는 100만 포인트를 준다. 현대차는 5일 이상 휴가 시 추가로 30만 포인트를 준다. 상·하반기 1회씩이다. 포스코는 129만 포인트를 제공한다.
같은 그룹이라도 계열사에 따라 복포 여부나 규모에 차이가 있다. 가령, SKT는 SK하이닉스보다 100만 포인트 더 많은 300만 포인트를 준다. 미혼이라면 300만 포인트를 또 추가해 600만원 상당이다. 어린이집, 가족 캠프 등 기혼 대상 복지 혜택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미혼 직원들이 역차별 받는다는 의견에 따라 미혼자 복포가 생겼다. SK이노베이션은 여행 사이트 여기어때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만 포인트를 지급한다. 네이버웹툰은 복지포인트를 1개당 100~120원 가치를 지니는 쿠키로 지급한다. 쿠키는 주로 웹툰과 웹소설 볼 때 쓰는데 미리 보기는 최소 1개에서 5, 6개를 사용한다. 매달 100개를 지급해 1년이면 쿠키가 1200개, 약 12만원 상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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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거치면 현금 전환 가능…모아놨다가 유럽 여행 가기도
김경진 기자
카드깡형은 복포와 연동된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청구된 금액을 복포로 차감해 내는 방법이다. 일명 ‘카드깡’과 유사하나, 회사가 허용 혹은 장려하는 방법이다. LG전자 직원 B씨30대·여는 “직원 패밀리 카드를 체크카드처럼 사용한 뒤, 그 복포 상당의 현금이 개인 계좌에 입금된다”고 했다. 임직원들이 현금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복포 차감 후 현금을 지급하는 회사들도 있다. 유흥업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오프라인 사용처에서 쓸 수 있지만, 일부 회사는 사용처를 엄격하게 제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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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고정비용 아니라 선호 “임금 아닌데…” 과세 논란도
소비요정형도 있다. 지난해 입사한 삼성전자 직원 C씨20대·여는 올 3월 포인트가 들어오자마자 복지포털에서 고양이 위생용품·지갑·샴푸·캐리어 등을 쇼핑한 후 부모님 선물을 사는 데에도 90만 포인트 넘게 썼다. C씨는 “인터넷보다 저렴한 상품이 많고 배송도 무료”라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포인트가 이월돼 2년치 포인트를 모아 가전제품 등 목돈이 드는 쇼핑에 쓰기도 한다. 3월 복포가 지급되면 바로 품절되는 품목들로는 요기요·아웃백 등 외식 상품권이나 호텔 뷔페권, 다이슨·밀레 등 가전제품, 숙박·항공권 등이 꼽혔다. 가끔은 닌텐도위나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입고되는데 바람처럼 사라진다고 한다.
상당수 직원은 복포를 여행이나 치과·피부과 등 병원에서 요긴하게 쓴다. 기업마다 치료 목적 병원비로 사용처를 국한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용 목적에 복포를 허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런 기업 인근의 피부과·헬스장 등은 ‘복지포인트 사용 가능 가맹점’이라는 홍보 문구를 대문짝만 하게 내건다. 복포를 모아놨다가 유럽 등 해외로 휴가 갈 때 한꺼번에 털어 쓰는 방식도 인기다.
기업은 왜 현금 100만원 대신 100만 복포를 주려는 걸까.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 혜택을 지급해 직원들의 자부심과 충성도를 높일 수 있으며, 기업들은 좋은 인재를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는 “연봉보다 복지 혜택을 늘렸을 때 직원들의 만족도나 성과가 올라간다면 그쪽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본 봉급은 한번 올리면 고정 비용이 돼 버리지만, 복지 비용은 변동 가능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복포는 왜 근로소득세 대상이 된 걸까? 대법원은 2019년 8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복포를 선택적 복지로 보고 임금에도, 통상임금에도 포함될 수 없다고 봤다. 그 근거는 ▶근로 제공과 무관하게 매년 초 일괄 배정되며 ▶사용 용도가 제한되고 ▶양도가 어렵고 ▶취업 규칙 등에서 보수나 임금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 등이다.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임금이 아닌 복포에 근소세를 매겼으니, 그동안 원천징수해 간 세금을 돌려 달라”며 세무 당국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소송에서 기업들은 줄줄이 패했다. 법원이 ‘복포가 임금은 아니어도 근로소득에는 해당돼 과세하는 게 맞다’고 봤기 때문이다.
■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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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리·황수연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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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리.황수연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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