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새폰 못지않네"…5년새 몸값 2배로 뛴 중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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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플레이션 탓에 중고폰 ‘귀한 몸’
일러스트=김하경
업계에선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 신제품이 가격만 올랐을 뿐 예전과 같은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중고폰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같은 기능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형식으로 구형 폰에도 적용되는 만큼, 굳이 새 폰으로 갈아탈 이유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중고폰도 쓸 만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중고폰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12일 유피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고폰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중고폰을 사들인 평균 가격은 25만7000원으로 2019년12만1000원의 두 배 이상이었다. 유피엠은 중고폰 판매업체들에게 재고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데, 중고폰 판매업체 700여 사가 이 시스템에 등록하는 중고폰 대수만 연간 500만~600만대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중고폰 가격 상승은 ‘폰플레이션’ 영향을 받고 있다. 새 폰 가격이 오르자 중고폰으로 눈을 돌린 소비자가 많아졌고, 그 영향으로 매입가도 뛰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2019년 나온 아이폰11 시리즈는 최고 사양 모델이 199만원이었지만 작년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는 최고 사양 모델이 250만원까지 올랐다. 삼성전자도 2019년부터 출고가 200만원 넘는 갤럭시Z폴드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새 스마트폰을 사더라도 비용 부담을 줄이려고 쓰던 기존 폰을 중고 시장에 발빠르게 내놓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전엔 4~5년씩 장롱에 넣어놨던 휴대폰을 뒤늦게 파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쓰던 폰을 팔면서 받은 돈을 보태 새 폰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한 중고폰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점점 비싸지면서 자리 잡은 현상”이라며 “그만큼 비교적 새 폰이 중고 시장에 나오면서 매입가도 비싸졌다”고 했다.
여기에 중고폰 성능이 좋아진 것도 한몫했다. 내구성이 좋아졌을뿐더러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제공해 구형 폰도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올 초 갤럭시S24에 적용한 AI인공지능 기능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 기능 대부분을 재작년 나온 갤럭시S22로까지 확대했다. 화면에 동그라미만 치면 실시간 검색이 가능한 ‘서클 투 서치’ 기능 역시 이제 갤럭시S21에서도 쓸 수 있다.
그래픽=김하경
국내에서 매입되는 중고폰 상당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이다. 전체 매입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55%에서 올 상반기 70%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70%를 웃도는 만큼 중고 시장에 풀리는 물량도 그만큼 많은 것이다. 유상현 유피엠 대표는 “삼성전자가 새 폰을 살 때 중고폰을 반납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중고 보상 프로그램’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영향도 있다”고 했다.
반면 중고 가격은 애플 제품이 더 비싼 편이다. 올 상반기 애플 중고폰 평균 매입가는 49만9000원, 삼성전자는 3분의 1 수준인 17만8000원이었다. 애플 아이폰은 대부분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반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도 많이 내놓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소비자 충성도와 선호도가 높은 편이어서 중고 아이폰 수요 역시 많은 편”이라고 했다.
중고폰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보고 대기업과 통신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는 중이다. 네이버는 올해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을 통해 중고폰 매입·판매를 시작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자회사를 통해 중고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다 쓴 휴대폰 판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34.5%, ‘중고폰 구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3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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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진 기자 betr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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