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진료 불가"→"고군분투"…9일 만에 돌변한 의협,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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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사진=[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대생·전공의와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도 "일단 대화는 해보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원점 재검토만 부르짖는 의협이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의협은 의사 블랙리스트와 추석 연휴 진료 등 현안에 대해 이전과 다른 입장을 취하며 여론 반전을 꾀하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전날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료계는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염려를 고스란히 체감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아수라장이 돼버린 응급실 현장이지만,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각고로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들은 정부의 태도 변화와 무관하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단 한 명의 환자도 잃고 싶지 않은 절실한 마음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여태껏 그래왔듯 현장에서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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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일 배포한 2024년 추석 연휴 진료 안내문./사진=대한의사협회 |
이런 의협의 태도는 불과 9일 전과는 정반대다. 지난 2일 의협은 추석 연휴 진료 안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추석에는 회원의사 여러분 스스로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먼저 지키시기 바란다"며 "24시간 진료가 어려운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시설은 협회로 추석 연휴 진료 불가를 신청해주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또 연휴 기간 문을 여는 병·의원을 늘리겠다고 한 정부 정책에 반발해 "정부가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모든 법적 조치를 다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추석 응급 진료 문의를 대통령실로 하라며 번호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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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블랙리스트 등 응급의료 종합상황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의협은 최근 복귀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을 비롯해 응급실 의사의 실명, 학번, 전화번호, 출신학교 등을 적은 명단인 감사한 의사라는 블랙리스트를 두고도 며칠만에 180도 다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의협은 당시 일반인도 볼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에 의사 회원 2000여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만큼 회원 보호 차원에서 의협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머니투데이의 질의에 지난 4일 "현황을 파악하고는 있다"며 "그런데 협회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회원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며 공시적으로 무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다 최근 응급실을 지키는 의사, 전임의를 비롯해 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까지 명단에 포함되며 여론이 악화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지난 10일 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비난하며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유포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작성자 역시 의사라는 이유로 뒷짐만 지다가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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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사직전공의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사직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 강좌를 듣고 있다. 2024.09.08.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
일각에서는 의협이 최근 정부, 정치권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 의대생, 전공의마저 등을 돌리자 국민을 상대로 여론전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협의체는 의협이 아닌 일부 의사단체라도 합류하면 일단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대란 사태의 열쇠를 쥔 의대생과 전공의 대표가 공식적으로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현택 의협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정부·정치권은 물론 의료계의 의협 패싱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한 의료계 원로 인사는 "지금 의협이 정부 협상에 힘을 갖는 이유는 의대생과 전공의 덕분인데 서로 척진 상황에 내년에도 이들이 행동에 나설 것인지 의문"이라며 "의정 갈등이 지속되면 국민과 환자는 물론 후배 의사나 선배 의사도 신체·정신·경제적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대화에 나서 좋은 의학 교육·의사 양성이 가능할 정도로 정원 규모를 조정하고 정부 정책에 참여·감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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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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