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최악 성적표 받나…"올해 성과급 없겠네" 직원들도 울상 > 경제기사 | economics

국내 대형 상장 건설사들의 2024년 실적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역대급 최악의 실적을 예상한다.

20일 유안타증권의 국내 주요 건설사 실적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4개 상장 건설사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4%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4년 하반기 들어 업종 전반적인 외형성장 둔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기업 개별적인 원가율 점검, 준공정산비용 반영, 매출채권 상각 등 비용증가 요인이 발현되며 부진한 수익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선미 신한증권 연구원은 "주요 건설사들의 2024년 4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컨센서스를 밑돌며 부진했다"며 "주택 수익성 개선이 더딘 가운데, 일회성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한증권은 DL이앤씨,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현대건설 순으로 4분기 실적 성적이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사들의 실적 부진 주요원인으로는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건설 원가율 상승 등이 꼽힌다. 건설사들은 올 것이 왔다고 하면서도 실제 수치로 드러난 실적 악화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건설공사비지수가 29% 상승하면서 건설사들의 원가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상승하며 공사 원가율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공사비 인상 압박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발주처와의 계약 조건 등으로 인해 공사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건설업계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국내주택 경기가 가라앉았을 때 잇몸 역할을 하던 해외 플랜트 사업도 더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태다. 주요 중동 국가들의 프로젝트 지연과 발주 감소로 인해 매출 감소가 현실화됐다. 일부 해외현장에서는 부실 문제가 드러나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악화시켰다. 이에 더해 해외 현장에서의 리스크 관리 실패와 현지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추진을 기대했지만, 이마저 현실성이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일부 완화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책적 실효성과 시장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탈원전 정책 폐기 기대감도 축소되는 등 부정적 요인이 더 많다. 정책적 불확실성은 건설업계의 중장기적인 투자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의 위기감은 건설사 직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매년 연초 성과급 지급이 이뤄지는데 일부 대형 건설사에서는 올해 성과급이 전혀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은 경기 변화에 따라 실적이 큰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 실적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이나 복지 축소 등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이 예상된다"며 "국내 주택부문은 물론 해외 플랜트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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