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대 국산 장갑차의 모태 됐다…K200 별명이 多産 두꺼비인 이유
페이지 정보
본문
[K방산 신화를 만든 사람들] [7] K200 개발 참여한 김계환 고문
1993년 11월 경남 마산항에서 K200 장갑차가 화물선에 실리고 있다. 이날 화물선에 실린 장갑차 42대는 말레이시아로 수출돼 보스니아 내전에 투입됐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군 기동 장비로는 첫 번째 수출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날 1차 선적을 끝낸 화물선이 고동을 울리며 말레이시아 클랑항으로 출항하자 사방에서 오색 테이프가 흩날리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K방산이 처음으로 국산 기동 장비를 수출하는 순간이었다. 그때까지 탄약, 중소형 함정 등을 수출한 적은 있지만 전장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기동 장비를 대규모로 수출한 건 최초였다. 2년간 총 111대가 말레이시아로 수출됐다.
이때부터 31년이 지난 지난 8월, 우리 방위산업은 당시 수출한 K200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을 또 따냈다. 우리가 당시 보병 수송용으로 수출한 K200을 전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개량할 계획이다. 독자적으로 쌓아온 기술력 덕에 과거 개척한 해외시장에서 새 사업 기회를 또 발굴한 것이다.
지난 11일 경남 창원의 한 카페에서 김계환70 원진엠앤티 기술고문이 K200 장갑차 개발에 참여했던 당시의 사진들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 /김동환 기자
그래픽=양진경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군은 미국 장갑차 ‘M113′을 쓰고 있었다. 기술력이 아직 부족하니 계속 미국 제품을 사서 개조해 쓰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우리 군 일부에서 “당장 예산을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우리 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면 앞으로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밀어붙인 끝에 한국형 장갑차를 개발하게 됐다.
사업자로 낙점된 것은 M113을 개조, 정비해 본 경험이 있는 대우중공업이었다. 하지만 장갑차를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기에 개발팀은 M113 도면을 구해 반년 넘게 공부했다. 김 고문은 “당시 정비를 가르쳐주던 미국 쪽 사람이 갖고 있던 설계도를 빌려 기초 공부 자료로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큰 난관 중 하나는 장갑차의 핵심 동력 장치를 무엇으로 만들지였다. 당시 국방부는 국산 엔진에 대한 불신이 커서, 엔진과 변속기 모두 미국 제품을 쓰길 원했다. 하지만 개발팀은 국산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두 가지 시제품을 만들었다. 첫째는 미국제 엔진·변속기를 써서 M113과 거의 동일하게 만들었고, 다른 두번째 시제품은 대우중공업 엔진에 영국제 변속기를 썼다. 엔진까지 미국제를 쓰면 M113의 복사판에 그친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 고문은 “우리 엔진에 맞는 변속기를 구하려 미국 업체를 방문했을 때 ‘한국이 무슨 장갑차를 만드느냐. 절대 팔지 않겠다’고 문전박대 당하기도 했다”며 “전 세계를 수소문한 끝에 영국에 가서 겨우 변속기를 조달해 왔다”고 말했다.
K200 장갑차 개발 당시 모습. /김계환 고문 제공
◇전쟁터 한복판서 AS 해준 K방산
K200의 사업명은 다산의 상징인 두꺼비다. 독자 기술을 확보하면서 K200 장갑차는 이후 궤도형 화생방 정찰차 등 다양한 계열화 차량으로 재탄생했다. 그 이름처럼 장갑차 수천 대 생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 고문은 “우리가 손쉬운 복제 대신 독자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K200을 기반으로 다양한 차량을 만들 수 있었고 수출할 때도 자유로웠던 셈”이라고 했다.
말레이시아 수출을 위해 K200을 빠르게 개량한 것도 개발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당장 장갑차를 전쟁터로 보내야 하니 한두 달 내로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대우중공업은 군과 협의해 당시 군에 납품된 K200을 빌려 와 말레이시아가 원하던 지휘용, 의료용 장갑차 등으로 빠르게 바꿨다.
K200 장갑차 개발 당시 모습. /김계환 고문 제공
조선닷컴 핫 뉴스 Best
[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성유진 기자 betrue@chosun.com
관련링크
- 이전글기재부 복권위, 서울 상도종합복지관서 김장 나눔 봉사활동 24.10.30
- 다음글코스닥 상장사, 자금난 속 주식연계채권 발행 러시…하이브 4000억 최대 24.10.3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