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삭 찾고 낟알 세고…쌀 예상량조사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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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일 통계청장, 4일 여주서 쌀 예상량조사 참여
- 장화 신고 모자 쓰고 논으로…표본 선정 수작업해야
- 하반기 쌀값 안정화 부상…추가대책 기초자료 될듯
- 장화 신고 모자 쓰고 논으로…표본 선정 수작업해야
- 하반기 쌀값 안정화 부상…추가대책 기초자료 될듯
[여주=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논에 물을 뺐어도 땅이 질어서 들어가면 발이 푹푹 빠질 겁니다. 우선 장화부터 신으세요. 오래 서 있다 보면 햇볕이 뜨거울 테니 여기 모자도 꼭 쓰시고요.”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부구리 일대는 노랗게 익어가며 고개를 숙이는 벼의 물결로 넘실댔다. 가을의 초입을 알리는 풍경 속에서도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은 못 다 간 여름을 실감케했다. 올해도 이 시기 쌀 예상량 조사를 시작한 경인지방청 성남사무소 직원들은 익숙하다는 듯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시연을 찾은 이형일 통계청장도 도착하자마자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주황색 장화와 챙이 넓은 모자를 먼저 건네받았다.
매년 11월 발표되는 쌀 생산량조사는 국가승인통계다. 식량 수급 계획, 농산물 가격 안정 등 농업정책 수행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실시된다. 특히 시장격리 물량을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만큼 쌀값, 농가소득 등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조사로 여겨진다. 쌀 예상량조사는 쌀 생산량 조사에 앞서 전망치를 산출하기 위해 진행한다. 올해는 예상량조사는 11~23일 이뤄져 예년보다 일주일 당긴 내달 7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표본으로 선정된 필지는 경력 45년의 이석진77씨의 3500평 규모 땅이었다. 진상벼 품종을 지난 5월 13일 모내기했고, 오는 23일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조사는 표본을 채취할 구역을 선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줄자를 든 조사원은 논둑을 한참 동안 걸어 내려갔고, 그곳에서 계측을 마칠 때마다 큰 소리로 반대편의 조사원에게 결과를 알렸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A 표본구역에는 파란색 깃발이 꽂혔다.
다음은 A 표본구역에 심어진 벼의 이삭 수를 파악하는 단계다. 벼 10포기에 대해 한 포기당 낟알이 달린 볏대의 숫자를 세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이는 사람이 직접 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벼 사이의 진 땅으로 발을 옮길 때마다 몸은 중심을 잃고 휘청댔다. 흙에 가까울수록 단단해지는 볏대를 쉽게 구분하려면 논바닥에서 내내 웅크려야 했다. 허리를 펴고 “3번 17개요”를 외치고 나서야 옷 구석구석에 묻은 흙이 보였다.
이날 벼 10포기에서는 이삭 수가 총 206개 나왔다. 이 중 이삭이 21개로 평균20.6개에 제일 근접했던 10번 포기가 최종 표본으로 선택됐다. 가위로 싹둑 자른 그 한 포기의 벼는 이내 근처의 테이블 위로 놓였다. 낟알이 얼마나 달려있는 지 개수를 헤아리기 위해서였다. 이 역시 사람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야 한다.
촘촘히 달린 낟알에 어지러운 것도 어렵지만, 쭉정이벼의 알갱이 중 알이 작거나 없는 빈 껍데기를 골라내는 게 더 고난도다. “쭉정이는 4개”라고 호기롭게 외쳤던 이 청장은 숙련된 직원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숫자가 계속 늘어나자 “이거 정말 일이다”라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날 온갖 장비를 두르고 논에 들어가 표본을 베어낸 뒤 낟알 수를 세는 데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됐다. 그늘 한점 없는 너른 벌판에서 뙤약볕을 맞으며 견디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더운 날에 야외에서 진행하다 보니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조사 중 하나”라며 “내년부터는 태블릿 PC를 활용해 표본구역을 자동 설정하는 방식이 전면 도입되는 만큼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통상 10월 중순에 발표하던 수확기 쌀값 대책을 올해는 추석17일 이전에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지 쌀값 20만원 선이 무너지는 등 가격 하락세가 급격해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쌀값 안정화가 하반기 정책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산지 쌀값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쌀 생산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번에 발표되는 조사 결과는 정부가 마련할 추가 대책의 기초자료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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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jea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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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발표되는 쌀 생산량조사는 국가승인통계다. 식량 수급 계획, 농산물 가격 안정 등 농업정책 수행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실시된다. 특히 시장격리 물량을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만큼 쌀값, 농가소득 등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조사로 여겨진다. 쌀 예상량조사는 쌀 생산량 조사에 앞서 전망치를 산출하기 위해 진행한다. 올해는 예상량조사는 11~23일 이뤄져 예년보다 일주일 당긴 내달 7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표본으로 선정된 필지는 경력 45년의 이석진77씨의 3500평 규모 땅이었다. 진상벼 품종을 지난 5월 13일 모내기했고, 오는 23일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조사는 표본을 채취할 구역을 선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줄자를 든 조사원은 논둑을 한참 동안 걸어 내려갔고, 그곳에서 계측을 마칠 때마다 큰 소리로 반대편의 조사원에게 결과를 알렸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A 표본구역에는 파란색 깃발이 꽂혔다.
다음은 A 표본구역에 심어진 벼의 이삭 수를 파악하는 단계다. 벼 10포기에 대해 한 포기당 낟알이 달린 볏대의 숫자를 세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이는 사람이 직접 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벼 사이의 진 땅으로 발을 옮길 때마다 몸은 중심을 잃고 휘청댔다. 흙에 가까울수록 단단해지는 볏대를 쉽게 구분하려면 논바닥에서 내내 웅크려야 했다. 허리를 펴고 “3번 17개요”를 외치고 나서야 옷 구석구석에 묻은 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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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히 달린 낟알에 어지러운 것도 어렵지만, 쭉정이벼의 알갱이 중 알이 작거나 없는 빈 껍데기를 골라내는 게 더 고난도다. “쭉정이는 4개”라고 호기롭게 외쳤던 이 청장은 숙련된 직원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숫자가 계속 늘어나자 “이거 정말 일이다”라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날 온갖 장비를 두르고 논에 들어가 표본을 베어낸 뒤 낟알 수를 세는 데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됐다. 그늘 한점 없는 너른 벌판에서 뙤약볕을 맞으며 견디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더운 날에 야외에서 진행하다 보니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조사 중 하나”라며 “내년부터는 태블릿 PC를 활용해 표본구역을 자동 설정하는 방식이 전면 도입되는 만큼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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