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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위 전기차 화재…연기 한 줄도 콕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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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9회 작성일 24-07-1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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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운반선 선라이즈호
화재 관제시스템 직접 보니

경기 평택항에 정박된 현대글로비스 선라이즈호의 모습. 현대글로비스는 업계 최초로 지난 4월 이 배에 원격 화재 관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1000개의 화재 감지기와 경보기가 이 시스템에 연결돼 있다. /신현종 기자

경기 평택항에 정박된 현대글로비스 선라이즈호의 모습. 현대글로비스는 업계 최초로 지난 4월 이 배에 원격 화재 관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1000개의 화재 감지기와 경보기가 이 시스템에 연결돼 있다. /신현종 기자

작년 7월 네덜란드 인근 해안에서 3700대의 차량을 실은 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불은 1주일이 지나도록 꺼지지 않았다. 차량 중 500대는 전기차였다. 이 때문에 배터리에 불이 붙어 화재가 더 커지거나 폭발까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가 컸다.

다행히 이 화재는 전기차와 무관했고 불도 번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망망대해에서 배에 실린 전기차에 불이 나면 얼마나 위험할지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자동차 운반선은 ‘떠다니는 주차장’이라 불린다. 좁은 공간에 차를 범퍼와 범퍼가 맞닿는 수준으로 촘촘히 싣기 때문에 한번 불이 나면 옮겨붙기 쉽다. 그런데 대형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열폭주로 인한 폭발로 더 빠르게 불이 번질 수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배를 타고 수출된 전기차는 총 35만대로, 3년 전12만2000대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 물량의 절반 이상을 도맡는 물류 회사 현대글로비스는 바다 위의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부터 직접 소유한 자동차 운반선 32척 중 전기차 운송 비중이 높은 5척에 수억 원을 투입해 ‘화재 관제 시스템’을 설치한 것이다. 글로벌 해운업계 최초로, 올해 시범 운영을 거쳐 전체 선박으로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최근 경기 평택항에 정박한 현대글로비스의 ‘선라이즈호’에서 벌어진 화재 훈련 체험을 통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살펴봤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거대한 배, 화재 지점 ‘콕’ 찍어줘

“화재 발생! 화재 발생! 모든 승무원은 비상 대기 구역으로 이동하십시오!”

공석우 1등 항해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이승경 선장이 조타실에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 앞으로 달려갔다. 모니터에는 불이 난 층의 화물칸 전체 모습이 나오며, 구체적인 화재 위치가 빨간 점으로 나타났다. 위치를 확인한 선원들은 장비를 갖추고 곧바로 불이 난 위치로 달려갔다.

6만5000t급인 이 배는 길이 200m, 폭 35m로 데크 하나의 면적이 축구장 하나와 엇비슷하다. 높이가 46m로 데크가 14층에 달해 거대한 건물 같다. 법에 따라 규모에 맞게 화재 감지기와 경보기를 약 1000개 갖췄다. 그러나 기존 시스템으로는 불이 나도 위치를 세세하게 알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5층 A구역’처럼 숫자와 기호로만 표시돼,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던 것이다.

새 화재 관제 시스템은 감지기와 경보기 1000개를 하나의 시스템에 연결해 배 전체에서 화재 위치를 콕 찍어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또 해당 지점에서 발생한 불의 온도와 연기 농도도 수치로 알려준다. 이승경 선장은 “연기나 온도 상황이 안 좋을 경우, 선원을 보내 진화하는 대신 층 전체를 차단하면 선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 전환이 물류사 전략 바꿔

배에는 뾰족한 창 모양의 성인 키만 한 물 분무기도 1~2개 데크마다 1개씩 있었다. 전기차 배터리를 감싸고 있는 금속판을 뚫고 물을 내부에 쏘는 용도다. 불이 난 차를 통째로 덮는 특수 소재 덮개도 10개 안팎 구비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아예 화물칸 2~4개 층을 전면 차단한 후 이산화탄소 수십t을 쏟아부어 불을 진압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현대글로비스 해사안전팀 최기훈 매니저는 “선원들이 교대로 24시간 순찰하며 휴대용 열화상 카메라로 차에서 열기가 올라오지 않나 감시도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은 전기차 시대에 자동차 운송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새 관제 시스템을 갖추기 전부터 전기차 충전량을 최소화한 후 운반하고, 내연차보다 간격을 두고 선적하는 등 자체 대응 방안을 시행해왔다. 배의 데크마다 CCTV 설치도 늘리고, 중고 전기차는 운송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 같은 조치 덕분에, 미국 유명 전기차 기업의 아시아 판매 물량 대부분을 운송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외 기업에서 따낸 자동차 운송 규모도 2018년 5억7000만달러에서 작년 11억6000만달러로, 5년 만에 2배가 됐다. 다른 자동차 운반선을 운영하는 물류사들도 최근 현대글로비스와 유사한 방식을 따르는 중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 연말부터 전기차를 싣는 선박의 국제 안전 기준을 어떻게 만들지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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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국 기자 kore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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