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넘는 나인원한남, 고급주택 아니다?…2000억 취소 서울시 반발 > 경제기사 | economics

나인원한남 조감도

서울의 대표 고가 아파트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의 고급주택 기준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조세심판원은 나인원한남이 고급주택에 해당하지 않아 취득세 중과가 부당하다며 취소 결정을 내렸다.

16일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세심판원은 거래가격이 100억 원 이상이고 세대별로 지정 주차장과 창고가 있는 고가 공동주택펜트하우스 전용 244㎡ 124가구, 복층형 273㎡ 43가구인 나인원한남을 지방세법상 고급주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1975년 도입 후 수차례 개정을 거친 중과세 규정에서 고급주택은 공용면적을 제외한 주택 연면적 245㎡복층형 274㎡, 시가표준액주택공시가격이 있는 경우 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으로 정하고 있다. 고급주택으로 규정되면 일반세율2.8~4%에 8%를 추가한 취득 세율10.8~12%을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 공동주택의 약 14%에 해당하는 39만 6000가구의 평균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은 상황에서 현행 고급주택 가액 기준인 9억 원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업자 등이 취득세 중과세 회피 목적으로 고급주택 면적 기준에 근소하게 미달하는 주택을 신축하고 공용면적에 각 세대가 전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나 창고를 별도 제공하는 형태로 분양하고 있다. 시행사 대신프라퍼티가 분양한 나인원한남의 경우 펜트하우스 124가구 전용면적은 244㎡, 복층형은 전용 273㎡로 고급주택 기준 면적에 각각 1㎡씩 미달한다.

서울시는 이에 나인원한남 차단문이 설치된 지하 주차장과 캐비닛 창고 등을 공용시설이 아닌 입주민 전용 공간에 해당한다고 보고 취득세 중과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이 같은 서울시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심판원은 주택에 대한 현장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이번 취소 판결로 서울시는 시행사 등에 중과된 800억원을 환급했다. 수분양자 중과분인 1200억원까지 합치면 취소 금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시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조세심판원의 이번 결정에 서울시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과세의 정당성 여부를 다시 다툴 수 없다는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문제"라며 "50년 전 주택 상황을 반영해 마련된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세 기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고급주택과 관련된 중과세 규정을 면적 기준을 제외한 가액 기준으로만 산정해야 한다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시는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입법 과정에서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며 "조세심판원 결정에 대해 행정청이 추가로 다툴 수 없게 한 제도 역시 전향적인 재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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