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쁜 현대차 계열사들 성과급 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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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 성과급 격차 놓고 갈등

일러스트=김현국
현대제철만의 일이 아니다. 비슷한 이유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도 임금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변속기, 시트 등을 만드는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는 지난해 임금 협상이 타결되는 데 7개월이나 걸렸다. 파업도 했다. 엔진, 섀시 모듈 등을 만드는 현대위아는 6개월째 임금 협상이 끝나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친환경차 전환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2023년 합계 27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3~4년간의 고성장 뒤 ‘청구서’가 계열사에서 날아오고 있다는 반응이 재계에서 나온다. 세계적인 미래차 전환 속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과거의 수직계열화를 벗어나 계열사들이 각자 경쟁력을 갖추는 구조를 만드는 중이다. 하지만 일부 계열사에선 아직 미래차 전환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격차’가 오히려 더 강조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과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현국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년간 계열사에 ‘각자도생’을 강조해왔다. 현대차, 기아에 의존하지 말고 각자 실력을 길러서 현대차, 기아 외에도 다른 고객을 더 찾아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연차 시대에 현대차, 기아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생존하는 것을 떠나 미래차 시대에 독자 생존하는 힘이 필요하단 취지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은 각각 저탄소 철강 제품, 전기차 열관리, 미래차 시트 등을 신사업으로 삼아 투자를 늘리고 매출도 키워왔다. 하지만 아직 이익으로 직결되지 않고 있다. 작년 3분기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8.3%, 기아는 10.9%인 반면, 현대제철은 0.9%, 현대위아는 2.5%였고 현대트랜시스는 2.2%였다. 현대제철의 경우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철강 산업 전체가 업황이 나쁘고, 나머지 계열사의 내연차용 변속기나 섀시 모듈, 공작 기계 사업 등은 규모를 줄이거나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격차가 여전히 커서 이런 모습이 한때 홀로 고공 행진하던 삼성전자와 나머지 계열사를 구분하는 말로 ‘삼성후자’라는 말이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반면 계열사에선 ‘이중고’라고 맞선다. 계열사가 미래차 전환을 하는 동시에 낮은 이익률을 감수하고 부품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때문에 현대차·기아의 고성장이 가능했다는 취지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그룹 방침이 각자도생으로 바뀌며 현대차, 기아가 부품을 공급받을 때 이제 다른 중견기업이나 외국 회사 견적과 경쟁시키는 일이 늘고 있어 부담이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가 계열사 노조 등에 확산하면서 노사 협상 때 파열음이 나고 있다. 현대위아의 경우 작년 공작기계 사업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했는데, 이를 두고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며 사무연구직 직원 노조가 생겨났다. 노사 협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직계열화 탈출 성장통”
현대트랜시스 노조도 작년 10~11월 파업까지 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완성차 부문 실적을 늘리기 위해 단가를 낮게 책정하여 이익을 몰아주다 보니 현대트랜시스의 수익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그래픽=김현국
재계에선 미래차 전환을 위해 다른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 GM제너럴모터스 등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처럼, 계열사 간 격차가 드러나는 현 상황이 수직계열화에서 벗어나는 과정에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원들을 다독여 그룹 내부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계열사 체질 개선의 속도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절반 안팎이고 그마저도 다수가 IT 장비로 바뀐다. 이런 변화 속에선 과거 같이 대규모로 부품 계열사가 필요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현대차, 기아는 막대한 이익을 내지만 동시에 그만큼 대규모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신시장을 개척하고, 수소 모빌리티, 로보틱스,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등에 뛰어들어 계열사의 발판을 넓히고 있어 현대차, 기아와 거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도 어렵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현대차, 기아의 고성장도 막바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두 회사와 나머지 계열사의 격차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는 게 대외 변수 못지않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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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국 기자 kore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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