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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필요하세요?"…익숙한 풍경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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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4회 작성일 24-07-1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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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수퍼에 셀프 계산대 확산

국내 한 대형 마트는 2018년 소비자들이 직접 계산하는 ‘셀프 계산대’를 처음 도입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 매장에 1400여 개의 셀프 계산대가 설치돼 있다. 전체 계산대 중 절반은 고객이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의 바코드를 직접 찍고, 결제하는 셀프 계산대다. 본지가 국내 3대 대형 마트에 셀프 계산대의 비율을 문의한 결과,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50%, 홈플러스는 40% 수준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 셀프 계산대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이 절실한 유통 업체들이 코로나로 비대면 문화가 생기면서 앞다퉈 셀프 계산대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셀프 계산대가 늘어나자 캐셔cashier로 불리는 계산원 수는 줄어들고 있다. 계산대에서 캐셔가 “봉투 필요하세요?” 묻는 말이 점점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유통 업계에선 셀프 계산대의 한계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인건비가 부담인 상황에서 셀프 계산대를 얼마나 운영하는 게 맞는지 고심하는 것이다.

11일 인천의 한 GS더프레시 수퍼마켓에 설치된 셀프 계산대. 전국 GS더프레시 매장에는 총 602개의 셀프 계산대가 운영되고 있다. 전체 계산대의 35%에 달한다./GS리테일

11일 인천의 한 GS더프레시 수퍼마켓에 설치된 셀프 계산대. 전국 GS더프레시 매장에는 총 602개의 셀프 계산대가 운영되고 있다. 전체 계산대의 35%에 달한다./GS리테일

◇입지 좁아지는 일반 계산대


대형 마트, 수퍼마켓 같은 전통의 오프라인 소매점은 캐셔가 소비자를 마주하고 계산해주는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변하고 있다.

수퍼마켓 GS더프레시의 셀프 계산대는 2018년 전국에 22개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기준 매장에 설치된 셀프 계산대의 수는 602개로 늘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전체 계산대에서 셀프 계산대의 비율이 35%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이미 셀프 계산대가 일반 계산대보다 많다. 다이소 관계자는 “현재 셀프 계산대와 일반 계산대가 7대3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셀프 계산대가 확산하는 사이 캐셔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매장 계산원매표원 포함의 수는 2021년 16만6528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이 수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4만5675명으로 줄었다. 3년 동안 전체의 13%에 달하는 2만여 명이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선 셀프 계산대 확산 계기로 코로나 사태를 꼽는다. 코로나로 비대면 문화가 나타나면서 캐셔와 마주할 필요 없는 셀프 계산대 설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업체들이 셀프 계산대를 설치하고 싶었지만, 고객들의 불만을 우려해 주저했다”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자연스럽게 비대면 문화가 형성되면서 업체들이 너도나도 셀프 계산대를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셀프 계산대를 통해 직원들을 단순 업무인 계산대에서 빼고 매장 관리 등에 투입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셀프 계산대의 한계

자꾸 늘어나는 인건비는 유통 업계의 최대 고민거리다. 셀프 계산대를 앞다퉈 도입한 것도 인건비 절감 측면이 크다. 그러나 유통 기업들은 셀프 계산대를 운영하면서 셀프 계산대의 한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일찌감치 셀프 계산대를 활용한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 전체로 봤을 땐 여전히 셀프 계산대가 확산하는 모양새이지만, 반대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소매 업체 월마트와 타깃, 달러 제너럴 등은 최근 들어 셀프 계산대를 없애고 있다. 월마트 대변인은 미국 매체 리테일 다이브에 “고객들에게 좀 더 인간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일반 계산대를 통해 고객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게 셀프 계산대를 통해 절감하는 인건비보다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 유통 업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업계에선 셀프 계산대의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전체 계산대에서 셀프 계산대의 비율은 50%가 최대치라고 보는 게 중론이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구매하는 물품의 개수가 적으면 셀프 계산대가 빠르지만, 물건이 많을 경우 숙련된 캐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고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마트를 찾았는데 줄까지 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계산대를 결코 없앨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마트 관계자는 “50대 이상 고객들은 셀프 계산대를 거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계산대를 유지해야 한다”며 “지점별로 주고객 연령대가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얼마나 셀프 계산대를 설치하는 게 맞는지 고민과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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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준 기자 nam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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