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8일 만에 2.5조↑…돈은 부동산·증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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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먼데이 하루만 마통 0.4조 급증…개인 요구불예금은 3.3조↓
"부동산·주식 기대수익률 높다면 금리 올려도 대출 못 잡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송은경 기자 = 경기 우려 등에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은행에서 서서히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에서만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3조원 넘게 줄었고, 반대로 가계대출은 2조5천억원 가까이 더 늘었다. 이렇게 마련된 돈은 주로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 위기가 투자기회…블랙먼데이 당일 요구불예금 2조 빠져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개인 요구불예금은 8일 현재 모두 358조9천219억원으로, 7월 말362조1천979억원과 비교해 불과 8일 사이 3조2천760억원 급감했다. 요구불예금은 아직 뚜렷한 용도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대기 중인 시중자금으로, 최근 빠진 예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증시로 흘러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 5일 코스피 지수가 8.77%나 떨어진 이른바 블랙 먼데이 당시 하루 만에 2조366억원360조1천539억원→358조1천173억원의 요구불예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 8일새 마통 0.6조·신용대 0.8조↑…"증시 변동성 노린 투자 대기중" 가계대출 증가세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은행들이 아무리 잇따라 대출금리를 올려도, 부동산·주식 등 자산 투자 열기가 더 뜨겁기 때문이다. 8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8조2천130억원으로, 7월 말715조7천383억원 이후 8일간 2조4천747억원 더 불었다. 주택매매 회복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이 1조6천404억원 늘어난 데다, 신용대출까지 8천288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을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으로 나눠보면, 마이너스통장의 증가 폭5천874억원이 더 크다. 이렇게 불어난 신용대출도 마찬가지로 최근 폭락 장과 관계가 있다. 블랙 먼데이 당일 5대 은행의 신용대출108조3천933억원은 전월 말102조6천68억원보다 5조7천865억원이나 뛰었다. 특히 같은 날 4천31억원 늘어난 마이너스통장 잔액39조6천666억원은 8일 현재까지 비슷한 규모39조6천678억원를 유지하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마이너스통장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다시 급락 등 투자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 대출금리 오름폭, 지표의 12.5배…"대출 취급제한·한도축소 필요할 수도" 반대로 주식 시장 주변으로는 계속 돈이 흘러드는 추세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의 경우 블랙 먼데이 하루에만 5조6천197억원53조8천679억원→59조4천876억원이 증가했다. 이후 다소 줄었지만, 8일 현재55조1천217억원 여전히 7월 말54조2천994억원보다 8천223억원 많은 상태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출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주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5일 개인은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각 4천382억원, 1천617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최대한의 레버리지차입투자 효과를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 인하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다시 부는 이런 영끌, 빚투 열풍은 최근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권의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 이례적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는 연 4.290∼6.514% 수준으로, 약 1주일 전인 지난 2일연 4.030∼6.548%보다 하단이 0.260%p 올랐다. 지표 금리인 코픽스는 3.520%에서 변화가 없었지만, 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 추가 등을 통해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인상한 결과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3.280∼5.290% 하단 역시 같은 기간 0.250%p 뛰었다. 오름폭이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0.020%p의 12배를 웃도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이나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높다면 현재 연 4% 남짓 수준의 대출 금리는 대출자들에게 큰 제약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금리 인상에도 지금 추세대로 가계대출이 계속 빠르게 늘어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취급 제한, 한도 축소 등의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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