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월 잔금인데 대출한도 막힐라…오전에만 은행 3곳 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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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10월이 잔금 기일이라 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어요. 금리가 오른 상태지만 목표 금액만큼 대출을 받으려면 이달 안으로 끝내야 해서 마음이 급합니다.”
21일 서울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서울 지역에 첫 아파트를 구매하게 된 한 30대 고객은 이날 오전에만 3곳의 은행을 들러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았다. 프리랜서인 그는 9월이 되면 목표했던 대출 금액이 안 나올 수 있다는 은행 상담원의 말에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도 이달 중으로 대출을 받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날 정부가 9월부터 적용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를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 더 높게 적용한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이달 남은 기간 이 같은 막판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혼합형·고정형의 경우 한도 축소 폭이 30~60% 줄어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영끌 매수의 경우 8월에 대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존 집을 내놓고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50대 고객은 “은행 상담원은 9월부터 DSR 규제도 시행되고 연말이 될수록 한도가 안 나오는 경향이 있으니 차라리 내년 초로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면 어떻겠냐고 하더라”며 “이사할 집의 시세와 금리 상황을 더 지켜보며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고객은 최근 한 달여간 지속된 가산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리가 크게 뛴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금리가 3% 초반이 나오더니 오늘은 금리가 4.1%라고 하더라. 한 달 사이 금리가 너무 올랐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보니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같은 담보에 훨씬 낮은 금리로 빌린 사람도 있던데 왜 하루하루 오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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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결혼을 앞두고 주담대를 알아보고 있다는 한 30대 고객도 기자와 대화하는 내내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의 금리가 한 달도 안 돼 1%포인트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당초 예상보다 최소 50만 원 정도씩 매달 이자 비용으로 더 나가게 될 것 같다”며 “아직 결혼 날짜가 많이 남아 집 계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은행 상담원이 그때쯤 되면 금리가 더 오를 거라고 하더라”고 한탄했다.
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많게는 지난달부터 5~6차례씩 금리를 올리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관치금리’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조달금리는 내리는데 가산금리를 자체 인상하면서 은행만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출 창구 직원은 “시장금리가 떨어지는데 왜 대출금리는 오르는지 물어오는 고객이 실제로 많다”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모양새를 보이며 주담대 관련 문의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2024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월별 은행 주담대 증가분은 5월 5조 7000억 원, 6월 6조 2000억 원, 7월 5조 6000억 원으로 3개월 연속으로 5조 원을 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9월 DSR 규제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8월 주담대 증가치가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최근 들어 주담대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늘었다는 게 체감되는 수준”이라며 “주택 관련 대출금리를 계속 올리고는 있지만 최근 상당히 낮은 금리를 제공했고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몇 달 전부터 이달까지 대출 수요가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는 9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과 관련해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 대신 1.2%포인트로 상향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 추세 등을 감안해 1.2%포인트로 결정했다”며 “최근 시중은행이 가계부채 관리 명분으로 주담대 우대금리 등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는 상황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규제와 더불어 금리 인상 등 은행의 자체적인 대출 문턱 높이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막차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이날 조건부임대인 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 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 전세자금대출을 26일부터 당분간 취급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대출이 투기성 대출 등에 활용된다는 이유다. 아울러 23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4%포인트, 0.3%포인트 올리는 조치도 단행했다.
공준호 기자 zero@sedaily.com박지수 기자 syj@sedaily.com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서울경제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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