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없어지면 대박"…철도지하화 소식에 용산주민들 환호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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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용산 이촌2동 일대 경부선 철길 위로 ITX 새마을호 열차와 1호선 전철이 지나가고 있다. 2024.10.22/뉴스1
"철로만 없어지면 대박이야 여긴."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22일 오후 용산 이촌동 현대한강아파트. 단지 옆 경부선 철길로는 KTX, 무궁화호 등 다양한 열차들이 1분 간격으로 지나가며 요란한 소음을 뿜어냈다.
30년째 이촌2동에 거주 중인 60대 주민 이 모 씨는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여기 철길만 없어져도 인근 주민들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철도 지하화 계획 발표, 이촌 2동 지나는 경부선 없어진다
서울시는 23일 서울 시내 지상철도 전체 구간에 대한 지하화 구상안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시가 추진하는 철도 지하화 구간은 경부선 일대 34.7㎞, 경원선 일대 32.9㎞, 총 67.6㎞에 달한다.
특히 용산구 이촌2동서부이촌동 일대는 중심을 관통하는 경부선 지상철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하화 사업이 시작되면 철로 소음, 진동 등의 공해와 중심지 단절 등으로 고통받았던 이곳이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촌2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예전에 집 보러 온 사람들이 시끄러운 기차 소리를 듣자마자 여긴 못 살 거 같다며 그냥 가버리는 경우도 많았다"며 "사라진 철로에 공원만 간단하게 조성해도 훨씬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거다"고 설명했다.
현대한강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 박 모 씨는 "한강아파트 인근을 우스갯소리로 중부 이촌동이라고 부를 만큼 이 동네는 철도를 기준으로 생활권이 나눠진다"며 "철도 위 고가도로는 사람이 지나가려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해서 불편한 점이 많다"고 전했다.
지하화 호재로 인한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도 기대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한강 변에 위치한 입지라는 걸 고려하면 이곳은 매우 저평가된 지역이다"며 "철도만 없어지면 일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시는 23일 경부선·경원선 68㎞ 전 구간의 지하화 내용을 담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 시내 철도 지상 구간은 6개 노선, 약 71.6㎞로 15개 자치구를 통과하고 있다. 시가 국토부에 제안하는 철도 지하화 구간은 경부선 일대 34.7㎞, 경원선 일대 32.9㎞ 총 67.6㎞로 총 39개 역사를 포함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기대감 동시에 불안감도… "살아생전에 볼 수 있을지"
다만 주민들 사이에선 불안감과 회의감이 함께 공존한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언급됐던 철도 지하화 사업이지만, 현실화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해당 철로가 선도 사업지로 선정돼도 2028년에야 본격적인 착공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후 지하화 공사에 최소 5년, 이후 상부 공간 조성에도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촌 대림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물론 철도가 없어지면 좋겠지만, 워낙 큰 사업이다 보니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든다"며 "재정적 예산은 어디서 마련할 건지, 공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70대 주민 A 씨 또한 "사업 완료까지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보면, 살아생전 한강철교가 없어지는 걸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촌 2동이 철도 지하화에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입을 모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가 이뤄지면 인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서도 훨씬 유연성 있는 개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또한 "지상을 지나는 철도로 단절된 강북권이나 영등포 일대, 용산 일대는 이번 사업으로 인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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