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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는 1주택자에게도…전세 대출 안 내주겠단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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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3회 작성일 24-09-0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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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대책에 ‘대출 절벽’ 우려
주택 담보 대출 등 가계 대출 폭증세에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최근 한 달 동안 은행들은 당국 눈치를 보며 전세 대출 제한, 유주택자 대출 제한, 주택 담보 대출의 최장 만기 축소 같은 대책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설익은 대책이 전세·매매 실수요자들에게 ‘대출 절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 대출이 전달보다 9조6259억원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증가 폭이다. 이 중 주택 담보 대출 증가 폭은 8조9115억원으로, 역시 최대 증가 폭이다.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전세 실수요자 대출까지 옥죄는 은행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세주고 강남구 역삼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A씨45는 유주택자 전세 대출을 조인다는 소식에 요즘 걱정이 많다. 중학생 딸이 고등학교를 배정받으면 연말에 전셋집을 갈아타려 했는데, 대출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9일부터 유주택자 수도권 전세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기존 우리은행에서 전세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이 보증금이 올라 대출을 더 받으려고 하면 증액해 주겠지만, 다른 집으로 전세를 옮기면 신규 대출은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가 전세 대출이 필요하면 다른 은행으로 가면 된다지만, 다른 은행들의 대출 문도 언제 닫힐지 모른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타행 대출 규제를 급하게 베끼듯이 하고 있다.

3년 전 손주를 얻은 인천 토박이 B씨67는 최근 서울 지역 전세 시세를 알아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들 부부가 맞벌이라 내년부터 아들 집 근처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작은 전셋집을 얻어 손주를 봐주기로 했는데, 은행권에서 유주택자 전세 대출을 차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대로 물려받은 인천 집은 팔지도 못하는데, B씨는 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세 대출을 못 받을 수 있다. B씨는 “통상 은행들 대출 요건이 함께 움직이지 않느냐. 다른 은행들도 유주택자 전세 대출을 막아버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이 조건부 전세 자금 대출을 중단한 것도 설익은 조치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조건부 전세 대출은 집주인 명의가 바뀐다는 조건이 붙는 전세 대출이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 투자자가 잔금일과 세입자의 대출 실행일을 같은 날로 맞추고, 그날 받은 전세금으로 매매 잔금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전세금으로 매매가의 일부를 메울 수 있어 갭 투자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너무 급하게 조건부 전세 대출을 조이는 바람에 계약금만 내고 잔금이 남아 있는 예비 전세 대출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출 실패로 계약이 파기되면 세입자는 집을 새로 구해야 하는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7주 연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스트레스 DSR 2단계는 수도권 역차별

정부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의 수도권 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2단계 규제는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경우 비수도권0.75%포인트보다 높은 가산 금리1.2%포인트가 적용돼 대출 한도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그간 강조해 온 DSR 규제의 원래 목표는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리라’는 것인데, 정작 금융 당국이 뚜렷한 명분 없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DSR을 갈라치기한 것이다.

금융 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소득이 6000만원인 직장인이 9억원 주택에 대해 30년 만기, 변동 금리 연 4%로 대출을 받을 경우 한도는 3억6400만원이다. 반면 같은 조건으로 비수도권 주택에 대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3억8300만원으로 수도권보다 1900만원 많다. 다른 조건이 다 같더라도 수도권 소재 주택에 대해서만 한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 부채 문제로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을 아예 중단하는 등 무리한 방식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려면 당국이나 은행이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개별 차주의 상환 능력이나 신용도 등을 감안해 정책과 대출 등을 운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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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래 기자 raykim@chosun.com 한예나 기자 naye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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