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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할수록 손해"···이중 가격에 주문 거부까지 나선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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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4회 작성일 24-09-0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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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경쟁에 중개 수수료 9% 상회;무료 배달 등 마케팅 비용 업주 전가;주문량 늘어도 마진 10%대로 줄자;최소주문액 올리고 이중가격제 도입;일부 점주들 "플랫폼 별 차등 가격제"
배달할수록 손해···이중 가격에 주문 거부까지 나선 자영업자

[서울경제]

“배달 수수료가 너무 비싸 배달을 할수록 손해라 가격을 올려야 할 지 고민 중입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20평 규모의 분식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 달 일제히 오른 배달 수수료 부담에 메뉴 가격을 올리는 안을 고심 중이다. 그는 한 줄에 3000원인 기본 김밥의 배달 가격을 3500원으로, 한 그릇에 5500원인 국물 떡볶이를 6000원으로 올리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배달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가게를 직접 방문해 식사를 하는 고객들의 매출 마진은 40% 수준인 반면 배달 매출 마진은 10%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배달 수수료가 오른 데다 우리가게클릭·오픈리스트 등 배달 플랫폼에 내야하는 광고비까지 부담이 커졌다. 그는 "배달을 포기하면 매출이 확 떨어지기 때문에 배달 수수료를 광고비라고 생각하고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심리 위축으로 외식 수요가 줄자 국내 배달 플랫폼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가 ‘배달비 제로0’ 정책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지만 업주들의 곡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배달 플랫폼들이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해 업주에게 받는 배달 수수료율을 높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부담할 배달비를 고스란히 자영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배달 매출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홀 주문 금액에 배달비를 더해 배달 메뉴 가격을 책정하거나 마진이 낮은 메뉴들을 배달 메뉴에서 빼버리는 등 일종의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배달 음식 메뉴의 최소 주문 금액을 올리거나 매장 이용 가격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이중 가격’을 도입하고 있다. 재료 가격, 인건비 등이 인상된 가운데 배달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가 늘며 부담이 점차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객들의 주문량이 늘어도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 배달 건수별로 중개 수수료 외에 라이더 배달비, 기본 수수료 등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탓이다. 배달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예전에는 월평균 순이익이 20% 이상 나왔지만 지난달부터 10% 미만으로 떨어졌다”며 “소비 심리가 위축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배달 수수료 인상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 지역 기준 일부 분식점들은 배달 메뉴 가격을 홀 메뉴보다 500~1000원가량 비싸게 책정하고 있다. 배달 주문 가격을 매장 이용보다 10% 이상 비싼 가격으로 정하는 음식점들도 있다. 비교적 중개 수수료가 저렴한 포장 주문 고객에게는 추가 할인이나 사이드 및 음료 서비스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배달할수록 손해···이중 가격에 주문 거부까지 나선 자영업자
지난 5월 서울 시내 한 햄버거 가게 메뉴와 가격. 연합뉴스

가격 결정권이 없는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중심으로 손이 많이 가는 메뉴나 마진이 낮은 메뉴들은 아예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는 추세다. 배달 앱에 ‘품절’로 표시해 주문을 받지 않는 것이다. 또 최소 주문 금액을 비교적 중개 수수료가 저렴한 가게배달 대비 2배 이상 올리는 차선책을 택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에게 일부 부담을 전가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가게는 같은 메뉴임에도 배달 플랫폼별로 다른 중개 수수료를 감안해 가격을 차등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연합 단체들은 아예 플랫폼별로 배달 음식 가격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체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도 했다. 비교적 수수료가 저렴한 지역공공배달앱·가게배달 등은 주문 가격을 매장 가격과 동일하게 받는 대신 쿠팡이츠·요기요 등 수수료가 비싼 플랫폼 대상으로는 그만큼 배달 음식 가격을 높게 받겠다는 것이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들은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5060세대 점주들에게까지 기존에 이용하지 않던 광고 상품들을 강제로 전환한 후 알아서 해지하라고 하고 있다”며 “배달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와 과도한 수수료 적용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메뉴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달 플랫폼 3사는 엔데믹 이후 소비 침체로 배달 시장이 위축될 기미가 나타나자 올해 3월부터 소비자들을 상대로 배달비 무료 정책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 영향으로 배달 플랫폼 이용객 수는 3월 이후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3382만 명이던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월 3650만 명까지 늘었다. 배달 플랫폼들은 소비자에게는 배달비를 받지 않는 대신 중개 수수료 제도를 손질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9일 중개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했다. 요기요는 12.5%에서 9.7%로 인하하면서 경쟁 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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